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스리] 한국 패션이 미국에서 쉽게 팔리도록 돕겠다, 쿠딩

이라인네트워크에서 타트업을 뷰합니다. 줄여서 ‘바스리’. 투자시장이 얼어붙어도 뛰어난 기술력과 반짝이는 아이디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스타트업은 계속해 탄생하고 있습니다.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겠다고 출사표를 던진 이들을 바이라인의 기자들이 만나봤습니다.

“내가 입고 싶은 한국 옷을 좀 편하게 사 입어 보자”라는 생각에 유학생 셋이 쇼핑몰 사이트를 연 것이 시작이었다. 미국 콜로라도엔 한국인 유학생이 드물었는데, 이들이 입고 다니는 패션에 주변 친구들이 “어디서 살 수 있느냐”고 관심을 보인 것도 쇼핑몰 개설에 영향을 줬다.

쿠딩은 미국에서 문을 연 한국 패션 종합몰이다. 입점 계약을 맺은 국내 브랜드의 상품을 쿠딩 사이트에 올려 판매를 대신한다. 주문이 들어오면 쿠딩이 직접 국내 패션 브랜드로부터 해당 상품을 구입, 그때부터 배송과 CS, 반품 등을 맡는다.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에 따로 사이트를 개설하지 않은 브랜드가 비교적 쉽게 현지 진출을 할 수 있도록 하면서 수익을 낸다.

쿠딩 사이트. 마치 아마존에 한국 브랜드가 입점하듯, 쿠딩 사이트에 패션 브랜드가 입점하는 형태다. 이 사이트에서 주문이 일어나면 쿠딩이 브랜드로부터 상품을 사들인다. 이후 배송과 CS, 반품 등의 업무를 쿠딩 측이 보게 되는 형태다.

초창기 동대문 패션을 주요 타깃으로 문을 열었으나 이제는 인기 있는 브랜드로 입점 업체를 늘리는 중이다. 옷이나 신발 외에 화장품, 일상생활용품 등 배송에 큰 문제가 없는 전 제품군으로 취급 품목도 확대하고 있다. 카카오벤처스 등으로부터 초기 투자를 받았고, 미국에 본사를 두고 한국 지사를 운영한다.

“구글 검색최적화(SEO)를 강점으로, 미국에 진출하지 못했던 한국 브랜드의 현지 상품 판매를 늘리겠다”고 말하는 김영일 쿠딩 대표(공동 창업자)를 지난 17일 경기도 고양시에 위치한 이 회사 물류 창고에서 만났다. 김 대표는 한국 지사를 맡아 쿠딩에 입점할 국내 브랜드를 확충하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 다음은 김영일 쿠딩 대표(공동 창업자)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김영일 쿠딩 대표

쿠딩의 운영 시스템은 어떻게 되나?

한국 패션 브랜드를 계속 입점시키면서 성장해왔는데, 당시만 하더라도 시스템이 완전 자동화가 되어 있지 않았다. (각 브랜드가) 홈페이지를 가지고 있으면 크롤링 프로그램을 통해서 상품 정보나 사진 같은 데이터를 수집, 우리 시스템에 업로드를 하는 형태로 지금까지 진행을 해왔다.

지금은 브랜드나 상품이 계속 늘어나고 있어서 크롤링 시스템 만으로는 장기적으로 운영이 힘들겠다는 판단을 했고, 따라서 각 브랜드 사이트와 쿠딩의 쇼핑몰 사이에 API 연동을 모두 해놓았다. 지금 시스템이 거의 완성 단계이므로, 더이상 사람이 따로 (크롤링 등의 업무를) 할 것은 없다. 특히 한국은 대체로 카페24나 메이크샵과 같은 플랫폼을 쓰고 있기 때문에 바로 연동이 될 수 있게 해놓았다. 카페24 같은 경우 휴대폰에 애플리케이션을 까는 것처럼, 카페24를 깔면 바로 상품이 다 연동이 되도록 되어 있다.

