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 드라마, 다시보기

이 기사는 11월 22일 오후, 내용이 추가됐습니다.

시놉시스

2023년 11월 17일 금요일, 오픈AI 이사회는 공동창업자이자 CEO인 샘 알트만을 해임했다. 매우 갑작스러운 일이었다. 오픈AI 창업자 중 한 명이자 수석 과학자인 일리야 수츠케버가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픈AI 이사회 의장인 그렉 브록만은 이에 반발해 사임했다.

샘 알트만 해임 소식은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다. 그를 신뢰했던 일부 임직원들이 그와 함께 회사를 떠나겠다고 선언했다. 투자자들도 우려를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알트만이 복귀할 것이라는 예측이 팽배했다. 이사회도 알트만 복귀를 논의하는 회의를 열었다. 그러나 이사회는 끝내 알트만 해임을 확정지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샘 알트만과 그렉 브록만을 영입했다고 발표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오픈AI 영리 자회사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한 회사로, 오픈AI 기술을 독점적으로 사용할 권리를 갖고 있다. 오픈AI 기술의 독점적 이용권을 보유하고, 오픈AI의 핵심 인물을 영입한 이상, 사실상 마이크로소프트가 곧 오픈AI가 된 것이나 마찬가지가 됐다…는 기사가 나오고 하루가 지나 샘 알트만이 다시 오픈AI에 복귀한다고 발표했다.

주요 등장인물

샘 알트만 : 오픈AI의 CEO.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유명한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인 와이콤비네이터의 전 대표. 2015년 일론 머스크 등과 뜻을 합쳐 오픈AI를 창업.

일리야 수츠케버 : 딥러닝 분야의 최고 권위자 중 1인. 구글에서 알파고와 텐서플로 개발에 참여. 일론 머스크가 함께 안전한 AI를 만들자고 설득해 오픈AI 설립에 동참.

사티아 나델라 : 마이크로소프트의 3대 CEO. 모바일 혁명 이후 휘청거리는 마이크로소프트를 다시 최고의 기업으로 일으킨 전설적 경영자. 오픈AI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통해 AI 분야의 리더십 구축.

발단

때는 2015년. 와이콤비네이터의 샘 알트만,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구글의 일리야 수츠케버, 스트라이프의 그렉 브록만이 모여 도원결의를 하고 오픈AI라는 비영리 기업을 설립했다. “전 인류에게 도움이 되는 디지털 지능을 발전시키자”는 미션 아래 “안전한 인공일반지능을 개발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오픈AI는 초기부터 AI 기술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딥러닝과 강화학습 영역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이 시기 온라인 게임 도티2를 플레이하는 AI를 선보였다.

테크 미디어 등 대중이 오픈AI를 주목하게 만든 결정적 사건은 뭐니뭐니 해도 GPT(Generative Pre-Training) 발표였다. 오픈AI는 2018년 6월 “GPT를 활용한 언어 이해력 향상”이라는 논문을 공개했다.

전개

오픈AI는 설립 초기부터 기술적 성취를 보였지만 조직의 운명은 바람 앞의 등불이었다. 일론 머스크와 같은 부자 창업자의 힘으로 시작은 할 수 있었지만 언제까지나 머스크의 호주머니만 바라보고 있을 수는 없었다. 돈을 벌든지, 투자를 받든지 생존을 위한 조치가 필요했다.

오픈AI와 같은 비영리 기업은 투자를 받기 힘들다. 사회공헌이 목표가 아니라면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기업에 투자할 투자자는 없기 때문이다.

투자를 받아야했던 오픈AI는 2019년 ‘비영리’ 기업에서 ‘수익제한’ 기업으로 전환했다. 수익제한 기업이라는 것은 모두에게 낯선 개념이었다. 일반 기업은 수익 극대화가 존재의 이유지만 오픈AI는 수익을 추구하되, 취할 수 있는 수익에 한계를 두도록 했다. 초기 설립이념을 유지하면서 투자를 받을 수 있도록 뒷문을 연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영리 법인(OpenAI Global LLC)을 자회사로 세워 비영리 법인(OpenAI Inc.)이 지배하도록 했다. 이를 통해 비영리 법인 이사회가 영리법인을 통제할 수 있다.

