전기차 자율주행 충전 로봇 ‘파키’는 왜 태어났을까?

전기차가 주차장에 들어섭니다. 충전이 필요한 상태입니다. 하필 전기차 충전구역은 이미 다른 차들이 모두 차지해버렸네요. 일반 주차구역 아무데나 차를 세우고 내리는 차주. 그런데 표정은 나쁘지 않습니다. 태연하게 근처에 설치된 전기선을 가져와 차량 충전구에 꽂더니, 스마트폰을 조작하네요. 어디선가, 호출을 받은 로봇이 달려옵니다. 그리고는 근처 단자(도킹 스테이션)에 자기 몸을 붙입니다.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로봇이 담고 있던 전기가 차량으로 흘러들어가 자동차의 배터리를 채웁니다. 이 로봇의 이름은 ‘파키(parky)’. 전기차 자동충전 자율주행 로봇입니다. 충전이 끝나면 파키는 충전단자로부터 스스로 몸을 떼고 원래 자기가 있던 자리로 돌아갑니다.

파키를 만들고 있는 전기차 충전 스타트업 ‘에바’의 공동창업자인 김기재 부사장을 최근 대구에서 열린 국제로봇전에서 만났습니다. 이날 에바 전시부스의 주인공은 파키였습니다. 깜찍한 외모에, 스스로 전기를 꽉 채우면 자동차 두대를 완충 시킬 수 있는 능력자죠. 파키는 아직은 개발중인 시제품이고요, 언젠가 주차장에서 정말로 전기차를 충전하게 될 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파키를 만든 기술은 어떤 것인지, 왜 아직은 현장에 적용되고 있진 않은지, 그리고 ‘이동형 충전 로봇’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이유는 무엇인지를 살펴보죠.

살펴보자, 파키의 외모

사진에 보이듯, 자율주행 로봇 위에 커다란 배터리를 올려놓은 형태입니다. 그 배터리에 귀여운 외관을 씌워 친근함을 강조했습니다. 김기재 부사장은 “사람이 있는 주차구역을 돌아다니기 때문에 외형에 신경을 썼다”고 말합니다. 요즘엔 식당이나 공항, 쇼핑센터 같은 곳을 돌아다닐 때 종종 로봇을 볼 수 있잖아요? 심지어 보도 이동도 허용돼서 배달 로봇이 길거리도 다니는데요. 이런 로봇들이 무섭게 생기면 사람들이 거부감을 가질 수 있겠죠.

키는 1미터100cm로 대여섯살 꼬마 아이들의 평균키와 비슷합니다. 그렇지만 면적이 크고 무게가 많이 나가서(250kg 이상) 그보다는 존재감이 크네요. 몸무게는 배터리 용량을 조절할 수 있어 좀 달라질 수 있겠지만요. 평균적으로 시간당 3~5km를 이동할 수 있는데요, 이는 사람의 평균 보행속도와 같습니다.

파키가 움직이는 기본 원리는 실내 자율주행입니다. 기본적으로 자신이 움직여야 하는 공간을 파악하고, 머릿속에 지도를 만듭니다. 이 과정을 맵핑이라고 하는데요. 이해를 돕자면, 집안을 돌아다는 청소로봇과 같죠. 물론, 그보다는 정교한 맵핑을 해야하지만 말입니다. 돌아다니다가 사람이나 주차해놓은 차와 부딪히면 큰일 나니까요. 그래서 파키에는 자신의 위치, 앞에 사람이나 차량, 사물이 있는지 여부를 파악하기 위한 이미지 센서와 2D 라이다, 초음파 센서가 탑재됐습니다. 또, 로봇이 적절히 움직일 수 있는 환경인지를 확인하기 위한 온습도 센서를 갖췄고요.

김기재 부사장은 “주차장에 설치하면 주차장 내부의 기둥이나 혹은 주차 위치 등을 전체적으로 매핑을 한다”면서 “이후에 호출이 오면 가서 충전을 하고 다시 지정된 자기 위치로 돌아와 다음 충전을 위해 스스로를 재충전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에바에서 기술총괄을 맡고 있는 김기재 부사장.

파키는 왜 탄생했나?

삼성전자 사내 스타트업(씨랩)으로 출발한 에바는, 전국 아파트 주차장에 보급된 완속 전기 충전기로 알려진 회사입니다. 전력 분산 시스템을 써서 배선 공사나 전기료를 아낄 수 있게 한 점을 평가받았고요, 최근에는 이 제품에 화재 경보 시스템을 탑재하기도 했죠. 안전에 대한 사람들의 두려움을 완화시키기 위한 장치죠. 지금 에바의 캐시카우는 이 완속 충전 시스템인데요, 사실 에바가 사업을 시작한 아이템은 원래 파키였습니다.

전기차 보급에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충전의 문제’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죠. 자동차가 충전처를 찾아가는 게 아니라 충전기가 자동차를 찾아오게 설계한다면, 주차와 충전으로 인한 많은 갈등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란 아이디어가 파키와 에바라는 회사의 탄생에 기여했습니다. 또, 사람들은 대체로 자신이 퇴근 후 잠을 자는 동안 자동차도 완충되길 바라는데요. 낮 동안 주차장에서 쓰이지 않고 있는 유휴 전기를 이동형 배터리 로봇이 충전해 갖고 있다가 밤에 활용할 수 있다면 굳이 비싼 인프라를 설치 하지 않고 전력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다는 계산도 섰고요.