상품 판매 프로세스를 설명해달라

고객으로부터 주문이 들어오면 발주서를 브랜드로 보낸다. 브랜드는 국내 택배로 여기(쿠딩 물류창고)로 보내기만 하면 된다. 이후에는 쿠딩의 시스템에서 주문 고객별로 상품을 선별, 각기 포장을 해 해외로 직배송하는 시스템이다.

하루에 처리하는 물량이 어느 정도 되나?

현재 상품 개수로 따지면 대략 500~600개 정도 된다.

방금 언급한 카페24와 같은 곳들도 대부분 크로스보더를 지원하고 있다. 그런데 굳이 쿠딩을 따로 써야 할 이유가 있나

국내 플랫폼에서 해외 배송 시스템을 사용을 하면 현지에서 마케팅을 할 방법이 없다. 국내에서는 거의 네이버와 같은 포털에 광고 비용을 지불하면서 마케팅을 하는데, 미국을 비롯한 해외 시장은 거의 구글을 쓴다. 구글 마케팅을 하려면 검색최적화(SEO)가 우선 되어야 하는데, 한국 시스템은 이를 잘 지원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한국에선 사이트를 예쁘게 만들려다 보니 텍스트가 아니라 이미지 기반으로 사이트를 만든다. 그러다보니 아무리 광고를 해도 SEO 점수는 마이너스가 되어 버린다.

SEO 점수가 낮으면 상품 판매에도 악순환이 일어날 수 있다. SEO 점수가 올라가려면 상품이 품절되더라도 해당 판매 링크는 살아 있어야 한다. 그래야 구글 검색 점수가 올라가고 계속 그 사이트가 활성화될 수있다. 그런데 한국 같은 경우는 상품을 팔다가 품절이 나면 그 상품을 내려버리는 일이 잦다. 국내에서 쇼핑몰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구글은 주요 시장이 아니므로 이해도가 많이 떨어지는 상태로 보인다. 쿠딩은 API 연동을 통해서 상품이 올라갈 때 뒷단에 코드를 모두 심는다. 그래야 쿠딩 사이트 내에 상품 링크가 걸리고, 자연스럽게 검색이 원활히 일어날 수 있다.

검색을 강조하는 이유는?

우리도 스타트업이니까 투자를 진짜 많이 받지 않는 이상은 광고비를 무지막지하게 써서 매출 규모를 키울 수 없는 구조다. 그래서 처음부터 오가닉 유저(광고 없이 자연적으로 유입이 이뤄진 이용자)를 확보하는데 목적을 뒀다. 키워드로 찾아 들어오는 유저를 확보하기 위해서 우리는 기존의 투자금을 (광고 마케팅이 아니라) 자체 플랫폼 개발에 모두 부었다.

검색 최적화가 목적이라면, 쇼핑몰 입장에선 쇼피파이와 같은 미국 사이트에 입점 하는 게 오히려 더 나은 것 아닌가?

그런데 쇼피파이를 쓰면 그에 대한 광고를 또 집행해야 한다. 게다가 사이트를 직접 관리해야 하는 부분도 있다. 배송도 직접 해야 한다. 보통 한국 쇼핑몰 같은 경우 내부에 개발자가 없다보니 이중으로 관리 연동하는 부분에 대해 전혀 투자를 하지 않은 곳이 대부분이다. 고객서비스(CS)나 반품 같은 것도 모두 영어나 외국어로 해야 하고 통관 이슈도 직접 챙겨야 하므로 운영에 불편함이 있는 것이다.

내(쇼핑몰)가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쇼피파이 페이지가 열리는 것과 비슷하겠다

보통 아마존에 입점을 한다고 해도 아마존 광고를 또 돌려야 한다. 배송이나 CS와 같은 추가적인 리소스도 많이 들어가야 하고. 쿠딩에 입점하면 국내 자사몰을 기존 그대로 운영하면서 해외 판매가 일어날 경우 자연적으로 그 업무를 쿠딩에서 대신 보게되는 형태다.