그리고 취할 수 있는 수익을 투자금의 ‘100배’라고 상한선을 그었다. 투자자는 투자가 성공을 거두더라도 100배 이상 수익을 취할 수 없다.

위기

수익제한기업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일론 머스크가 오픈AI를 떠났다. 일론 머스크는 오픈AI의 기술 발전에 불만을 토로했다. 오픈AI의 기술력이 구글에 뒤처졌다는 것이 머스크의 판단이었다. 머스크는 자신이 오픈AI의 리더가 되어 회사를 이끌겠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이 대안은 이사회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10억 달러를 내기로 했던 머스크는 1억 달러를 기부하는 데 그쳤다.

대신 마이크로소프트가 오픈AI의 길에 동참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오픈AI 영리법인에 10억 달러를 투자했다. 특히 마이크로소프트가 클라우드 기업이라는 점에서 오픈AI에는 큰 힘이 됐다. 오픈AI가 개발하고 있는 생성형 AI를 위해서는 엄청난 컴퓨팅 파워가 필요한데, 마이크로소프트가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입장에서는 클라우드 시장에서 AWS에 뒤진 상황에서 시장구도를 반전시키기 위한 계기가 필요했고,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는 AI가 그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지금까지 오픈AI에 130억 달러를 투자했으며, 오픈AI 영리법인 지분의 49%를 소유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 덕분에 마이크로소프트는 GPT와 같은 오픈AI 기술의 독점적 이용권을 부여받았다.

절정

GPT-3이 등장하면서 세상이 들썩거리기 시작했다. 미디어와 전문가 사이에서 GPT-3는 엄청난 각광을 받았다. 스스로 말을 하고 시를 짓고 코딩을 꽤 잘하는 AI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1750억개라는 엄청난 파라미터 수에 업계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파라미터가 많아지면 성능이 좋아진다는 것은 모두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많은 파라미터를 생각한 AI 기업은 없었다. 워낙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오픈AI의 시도는 한 차원 다른 것이었다. 이미지 생성AI 달리(Dall-E)도 이때 나왔다.

하지만 아직 진짜가 남아있었다. 2022년 11월 챗GPT가 등장했다. 챗GPT는 사실 기존의 GPT-3과 비교해서 엄청난 개선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대중이 이용해볼 수 있는 UI/UX를 갖추고 있다는 점에 파급력이 달랐다. 챗GPT는 세상에서 가장 빠른 서비스로 등극했다. GPT-3이나 달리는 AI 업계나 테크 업계에서만 주목을 했었는데, 챗GPT는 일반 대중까지 눈길을 사로잡았다.

오픈AI는 뛰어난 언어모델을 공개하는 것을 넘어 플랫폼화를 시도했다. GPT의 API를 만들어 기업에 판매하고, 플러그인을 만들어 챗GPT가 모든 서비스의 용광로가 되도록 했다. 최근에는 개발자 행사에서 ‘GPTs’와 ‘GPT 앱스토어’도 발표했다.

관련 기사
[그게 뭔가요] 챗GPT가 무서운 진짜 이유 ‘플러그인’
오픈AI가 AI 업계에 던진 폭탄 ‘GPTs’

오픈AI가 다양한 사업화를 시도하면서 점차 일반 기업화됐다. 더이상 오픈AI를 비영리 기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없어졌다. 오픈AI-마이크로소프트 연대가 AI 세상을 집어삼킬 것처럼 보였다. 이는 샘 알트만 CEO가 주도한 움직임이다.

그리고 이사회는 오픈AI의 이런 행보에 불편함을 느꼈다. “전 인류에게 도움이 되는 디지털 지능을 발전시키자” “안전한 인공일반지능을 개발하겠다”던 미션이 점차 잊혀졌기 때문이다. 비영리 법인 이사회는 돈 버는 것이 자신들의 미션이 아니었다.

