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스리] 머리카락 두께도 감지하는 로봇팔을 위한 기술, 클레
바이라인네트워크에서 스타트업을 리뷰합니다. 줄여서 ‘바스리’. 투자시장이 얼어붙어도 뛰어난 기술력과 반짝이는 아이디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스타트업은 계속해 탄생하고 있습니다.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겠다고 출사표를 던진 이들을 바이라인의 기자들이 만나봤습니다.
제가 지금 목이 마른데요. 식탁 위에 물컵이 보입니다. 자연스럽게 팔을 뻗어서 컵을 잡고 물을 마십니다. 이 동작은 너무 자연스러워서, 여기에 이렇게 쓰는 것조차 좀 새삼스럽습니다.
그런데 이 당연한 일을 로봇이 하는 건 어렵죠. 기본적으로 사람과 로봇이 세상을 보는 ‘시각’이 달라서 그럽니다.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자연스럽게 세상을 입체로 봅니다. ‘저 식탁 위에 있는 물체가 물컵이라는 것’외에 ‘저 물컵이 내게서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도 순간적으로 판단할 수 있죠.
로봇은 ‘저 물체가 물컵인지’ 부터 배워야 합니다. 여태까지는 그 선생 역할을 2D 머신비전이 해왔습니다. 로봇 앞의 환경을 영상으로 촬영, 분석해서 어떤 물건이 눈앞에 있는 건지 검수해 알려줬죠. 그렇지만 로봇이 팔을 뻗어 물컵을 잡으려면, 그 정보만으로는 충분치 않습니다. 2D 데이터가 제공하는 것은 평면의 환경 데이터죠. 저 물컵이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에 대한 거리 정보가 더 있어야 합니다.
그 거리 정보를 제공하겠다는 곳이 ‘클레’라는 스타트업입니다. 3차원(3D) 카메라를 통해서 거리정보를 담고 있는 데이터를 촬영하고, 이를 분석해서 로봇에게 “저 컵이 너에게서 30cm 떨어져 있으니 팔을 3도 정도 더 기울여서 30cm 만큼 뻗어봐”라는 명령을 내리는 소프트웨어를 만듭니다. 이 회사 측의 주장에 따르면, 정확도는 ± 0.1mm 오차 범위. 머리카락 한 올 두께에 불과합니다.
이렇게 정밀한 거리 계산을 하도록 하는 3D 머신비전을 어디다 쓸까요? 우선은 공장의 생산 로봇입니다. 이진한 클레 대표(=사진)는 “공장 완전 자동화를 위해서는 거리 측정을 정밀하게 하는 기술이 필요한데, 이 부분에선 우리가 기술적 리더”라고 말합니다. 클레는 지난 2021년 창업해 이제 막 두돌이 되어가는 완전 스타트업인데, 흥미로운 것이 벌써 제품을 판매해 매출을 냅니다. 지난 9월 기준, 이 회사의 매출은 14억원. 현대기아차를 비롯한 일부 제조 공장에서 클레의 3D 머신비전 기술을 도입했습니다.
이진한 대표를 서울 성수동에 위치한 클레 사무실에서 만났습니다. 3D 머신비전을 도입하면 뭐가 좋으냐고 물으니 “공장의 완전 자동화가 점차로 가능해지면 사람이 더 이상 위험한 생산 환경에서 일하지 않아도 된다”는 취지의 말을 하더군요. 커다랗고 무거운 부품을 다루는 작업 환경은 작은 부주의만으로도 큰 사고를 불러올 수 있는데, 3D 머신비전을 도입하면 로봇이 세밀한 작업도 대신할 수 있어 빠르게 자동화가 가능해질 거라는 이야기였습니다.
특히 지금은 현대차그룹을 포함해서 벤츠, 토요타 등 글로벌 기업들이 저마다 새로이 공장을 짓고 있는 시기입니다. 클레와 같은 기업이 자신들의 기술을 팔 수 있는 좋은 시장이 열리는 것이죠. 이진한 대표에게 3D 머신비전이 무엇인지, 또 앞으로 이 기술이 생산 현장을 어떻게 바꿀지 등을 물었습니다.
3D 비전이 뭔가? 어렵게 들리는데, 쉽게 설명해달라
최대한 쉽게 말해보겠다. 비전은 ‘시각’이라는 뜻인데, 머신 비전은 ‘기계나 로봇 등의 머신을 운영하기 위한 시각’ 기술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일반적으로 머신 비전은 2D인데, 우리는 3D 머신 비전을 하는 것이 특징이다.