그럼 쿠딩이라는 쇼핑몰의 현지 인지도가 매우 중요한 부분이겠다

그렇다. 그래서 지금 쿠딩에 입점할 자사몰을 더 많이 확보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유명한 브랜드가 입점이 되어야 마케팅에도 더 잘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쿠딩의 현지 인지도는 어느 정도 되나?

처음에는 한국인을 타기팅했지만, 해외에 있는 아시아인으로 그 범위를 넓혀왔다. 지금은 현지인 메인스트림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웬만한 한국 패션 관련된 키워드로 검색하면 쿠딩이 거의 구글 첫 페이지에 노출되고 있다.

현지인이 한국 제품에 매력을 느끼나?

디자인이나 품질 부분에서 한국 제품이 좋다. 또, 외국에서는 단순한 디자인이 주로 많다면 한국의 패션은 같은 옷이라도 스타일이나 옷태(fit)가 다르게 나올 수 있다 보니까 그런 부분에서 해외 고객이 매력을 느끼는 것 같다. 특히 예전에 한류가 터졌을 때는 한국 패션을 좀 많이 찾기도 했다.

오히려 지금 케이팝 때문에 한류가 더 인기 있는 건 아닌가?

체감적으로 예전만큼 한류에 대한 열풍은 없는 것 같다. 오히려 코로나 이전인 4~5년 전에 한류 붐이 일었는데, 당시에 우리도 고민을 많이 했다. 한류를 업고 갈 것인지, 아니면 그냥 스탠다드한 쇼핑몰로 갈 것인지 말이다. 한류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예상할 수 없었고, 그래서 한류 키워드를 강조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돌이켜 보면 잘한 선택이라고 생각하나?

지금은 그렇다고 판단을 하고 있다. 그 전에 한류를 밀었던 유사 사이트 상당수가 폐업을 한 상태다 보니까 더 그렇다.

지금은 미국 현지에서 어떤 (한국) 패션이 인기가 있나?

한복을 의외로 많이 산다. 전통 한복보다는 평소에도 입을 수 있는 개량 한복 스타일이 많이 나오는데, 그런 상품은 30만~40만원 정도로 비싸도 잘 팔린다.

사이트에 올라와 있는 상품의 양 비중으로는 70~80% 정도를 여성의류가 차지하고 있는데, 의외로 남성 고객이 꽤 많이 구매한다. 판매의 절반 정도는 남성 의류다. 최근에는 화장품 판매도 많이 늘고 있다.

국가별 판매비중은 어떻게 되나

미국이 한 60~70%를 차지하고 나머지 30~40% 정도의 판매가 호주나 뉴질랜드, 싱가포르와 같은 영어권 국가에서 일어난다. 광고를 미국에만 어느정도 하고 있고 다른 나라에서는 거의 안 하는데, SEO 최적화를 시켜놓다보니 그 외의 국가에서도 판매가 생긴다. 유럽 국가는 물론이고 최근에는 중동에서도 주문이 들어온다. 전체 80개국 정도로 상품이 나가고 있다.

쿠딩의 물류창고.

수익 구조는 어떠한가

쿠딩 사이트에서 판매가 일어나면 우리가 브랜드로부터 해당 제품을 도매가로 구매한다. 판매수량만큼 저희가 입고를 하고, 여기에 배송비나 마진을 고려해 판매가격을 붙인다.

배송비나 수수료를 받는 것이 아니라?