반면 영리 법인 경영진은 당장 챗GPT를 운영할 비용과 임직원들의 월급을 줘야 했다. 천문학적인 비용이 드는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경영진의 영리 활동은 더욱 가속화될 수밖에 없었다. 이사회와 영리법인 경영진이 동상이몽에 빠지기 시작한 이유다.

결국 2023년 11월 18일 오픈AI에 쿠데타가 벌어졌다.

결말

오픈AI 이사회는 샘 알트만 CEO 해임이라는 충격적 결정을 내렸다. 알트만은 오픈AI의 상징적 인물일 뿐 아니라 AI 업계에서 가장 주목을 받는 인물이다. 스티브 잡스가 애플에서 쫓겨난 것과 비할 수 있는 사건이었다.

오픈AI 의장을 맡고 있던 그렉 브록만은 샘 알트만 편이었지만, 이사회 결정을 막지 못했다. 이사회가 해임한 것은 알트만 뿐이었지만, 브록만도 알트만과 함께 회사를 떠나겠다고 발표했다.

사내에서 동요가 일어난 것은 당연했다. 샘 알트만과 그렉 브록만은 신뢰받는 리더였기 때문이다. 해임을 재검토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켜졌고, 오픈AI 이사회는 다시 회의를 열었다. 그러나 결정은 바뀌지 않았다. 임시 CEO의 이름만 바뀌었을 뿐이다. 샘 알트만은 끝내 오픈AI를 떠났다.

그리고 하루가 지나기 전에 깜짝 놀랄 발표가 나왔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샘 알트만과 그렉 브록만을 영입했다는 소식이었다. 이 드라마의 최종 승자가 마이크로소프트가 될 수도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마이크로소프트 입장에서는 최고의 인재를 영입함으로써 영리가 제한된 오픈AI 의존을 줄이고 자체적으로 AI 시장에서 활약할 여지가 커졌다.

특히 오픈AI 770명 직원 중 700명이 회사를 떠날 수도 있다는 서명에 참여했다고 전해진다. 일리야 수츠케버는 엑스(트위터)에 “이사회 행동에 참여한 것을 후회한다”고 썼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 모든 직원을 수용할 수도 있다. 그러면 오픈AI가 곧 마이크로소프트가 되는 셈이다.

그런데 마이크로소프트가 샘 알트만과 그렉 브록만을 영입한다고 발표한 다음날, 오픈AI는 샘 알트만이 다시 CEO로 복귀한다고 발표했다. 알트만은 “새로운 오픈AI 이사회와 사티아 나델라의 지원을 받아 오픈AI로 돌아가 마이크로소프트와의 강력한 파트너십을 구축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나델라는 “오픈AI 이사회의 변화에 고무되었다”며, “(이번 결정이) 보다 안정적이고 충분한 정보를 바탕으로 효과적인 거버넌스를 향한 첫 번째 필수 단계”라고 말했다. 그렉 브록만도 회사에 돌아가겠다고 밝혔다.

변화는 일리야 수츠케버로부터 시작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알트만 축출에 대해) 후회한다”고 밝히 후 이사회에 방침을 번복할 것을 촉구하는 직원 서한에 서명한 바 있다. 알트만을 쫓아내려고 했던 이사회가 오히려 물갈이 됐다. 전 세일즈포스 공동 CEO인 브렛 테일러, 전 미국 재무부 장관인 래리 서머스, 현 이사회 멤버인 아담 단젤로 등이 새로운 이사회 1차 멤버다.

기존 이사회 멤버였던 타샤 맥컬리(기술 기업가), 일리아 수츠케버(오픈AI 수석과학자), 헬렌 토너(조지타운대학교 보안 및 신흥 기술 센터의 전략 및 기초 연구 보조금 책임자) 등은 오픈AI 이사회에서 떠났다. 샘 알트만을 내쫓아내려다 역풍을 맞고 자신들이 떠나게 된 셈이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

관련 글

3 댓글

  1. Who should play Sam Altman in the movie?라는 Poll을 X에서 찾았습니다. 1위가 Michael Cera 2위가 Alex Karpovsky네요. 곧 영화로도 볼 수 있을듯요. ㅋ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