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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석의 입장] 국민 밉상 벗어난 네이버에 카카오가 배울점

“네이버는 경쟁사 하나 잘못 둬서 만날 싸잡혀 욕먹지”

“네이버와 카카오는 천지 차이입니다. 같이 비교하면 안됩니다.”

최근 네이버와 카카오의 실적을 비교하는 기사에 달린 댓글들이다. 요즘 네이버와 카카오에 대한 브랜드 평판을 보여준다.

최근 카카오가 큰 위기에 빠져 있다. 상장 직후 주식을 팔아 치운 계열사 대표, 화재로 멈춰버린 서비스, 택시기사 등 소상공인과의 갈등, 주식 시세조종 의혹 등 끊임없이 사건사고가 이어지고 있다. 그 결과 한동안 국내에서 가장 사랑받는 브랜드였던 카카오가 이제는 미움 받는 브랜드가 되어 가고 있다. 대통령이 나서서 ‘카카오’의 문제를 언급할 정도다.

이런 모습에서 기시감이 느껴진다. 네이버도 한때 지금의 카카오처럼 욕을 먹던 때가 있었다. 10년 전으로 돌아가면 신문과 방송의 머리기사에 매일 네이버가 등장했다. 당시 정부여당도 네이버 때리기에 혈안이 돼 있었다. 네이버 관련 기사에는 “독점 남용” “우물안 개구리” “가두리 양식장” 등의 비난 댓글이 가득했다.

네이버가 설립된 지 15년 쯤 됐을 시점이었다. 카카오도 올해로 14년차다. 그런 점에서 지금 카카오의 위기는 어쩌면 인터넷 플랫폼 기업이 성장하면서 겪는 성장통일지도 모른다. 네이버가 위기를 넘기고 지금까지 발전해온 길을 되돌아보면, 카카오가 가야할 길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네이버가 지난 10년 동안 브랜드 이미지 쇄신을 위해 걸어온 길을 살펴보자.

네이버 평판이 바뀐 첫번째 계기는 해외에서의 성공이다. 네이버재팬이 개발한 ‘라인’ 메신저가 일본과 대만, 태국 등에서 폭발적 인기를 얻으면서 ‘내수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벗어났다. 우리나라에서는 ‘달러’를 벌어들이는 기업에는 관대한 경향이 있다. 일본에서 라인이 터진 건 갑작스러운 일이었지만 네이버가 오랫동안 일본시장을 두드려왔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네이버는 10년 동안 실패를 반복하면서 일본 시장에 도전했었다.

두번째, 네이버는 사업의 카테고리 확장을 자제하는 대신 핵심역량에 집중했다. 지난 10년 간 인터넷은행, 블록체인, 모빌리티 등의 분야가 떠올랐지만 네이버는 외면했다. 대신 네이버는 검색의 경쟁력을 활용해 커머스 역량을 강화했다.

세번째 논란이 있는 서비스는 중단하고 대규모 상생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예를 들어 소상공인과 창작자에 대한 다양한 지원을 제공하는 ‘프로젝트 꽃’을 운영했다. 다양한 상생 정책으로 소상공인과 창작자를 네이버 우호세력으로 만들었다.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많았던 자체 부동산 매물정보 서비스를 중단했다.

여기서 중요한 건 단순히 프로젝트 꽃이 단순히 사회공헌이나 ESG 차원에서 진행된 일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프로젝트 꽃은 네이버 플랫폼을 더욱 활성화하기 위한 비즈니스 전략의 일환이기도 했다. 비즈니스 전략과 상생 정책이 통합돼 서로 시너지를 냈다.

네번째, 선행 기술에 과감하게 투자했다. 국내 플랫폼 기업이 비난 받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기술력 부족이다. 별다른 기술 없이 길목을 차지하고 통행료를 받는다는 비난이 많았다.

네이버는 지난 10년 동안 자율주행, 로봇, 인공지능, 클라우드 등에 많은 투자를 진행했다. 2013년 사내조직으로 설립된 네이버랩스가 이를 이끌었다. 네이버가 운영하는 스타트업 투자조직인 D2SF는 기술 중심 스타트업에만 주로 투자한다.

선행기술 연구에 집중해온 전략은 최근 조금씩 효과를 보고 있다. 생성AI 열풍이 일자 네이버는 하이퍼클로바X를 출시하며 국내 기업 중 가장 빠르게 대처했다.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와 맺은 계약은 네이버랩스의 디지털트윈 기술과 네이버클라우드의 클라우드 기술이 통합된 것이다.

물론 네이버 역시 여전히 독점에 대한 비판도 많고 우물안 개구리 비난도 받는다. 하지만 그 강도는 10년 전에 비해 훨씬 약해졌다.

카카오가 반드시 네이버의 길을 따를 필요는 없겠지만, 국민 밉상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꽤 괜찮은 레퍼런스가 아닐까.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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