수수료로 진행하려다보니 합포장이나 통관 이슈가 있어 수출하기 애매해지는 부분이 있더라. 브랜드마다 상황이 다르므로 아예 쿠딩이 한국지사를 통해 브랜드와 국내 거래를 하는 형태로 자리 잡았다. 브랜드로부터 물건을 구입한 한국 지사가 미국 본사랑 거래를 발생시켜 해외로 상품을 보내는 형태다. 그래야 여러 문제가 생겨도 내부적으로 업무를 처리하기 원활하다.

판매하는 물건을 모두 사들이면 재고 부담이 생기지 않나?

주문이 들어온 제품을 브랜드로부터 구입하는 것이므로, 반품이 들어오는 경우를 제외하곤 재고 부담이 없다.

원래 브랜드는 대량으로 쿠딩에 판매하는 것도 아닌데, 굳이 할인가에 쿠딩에 물건을 팔 필요가 있나?

브랜드가 직접 해외로 진출을 하려면 다른 부대 비용들이 많이 들어가니까 오히려 더 낫다고 판단한다. 추가적인 리소스 없이 그냥 기존대로 자사몰을 운영하면서 애플리케이션 하나만 깔면 해외 매출이 발생하므로, 그게 브랜드 입장에서는 가장 큰 강점으로 보는 것 같다.

고객 입장에서도 한국의 상품을 브랜들 별로 따로 구매하면 배송비가 많이 나온다. 그런데 쿠딩에 오면, (고객이 원하는 브랜드가) 쿠딩에 입점만 되어 있으면 여러 브랜드를 구매해도 한꺼번에 발송을 하니 배송비가 준다. 그래서 고객이 모이는 것 같다. 고객들로부터도 “00 브랜드를 입점시켜달라”는 요구가 많이 온다. 그런데 그게 우리 마음대로 잘 되지 않으니까.

브랜드를 많이 확보하는 것이 진짜 관건이겠다

내년 핵심성과지표(KPI) 달성은 브랜드 입점이 관건이 될 것 같다.

지금 시점에서 가장 고민하는 것이 있다면?

역시 브랜드 확장이다. 처음에 카카오벤처스 등으로부터 투자를 받고 고민을 엄청 했던 게, 마케팅에 투자금을 태워서 매출을 늘린 다음에 추가 투자를 받고 시스템을 구축할지, 아니면 투자 비용으로 시스템을 먼저 구축하고 매출을 키워나갈지였다. 어디에 우선순위를 두느냐였는데, 만약 그때 당시의 시스템 안에서 마케팅에만 집중해 매출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커지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우려를 했다. 그런 방식은 내가 막았다. 시스템을 먼저 구축하고, 마케팅에 집중하지 않았기 때문에 “투자를 받았는데 왜 매출 규모는 그대로냐”고 외부에서 안 좋게 볼 수도 있었을 것 같다. 지금은 매출이 아무리 커져도 다 시스템으로 감당할 수 있다.

앞으로의 계획은?

내년에는 제일 중요한 게 브랜드 늘리는 거다. API 연동으로 해서 한국 브랜드가 아무런 추가 비용 없이 해외 쪽으로 매출을 같이 늘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제일 큰 목표다.

그 다음으로는 고객들에게 인공지능(AI) 상품 추천을 하는 시스템 도입이다. 지금도 어느정도 그런 기능을 하지만 앞으로는 더 고도화, 자동화된 시스템을 넣으려 하고 있다. 고객이 우리 사이트에 와서 어떤 상품을 보고 있는지를 보고 추천 상품 노출을 다르게 하는 개인화 추천을 현재 준비 중이다.

브랜드가 많아질수록 상품이 늘어나는데, 앞 페이지에 있는 상품만 판매가 일어나면 안 되지 않겠나. 어떤 키워드로 쿠딩 플랫폼에 들어왔는지, 어떤 광고를 보고 들어왔는지 등을 다 수집해서 구매전환을 높일 수 있는 상품을 개인화해 노출 시키려 한다. 그래야 입점한 모든 브랜드가 어느 정도 이상의 매출을 골고루 가져갈 수 있지 않겠나.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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