2D 비전과 3D 비전이 어떻게 다른가?
예를 들어서, 2D 머신 비전으로는 사진 속에 찍힌 물체가 ‘컵’인지 검사는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컵이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그 거리는 알 수 없다. 3차원은 영상 안에 있는 모든 점의 거리를 계산할 수 있다. 즉, 로봇에게 “각도를 몇 도 틀어서 정확히 몇 밀리미터 앞으로 나아가면 컵이 있으니 그걸 잡을 수 있다”고 얘기할 수 있는 거다. 2차원이 X축과 Y축으로만 이뤄져 평면 위의 모든 걸 표현한다면, 3차원은 Z축까지 있어서 그 안에 물체가 정확히 어디에 있는지 거리를 알려준다.
그런데 요즘엔 3D요즘 딥러닝이 너무 핫해져서 사진 몇 장만으로 3차원을 만들어 주겠단 기술들이 나온다. 그건 엄밀히 말하면 3차원이 아니라 2.5차원이다. 거리를 알려주는 Z축이 상대적인 수치만 알려주기 때문이다. 영상 안에서 뭐가 더 가깝다 멀다 정도만 알려주지 실제로 얼마나 떨어져 있는가를 알려주진 않는다. 그래서 우린 그런 기술을 2.5차원이라고 좀 깎아서 말한다(웃음).
로봇을 정확하게 움직이려면 측정 오차가 어느 정도로 작아야 하나?
애플리케이션마다 다른데 클레가 주로 타깃하는 공장(특히 자동차)의 경우엔 오차범위가 적어도 ±0.5 mm 수준이어야 한다. 클레의 3D 카메라는 오차범위는 ± 0.1mm 수준이다. 0.1mm는 100마이크로미터(µm)라고 하는데, 이것도 초고정밀은 아니다. 진짜 고정밀로 가려면 1µm로 가야 한다. 그런 기술을 계속 개발하고 있다.
거리를 측정하는 여러 기술이 있다. SLAM(로봇이 센서를 부착하고 미지의 환경을 돌아다니면서, 센서만으로 외부 도움 없이 현재의 위치와 거리를 추정하고 정확한 지도를 작성하는 방법)도 있고. 그런 기술들과 3D 비전은 경쟁하는 관계인가?
그렇지 않다. 박사 과정 동안 열심히 연구한 게 SLAM이다. 3차원 컴퓨터비전 테크닉을 이용한 SLAM을 연구해왔다. 그러니까 경쟁이라기보단 같은 기술이라 분류할 수 있다. 하지만 SLAM하고 3D 비전은 애플리케이션 측면에서 보면 좀 다를 수 있다.
SLAM은 자율주행을 위한 지도를 작성하는 것이라 정밀도가 높을수록 좋다. 하지만 그 정밀도는 말 그대로 로봇이나 차량이 움직이는 상황에서의 정밀도다. 자율주행 차량에 정밀도는 중요하지만 그게 1mm 단위로 세밀하진 않다.
SLAM 기술에서 쓰는 라이다 센서의 특징을 봐도 알 수 있다. 라이다 센서는 빛을 쏘아 그 빛이 대상물에 부딪혀 반사되어 돌아오는 시간을 측정한다. 빛은 초당 30만 km의 거리를 이동한다. 찰나의 순간에 다녀온 거리를 쪼개서 거리를 재는 광비행 측정 방식이다. 게다가 지구 대기 상에 빛의 속도는 절대 상수가 아니다. 대기 상태에 따라 빛의 속도가 조금씩 바뀐다. 거리 계산 자체가 단거리에서 아주 정밀하게 나오지 않기 때문에 라이다 센서는 원거리 측정에 더 적합하다.
3D 비전의 경우엔 거리 계산 오차측정이 100µm단위이므로 (라이다 센서에 비하면) 굉장히 정밀하다. 01.mm는 사람 눈으로는 거의 구분할 수 없는, 머리카락 한 올의 두께 정도다. 정밀도에서 많은 차이가 있는 대신 가격이 더 비싸지만, 로봇이 정밀한 동작을 할 수 있게 해주므로 공장에서 사람이 하는 일을 대신할 수 있는 수준까지 된다.
그정도로 정밀도를 높인 센서와 기술은 어떤 산업에서 주로 쓰이나?
