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의 유난한(?) 조직문화, 그리고 논란

토스의 인사제도가 또다시 도마위에 올랐다. 토스는 지난 3일, 전직원을 모아두고 ‘신뢰 회복 프로그램(TRP)’ 도입을 발표했다. 업무가 태만한 직원들을 대상으로 3개월의 개선 기간을 부여, 개선 여부에 따라 조치를 취하는 제도다. 

구체적으로, 토스는 부적절한 언행을 하거나 회의에 지각하는 등 조직에 피해를 주는 직원을 제보 받는다. 이에 따라 처음에는 서면 주의를 주고, 그래도 개선되지 않는다면 인사팀은 사실관계를 조사하기 위해 인사팀 팀장, 해당 직원의 부서 팀장, 해당 직원이 고른 팀장급 등 3인이 모인 위원회를 꾸린다. 

만약 3인의 위원이 문제의 직원이 적합하지 않다고 만장일치를 한다면, 해당 직원은 TRP 제도 대상자에 속한다. 위원회는 3개월 동안 해당 직원의 개선 여부를 살핀 뒤 개선이 됐다고 판단하면 프로그램을 종료한다. 그렇지 않다면 프로그램 기한을 3개월씩 더 연장할 수 있다. 

TRP 제도와 관련해 토스 측은 짧은 시간 안에 직원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 만큼,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도덕적 해이를 차단하기 위해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토스는 별도의 인사고과 제도없이 자율, 책임을 중요시 하는 문화로, 이면의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 TRP로 직원들의 업무 분위기나 문화를 관리하겠다는 취지다. 

이번 TRP 제도가 발표되자, 일각에선 토스가 직원들에게 사실상 권고사직을 쉽게 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마음에 들지 않는 직원을 TRP 대상자로 선정한 뒤 위원회에서 입을 맞추면 얼마든지 권고사직 처리를 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동시에 TRP 제도 자체에 대한 비판도 있다. 토스가 직원들의 번아웃 등 상황이나 컨디션을 고려하지 않은 채 하나의 부품으로만 바라본다는 지적도 존재한다. 

관련해 회사 측은 “토스는 인사고과 평가제도가 없고 자율과 책임의 업무 문화인데, TRP 프로그램은 (직원을) 끝까지 끌고 가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토스의 업무문화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토스는 지난 2021년 팀 안에서 경고를 세 번 받은 직원에게 퇴사를 권고하는 ‘스트라이크’ 제도를 폐지한 바 있다. 팀 내부적으로 특정 직원과 함께 일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접수되면 경고를 줘 퇴사를 권고하는 제도다. 

마찬가지로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자는 취지에서 운영했으나 논란이 계속되자 토스는 결국 스트라이크 제도를 폐지했다. 이뿐만 아니라 올 상반기에도 토스의 개발자들이 대거 퇴사하면서 권고사직 논란이 있었다. 

이렇듯 토스는 유독 업무문화 논란에 휩싸이곤 한다. 무엇이 문제일까.

근본적인 것은 토스의 빠른 성장세 때문이다. 토스는 국내 핀테크 업체 중에서 가장 빨리 큰 스타트업이다. 지난 2013년 출범한 토스는 현재 계열사가 16곳, 직원 수만 2500여명이다. 

짧은 시간에 빨리 큰만큼 성장통도 따라올 수밖에 없다. 특히 기업이 겪어야 하는 성장통 중 하나가 직원 문제다. 회사 규모가 급격하게 커지는 과정에서 성장 속도를 따라오지 못하는 직원들이 있을 수도 있고, 맞지 않는 직원들이 생길 수 있다. 

토스는 효율을 중요시하는 기업이다. 늘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만들며, 안 되는 것은 바로 접는다. 실제로, 토스는 매년 20여개의 서비스를 만들고 사용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한 서비스는 종료한다. 조직도 마찬가지다. 토스가 애자일 조직 문화를 유지하는 것도 언제든 유연하게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서다.

토스는 몸집이 작았을 때부터 조직구조와 업무문화에 대해 고민했다. 더 효율적으로 조직을 운영해 성과를 내기 위해서다. 토스가 지금의 모습을 할 수 있었던 것도, 시장 변화에 유연하고 아주 빠르게 대처한 덕분이다.

토스의 성장기를 담은 책 ‘유난한 도전’에는 이러한 치열한 고민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이승건이 더 효율적인 조직구조를 고민하기 시작한 것은 팀이 300명을 넘었을 때 쯤이었다. 송금 서비스 하나만 운영하던 초기에는 별 문제가 없었다. (중략) 서비스마다 달성해야 하는 목표와 실행과제가 다른데 모두가 한 팀이니 어떤 제품을 우선순위에 둘 것인지 갈피를 잡기어려웠다.   

토스팀이 지금보다 수십 배 커지더라도 10명 안팎일 때처럼 빠르고 유연하게 일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애자일 조직구조가 좋은 선택지로 보였다.

빠르게 실험해 실패하고, 또 실패한 끝에 성공을 만들어내는 것. 이는 토스팀이 경험한 유일한 성공 방정식이었다. 효율성과 유연함을 잃지 않을 방법을 탐색하던 토스팀에 애자일 조직은 자연스럽고 타당한 선택이었다. 

“밤새워 일하지 않으면 죄인인 듯한 느낌이 들게 한 것은 잘못이다. 즐겁게 일할 수 잇는 분위기를 만드는 데 노력하겠다. 그러나 동시에 밤새워 미친듯이 하는 사람들에게는 더 큰 보상을 주는 것은 필요하다. 헌신은 보상 받아야 한다.”

토스팀은 이미 존재하던 제도와 절차도 하나씩 없애는 방향으로 움직였다. (중략) 대신 성장이나 매출, 고객 만족도 등 회사 전체의 목표를 얼마나 이뤘는지를 기준으로 반기마다 모든 구성원에게 동률의 성과급을 지급하기 시작했다. 전제조건은 하나, 유능한 개인을 채용하고 끝없이 신뢰한다는 것이었다. 

-책 <유난한도전> 발췌

무엇보다 토스는 이제 성과를 내야 할 때다. 출범 10년 차를 맞은 토스의 누적 투자액은 1조6000억원이지만, 아직까지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안팎으로 경기가 어렵고 투자 시장이 얼어붙은 가운데 내년에는 토스 또한 성과를 보여야 한다는 압박감을 가지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토스는 이미 금융 서비스로 자리를 잡았다. 송금으로 시작해 은행, 증권 등에서 분기 흑자 등 성과를 내고 있다. 다만, 지급결제대행(PG), 결제, 결제 단말기 등은 아직 외형을 키우고 있는 중이다. 토스가 더 부지런하면서도 빠르게 움직여야 하는 이유다. 이런 가운데 토스의 업무문화의 핵심이 개인에게 있는지 조직에게 있는지는 생각해봐야 할 일이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홍하나 기자>0626hhn@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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