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송창현 사장 “스마트폰처럼 쓰는 차? 아니, 스마트폰처럼 개발하는 차 만들어야 한다”

“하드웨어 중심의 차량 구조를 소프트웨어 중심의 아키텍처로 변환해야 한다.”

송창현 현대차그룹 사장(=사진)이 13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제3회 HMG 개발자 컨퍼런스’의 키노트에서 ‘차량 개발 방식의 대전환’을 강조했다. 핵심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디커플링(탈동조화)’다. 하드웨어에 맞춤한, 하드웨어와 함께 가는 소프트웨어를 만들 것이 아니라, 아예 소프트웨어가 중심이 되는 차량 개발을 해야 미래 모빌리티를 견인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송 사장의 발언은  자동차와 테크업계의 가장 큰 화두인 ‘소프트웨어로 정의되는 차(Software-defined Vehicle, 이하 SDV)’가 어떤 개념이고 무엇을 의미하는지 소개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송창현 사장은 현재 현대자동차·기아 SDV 본부장과 포티투닷의 대표를 함께 맡고 있다.

송 사장이 강조한 SDV 전환은 “스마트폰 개발 방식과 동일한 소프트웨어 중심의, 소프트웨어로 정의되는 개발 방식을 차량 개발에도 적용하는 것”을 뜻한다. 미래 모빌리티와 관련해 소프트웨어를 강조할 경우 단순히 ‘스마트폰과 같은 차’를 생각하기 쉬운데, 이렇게 사용자 경험을 일부 바꾸는 것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송 사장은 “SDV 전환이란 소프트웨어 개발 방식을 차량 개발에도 도입해 표준 아키텍처와 운영 체계 중심으로 자동차의 모든 기능을 개발하고, 주행∙안전∙편의 기능, 앱 서비스까지 빠른 개선을 반영, 나아가 브랜드 아이덴티티까지 규정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가 주도하는 이동 디바이스로의 전환을 이뤄내는 것”이라고 말했는데, 이는 “차량 상품 개발 방법론에 대한 근본적인 패러다임 전환(paradigm shift)”로 정의해야 할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현대차를 비롯한 거의 모든 자동차 개발 회사가 SDV의 중요성을 말한다. 그러나 모든 회사가 SDV에 진척을 보이는 것은 아니다. 송 사장은 자동차 회사들이 SDV의 길목에서 헤매는 이유를  “차량이 하드웨어 중심으로 개발되고 하드웨어 디파인드(Hardware-defined, 소프트웨어가 하드웨어에 종속된) 방식이라 소프트웨어 개발 환경이 유연하지 못하고 제한적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SDV 전환을 이뤄내려면 차량 또한 ‘이동의 모든 과정에서 사용자가 원하는 기능을 제공해 주는 디바이스’로 접근해야 하는데 여전히 각각의 기능이 개별 전자제어유닛인 ECU와 MCU 중심으로 개발되고 대부분 제어기 로직이 CAN(Controller Area Network) 시그널을 중심으로 통신하고 동기화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SDV가 잘 안 되는 이유

현대차도 같은 문제를 고민하고 있기 때문에, 현대차그룹과 글로벌 소프트웨어센터인 포티투닷은 소프트웨어 중심의 개발 방식으로 전환하기 위한 핵심 과제로 디커플링, 모듈 아키텍처, 아키텍처 표준화 등 세가지를 꼽고 관련 기술 내재화에 주력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먼저 디커플링이다. 하드웨어 중심의 차량 구조를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분리된 ‘소프트웨어 중심의 아키텍처로 변환’하는 것이다. 디커플링을 차량의 하드웨어 종속성을 낮춰 개발 편의를 높이며, 항상 최신 기능으로 업데이트를 가능케하는 핵심 기능으로 설명했다.

디커플링이 진행되면 차량 기능을 유기적으로 사용하고 통합적으로 제어하는 SDV OS 운영 체제를 작동하고, OS에 기반해 실행되는 다양한 앱을 손쉽게 만들 수 있다는 게 송 사장의 설명이다. 이는 곧 SDV 아키텍처 안에서 각 영역이 서로 종속되지 않고 따로 개발할 수 있게 하는 환경을 만들어준다. “관련 기술은 내재화나 협업 등의 사업적인 의사결정에 따르면 된다는 것”이 송 사장의 설명인데, “이는 SDV 개발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일 것”이라는 기대를 담았다.

SDV 전환에 중요한 ‘모듈 아키텍처’는 공통으로 필요한 소프트웨어 로직들을 하나로 모듈화하고 그 모듈을 지속적으로 개선, 재사용하도록 한다. 또 ‘표준화된 아키텍처’는 일종의 서로 간의 약속으로 하드웨어와 하드웨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그리고 소프트웨어와 소프트웨어끼리의 역할 그리고 통신 규약 그리고 데이터 포맷 등 표준화한다는 뜻이다. 차량 속에 수많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간의 통신과 개발환경이 표준화되면 소프트웨어 개발 생태계 또한 혁신이 일어날 수 있다.

송 사장은 “이처럼 디커플링, 모듈 아키텍처 그리고 표준 아키텍처를 올리면 모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들이 따로 그리고 빠르게 동시에 개발이 가능하고 개발 속도 또한 높이면서 검증 기간을 줄일 수 있다”면서 “이미 스마트폰을 쓰고 있는 사용자들은 스마트폰 경험이 그대로 차에 이어지길 바라는 만큼, 차량은 앱 생태계를 지원하는 또하나의 디바이스로 생각해야 한다”는 것을 SDV 대전환의 본질으로 꼽았다.

포티투닷 중심으로 SDV 패러다임 전환 시작

그룹에서 SDV로 전환하는 중심축이 포티투닷에 있다는 것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송 사장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분리하고 표준 아키텍처를 통해 개발 환경을 구축한 뒤 모듈을 분리해 각자, 빠르게 개발하고 개선 속도를 극대화하자’는 것이 현대차그룹의 SDV 방향성”이라면서 “글로벌 소프트웨어센터인 포티투닷을 중심으로 SDV로부터 데이터가 공유, 차량 외부와 연결되고 인프라와 결합돼 나아가 그 이상인, 모빌리티 생태계 확장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소프트웨어 아키텍처로 변환을 말하면서 개발자의 역할도 강조했다. 소프트웨어와 AI는 이동의 디바이스와 모빌리티 산업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줄 것인데, 이러한 변화는 개발자,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의 몫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현대차그룹은 개발자 컨퍼런스를 통해 SDV분야 우수 인재와 접점을 넓혀간다는 계획을 공개하기도 했다.

송 사장은 “SDV 구현을 위한 다양한 기술을 개발하고, 유용한 모빌리티 서비스로 발전시켜 만들어내는, 무한한 가능성의 시대에 소프트웨어와 AI, 그리고 이동 디바이스가 융합한 완전히 새로운 관점에서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HMG 개발자 컨퍼런스는 SDV로의 대전환 과정에서 AI, 자율주행 기술, 모빌리티 서비스 등 현대차그룹의 개발 경험과 노하우를 외부에 공유하고, 소통하는 취지로 마련된 연례행사다. 올해로 3회를 맞이하는 이번 HMG 개발자 컨퍼런스에는 현대차, 기아, 포티투닷(42dot), 모셔널, 현대모비스, 현대오토에버 등 총 9개사 참여한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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