먼저 타깃하는 시장은 주로 대물, 즉 ‘큰 물건’을 취급을 하는 공장의 자동화다. 이런 공장에서는 다루는 물체는 그 자체가 크고 무겁다. 부품을 움직이는 설비 내지 로봇은 당연히 더 크다. 그런데 공장에서는 빠른 시간 안에 많이 생산해야 효율성을 올릴 수 있으므로 무거운 기계들이 굉장히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 그러다보니 인명사고가 벌어지기도 한다. 안전관리를 하는 데도 잠깐의 실수로 그런 사고가 생겨난다.
현장에 다니면서 ‘이런 작업을 사람이 하는 게 맞느냐’는 생각을 강하게 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기업 입장에서는 비용 측면의 문제가 있다. 공장을 전부 자동화하려면 돈이 엄청나게 많이 드니까 전면 자동화로 가지 못하고 사람이 현장에서 일하게 되는 거다. 클레는 기존의 비싼 설비 없이, 3D 카메라와 소프트웨어를 도입해서 간편하게 솔루션을 쓸 수 있도록 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 보면 비용 효율성이 높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재차 강조하지만, 이 솔루션을 적용하자는 것이 비용 효율성 때문만은 아니다. 현장이 정말 위험하므로, 적어도 사람은 빠져야 한다고 강력하게 이야기 하는 것이다. 이제는 그럴 수 있게 기술이 뒷받침되고 있지 않나. 진짜로 10년 후에는 “옛날에는 공장에서 사람이 직접 일을 했잖아” “그랬었지, 대단하다”라고 말하는 그런 날이 올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요즘은 큰 부품을 다루는 자동차 공장 같은 곳도 이미 자동화가 많이 되어 있지 않나?
많이 반영되고 있다. 자동차 제조 공정을 크게 다섯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우선 ▴철판을 찍어내는 프레스 단계가 있다. 그리고 ▴성형이 된 철판을 이어붙이는 용접 단계, ▴페인트를 칠하는 도장 단계, ▴뼈대가 만들어진 차체 안에 최대 2만개에 이르는 부품을 부착하는 의장 단계, ▴앞의 단계들이 모두 제대로 완료되었는지 확인하는 검수 단계다. 이중에서 앞의 세 단계는 이미 자동화가 많이 진행되었다. 여기서 작업이 늦어지면 생산량이 안 나오기 때문에 공장에서도 자본을 많이 투입해서 자동화율을 90% 이상 끌어올려 놓았다.
그러나 후반부 두 단계인 의장과 검수는 그렇지 못하다. 왜냐하면 조립해야 하는 부품의 수도 많고, 작은 부품의 경우에는 기계 입장에서 다루기 어려운 종류의 것들도 많아서다. 예를 들어 고무볼처럼 흐물거리는 것은 로봇이 잡기도 어렵고 조작하기는 더 어렵다. 검수 단계도 마찬가지로, 사람은 미묘한 작은 흠을 잘 찾아내지만 2D 비전만 가지고는 그런 흠을 찾아내기 엄청나게 어렵다. 그래서 이 부분은 아직까지 작업자가 육안으로 검사하는 데 많이 의존하고 있다.
클레의 기술은 그 다섯가지 작업 단계 중 어느 부분에 주로 적용되나?
먼저 집중하고 있는 부분은 의장이다. 프레스와 용접, 도장 단계는 오래전부터 자동화가 이미 되어 있다. 우리가 새로 뛰어들 시장이 아니라고 봤다. 그런데 의장은 그렇지 않다. 정밀한 조작이 필요한 단계인데 2D 비전으로는 한계가 있다. 클레의 제품은 3차원 비전으로 ±0.1mm의 정확도를 가지고 있으므로 자동화를 할 수가 있는 거다. 특히 자동차 의장 중에서도 글라스나 휠타이어와 같은 대물에 먼저 집중하려고 한다.
이후에는 도장 쪽에도 진출하려고 한다. 도장은 검수와도 연결되어 있는데, 그간 2D 비전으로 페인트 흘러내림이나 흠집 같은 걸 제대로 찾아내려면 장비 설치에 비용이 많이 들었다. 작업을 주로 사람이 해왔는데, 그런 부분을 3D 비전으로 바꿔 간편하게 작업 할 수 있을 거라고 본다.
대물에 집중하는 것은 로봇이 작업하기 쉬어서인가?
그렇다. 또, 작업자가 일하기 더 위험한 환경이라서기도 하다. 비용면에서도 유리하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대물은 원래 설비 투입에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영역이다. 그래서 새로 3D 머신비전 시스템을 채택하더라도 기존에 투입하던 예산 대비 비용에 큰 차이가 안 난다. 공장에서도 먼저 채택하기 유리해 주목하고 있다.