김 부사장은 “아파트 등의 건물에선 아주 일부의 구역에서만 전기차를 충전할 수 있다”면서 “그러나 파키가 있다면, 굳이 전기차 충전구역을 따로 찾아갈 필요가 없고, 전기차가 많지 않은 구역에서 굳이 전기차 구역을 늘릴 필요가 없어 합리적”이라고 말합니다. 또 “전기차와 일반차의 구분 없이 주차를 할 수 있어 주차 갈등의 요소가 사라질 수 있다”라고도요.

파키에 들어간 기술

자율주행 로봇 위에 그냥 배터리 얹은 것 아니냐고 말하지 않기로 합시다. 그렇게 쉬운 거면 이미 많이들 만들었겠죠. 여러 관건이 있는데요. 앞서 언급한 자율주행 기술이라든가, 혹은 후술할 배터리 재활용 기술 등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김기재 부사장은 “배터리를 자체적으로 충전하고, 급속으로 차량에 전기를 공급해야 한다는 점이 특별하다”고 말합니다. 그러려면 배터리를 많이 실어야 하고, 속도도 빨라야 합니다. 회전율이 높아야 자율주행 충전 로봇을 설치하고 이득을 봤단 생각을 하지 않겠습니까. 그러려면 충전을 위해 접합되는 부분에 대한 전기적 연결이나 기구적인 강도 같은 것도 매우 중요합니다

참고로, “왜 파키에는 로봇 팔이 없느냐?”는 질문을 하실 수도 있겠네요. 이왕 자율주행 충전하는 것, 사람이 충전구에 선을 연결할 필요 없이 그냥 차량과 로봇이 서로 알아서 충전선도 꽂으면 진짜 편할텐데요. 물론 이것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현실화에 몇가지 애로사항이 있는데요. 첫째, 자동차마다 디자인이 모두 달라서 충전입구의 위치 역시 제각각입니다. 어떤 차는 후방에, 어떤 차는 전면에, 심지어 어떤 차는 운전석 옆에 충전구가 위치하죠. 둘째, 주차 간격이 좁아서 차에서 내릴 때 애먹은 경험 있으신가요? 사람도 그러한데 덩치 큰 로봇이 그 좁은 공간을 파고 들긴 어렵겠죠. 셋째, 안 그래도 비싼 로봇에 팔까지 얹으면 ‘가격 대비 성능’ 같은 것은 꿈도 못꾸겠죠. 김기재 부사장은 이를 “범용성을 위한 판단”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니까, 충전구에 선 꽂고 로봇 부르는 정도는 카카오 택시 부르듯이 사람이 하는 걸로 합시다.

파키는 왜 아직 보급되지 못하나

그러나 이 파키는 아직은 미래 기술입니다. 에바 측에 따르면 기술 검증은 마친 상태지만, 실제 보급에는 두 가지 어려움이 있습니다. 첫번째 이유, ‘가격’입니다. 파키는 사실 좀 비싼 몸입니다. 이동식 충전 로봇의 핵심인 ‘배터리’ 자체가 비싸기 때문이죠. 전기차 가격에서 배터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40%가 넘는 다는 것 알고 계셨나요? 파키에 실을 배터리가 좀 저렴해지려면 안전하게 폐배터리를 쓸 수 있도록 규제가 풀려야 합니다. 이것이 파키 보급이 어려운 두 번째 이유죠.

에바 측은 “전기차용 배터리는 가장 높은 안전 기준을 가지고 제조된 배터리들”이라면서 “전기차 보급이 늘어나면 폐배터리가 많이 나올텐데, 수명만큼 쓰고 폐차한 전기차 배터리를 다시 충전 인프라로 활용한다면 아름다운 선순환 구조가 될 것”이라고 강조합니다.

배터리 인증 기준이 바뀌어야 한다는 요구도 합니다. 전기차의 배터리를 충전기용 에너지저장장치(ESS, Energy Storage System)로 전환할 때는 인증을 새로 받아야 해서죠. 재인증을 받는데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들어 폐배터리 사업이 어렵다는 지적이죠. 에바 측은 이를 두고 “전기차 배터리 인증에 비해 ESS 인증이 훨씬 쉬운데, 이미 전기차용으로 안전하다고 국가 인증을 받은 배터리를 왜 더 낮은 수준의 인증으로 다시 받으라고 하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합니다. 물론, 이런 규정이 있는 것은 안전의 문제 때문이죠. 서로 사용한 환경이나 시간, 이력이 다른 배터리를 가져다 잘 조합해 쓰는 것에는 꽤 큰 기술력이 필요합니다. 에바 측은 이 부분의 기술 검증을 했다고 말합니다.

그럼 비싼 파키를 쓰긴 어려운 건 아니냐고요? 꼭 그렇진 않습니다. 스마트시티에서는 파키와 같은 충전 시스템이 매력적이기 때문입니다. 김기재 부사장은 “아직 양산 단계는 아니지만, 스마트시티 같은 곳에서 파키에 관심을 보이고 좋아하고 있어서 함께 과제를 하는 방안 등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가격적인 부분이 해결되고, 여러 과제에서 파키가 제 몫의 역할을 한다고 판단이 된다면 미래의 어느 시점에서는 파키를 주차장에서 자주 볼 수 있게 되겠네요.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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