± 0.1mm 오차범위로 로봇이 정밀하게 움직이게 하기 위해 클레의 기술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동작하나?
우선 자동화 설비 구조를 알아야 한다. 크게 4가지로 구성된다. ▴전체 기계 설비가 있고, ▴머신 비전 시스템이 있다. 그 다음에 ▴전체 공정을 전기적으로 제어하는 PLC(Programmable Logic Controller) 시스템이 있다. PLC는 모든 센서와 스위치를 전기적으로 연결서 데이터를 수신하고 처리해 전체의 플로우를 관장하는 일종의 컴퓨터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로봇이 있다.
조립해야 하는 대상물이 생겼다고 예를 들어보자. 작업물이 들어왔다는 것을 PLC가 머신 비전에 알려주면, 시스템이 로봇에게 “대상물을 촬영하라”고 명령한다. 그러면 로봇이 대상물을 촬영하고, 이후 나온 데이터를 ‘제조를 위한 기준 데이터’와 비교해서 위치 보정 작업에 들어간다. “기준 데이터에는 대상물이 이렇게 위치해야 하므로, 로봇이 어느 정도 각도로 얼마만큼 움직여야 기준에 맞출 수 있다”고 계산해 알려주는 것이다. 그 결과 데이터에 맞춰 로봇이 움직여 생산 라인에서 조립과 부착을 하는 거다.
3D 카메라의 모습이 우리가 일반적으로 보는 그런 카메라의 모습은 아니다
저희가 다 설계를 해서 만든 제품이다. 프로젝트와 카메라가 들어가 있는데, 프로젝터로 패턴을 쏘고, 그 패턴이 대상물에 매치되는 것을 카메라로 찍는다. 여러 장의 패턴을 프로젝터가 쏘게 되는데, 그 과정을 카메라와 싱크를 맞춘다. 패턴을 쏘고 찍고, 쏘고 찍고를 여러번 반복한 후 그 결과물을 해석하면 3차원 데이터가 나오는 거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함께 만들면 뭐가 좋은가? 어떤 경쟁력이 생기나?
중요한 부분인데, 제조업 OEM에서는 소프트웨어의 가치를 평가하는데 박한 분위기가 있다. 반대로 하드웨어에는 평가가 후하고. 그래서 둘을 잘 결합하면 가격 유연성을 가져갈 수 있다.
또, 하드웨어랑 소프트웨어랑 같이 하면 진짜 좋은 점은 제품 개발 주기가 엄청 빨라진다는 거다. 하드웨어를 개발하는 사람이랑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사람이 크게 나눠져 있지 않다. 같이 간다. 그래서 작업 과정을 다 알고 있으므로, 소프트웨어의 프로세싱을 최적화하기 위해 하드웨어를 수정해달라고 하는 요구가 빠르게 반영된다.
투자는 어느 정도 받았나?
현재 프리A 단계에서 누적 41억원을 유치했다. 퓨처플레이와 KB인베스트먼트, IBK기업은행, 신한캐피탈, 유니온투자파트너스 등이 투자사다. 내년에 시리즈A 투자 계획이 있고, 단계적으로 2027년에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주요 클라이언트로는 어떤 곳이 있나?
현대기아차의 해외 공장에 제품 공급 계약을 수주했다. 지금 상황이 좋은 것이, 내연 기관에서 전기차로 방향이 옮겨가고 있다. 기존 공장을 증축하거나 혹은 새로 짓는 곳이 많다. 그러면서 자동화율을 끌어올리겠다고 선언을 하는 곳들이 많기 때문에, 주문도 늘어날 거라고 본다.
공장을 새로 짓는 타이밍에 들어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겠다
짓는 타이밍도 중요하지만, 공장은 주기적으로 계속 리뉴얼 하니까 계속 시스템을 교체하는 수요가 발생한다. 그런 기회가 생길 때마다 우리 기술을 많이 넣는 것이 중요하다. 인지도 상승 측면 뿐만이 아니라 관성 측면에서도 그렇다. 제품이 한 번 들어가면 우리 시스템에 익숙해져서 다른 걸로 안 바꾸려고 할 뿐더러, 우리 게 익숙해져 좋으면 다른 영역에서도 우리 제품을 도입하려고 하는 부분이 있다. 그래서 일단 많이 도입될 수 있도록 하는 전략으로 가고 있다.
매출이 나고 있나?
2021년 11월에 설립했으니 사실상 작년이 설립한 첫 해에 가깝다. 지난해 매출이 6억원이었고, 올해는 지금(인터뷰한 시점이 9월 27일)까지 14억원의 매출이 났다. 연말까지 17억원 정도를 예상하고 있다.
추가 매출은 자동차 회사의 벤더사들도 보고 있다. 벤더사들도 자동화에 굉장히 높은 욕구를 가지고 있다. 또 OEM을 하는 여러 회사들, 특히 글로벌 기업들도 주목하고 있다. 우리는 무조건 글로벌로 진출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해외에서 연락이 오기도 하기 때문에 기회를 잡으려 모색하고 있다.
글로벌로는 유사한 기술을 가진 경쟁자들이 많이 없나
대기업 규모의 기업들이 많이 있다. 3차원 머신비전이 본격적으로 도입되기 시작한 건 얼마 안 됐지만 등장 자체는 좀 됐기 때문이다. 시장이 도입기라고 생각했는데 이미 성장기, 아니 성숙기까지 벌써 가 있다.
클레는 그런 곳들과 비교해서 어떤 경쟁력이 있나?
일단 성능에서 우리가 우위를 갖고 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같이 하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지금 조금 더 기술 우위를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항상 앞서나갈 수는 없고, 금방 쫒아올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기술 개발은 계속 해야 한다.
2027년 상장을 위해 어떤 단계를 밟아가려 하나
자동차 제조 공정의 의장 단계에 먼저 집중하려 한다. 그 다음 침투 타깃은 검수쪽이다. 동시에 3D 머신 비전을 적용할 수 있는 유사한 시장으로 영역을 확장하려 한다. 반도체 검사도 있고, 물류도 있다. 글로벌로 고객사를 확장할 계획도 있고. 그래서 내년에 시리즈A, 내후년에 시리즈 B, 그 다음에 프리 IPO까지 계획을 하고 있다.
물류에 적용되는 로봇 기술은 대체로 물건을 운반하는 것이다. 물건을 집는 피킹 영역에 도전하는 건가?
그런 영역도 잘 할 수 있겠지만, 우선은 상하차 문제를 먼저 풀고 싶다. 상하차 영역에서 많은 분들이 엄청 고생을 하고 있지 않나. 그런데 로봇이 상하차에 투입되지 못하는 기술적 허들이 있다. 그걸 우리가 집중해서 잘 풀 수 있을 것 같다
어떤 기술적 허들인가?
박스들이 비정형이다. 네모 반듯한 박스만 있으면 얼마나 행복하겠나. 그런데 비닐 포장도 있고, 모양도 제각각이다. 게다가 택배 기사님들이 차량에 박스를 막 쌓는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엄청나게 숙련된 노하우로 배달 스케줄에 따라 어떤 물건이 먼저 빠져야 하는지를 다 고려해서 차량 안에 넣는거다. 그 스케줄에 맞춰 비정형 상품을 로봇이 잘 상하차 할 수 있도록 하는 문제를 풀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요즘 가장 고민하는 것이 있다면?
아까 자신있게 무조건 글로벌라이제이션 한다고 했는데, 사실 조금 막막하다. 단순한 의사소통의 문제뿐만 아니라 미국에 지사를 설립한다면 그걸 우리가 적절하게 효과적으로 운영할 수 있을까, 잘 하려면 누구에게 어떤 도움을 받아야 하나, 내가 직접 해야 하나 등의 고민이 많이 있다. 또 이런 고민을 풀기 위해선 풀타임으로 도움을 받아야 하는데, (사람을 채용하는 게) 쉽지 않다.
또 하나의 고민은, 앞으로 공장의 모든 작업자가 로봇으로 대체되는 시대가 반드시 올 거라는 거다. 그 시대에서 우리가 리더가 되려면 지금 하고 있는 형태(레거시에 3D 장비를 부착해 자동화하는 것)가 맞을까도 고민이다. 테슬라는 이걸 휴머노이드로 가겠다고 하고 있다. 물론 아직은 휴머노이드가 정말 사람처럼 잘 움직이지는 않는다. 지금의 최적화한 설비와 로봇 구성을 휴머노이드가 효율성 측면에서 이길 수 있을지, 휴머노이드의 배터리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지 등의 우려도 있다. 그렇지만 그래도 언젠가 올 수 있는 미래에 대한 대비를 우리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그런 고민이 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