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스리] 길을 비켜라, 순찰로봇 나가신다

이라인네트워크에서 타트업을 뷰합니다. 줄여서 ‘바스리’. 투자시장이 얼어붙어도 뛰어난 기술력과 반짝이는 아이디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스타트업은 계속해 탄생하고 있습니다.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겠다고 출사표를 던진 이들을 바이라인의 기자들이 만나봤습니다.

안녕, 나는 순찰로봇 ‘이로이’야. 주로 병원이나 박물관, 주차장, 쇼핑센터 같은 곳을 돌아다니면서 위험을 탐지하지. 날 만나본 어린이 친구들도 있을 거야. 너희들의 뜨거운 관심에 나도 깜짝 놀랐단다. 내가 왜 둥글둥글하게 생겼냐고? 훨씬 깜찍한 너희들이 귀엽다고 날 만지다보면 우리가 서로 다칠 수 있잖아? 그러지 말라고 내가 이렇게 만들어졌어.

날 어따 쓰냐고? 내 배를 볼래?

다시 말하지만, 내 직업은 순찰 로봇. 나한테 달린 여러 센서로 사람과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위험이 있는지 없는지를 알아보지. 손가락이 가리키는 사진을 봐줄래? 잘 보면 왼쪽 여성의 머리 위엔 ‘unknown’, 오른쪽 남성 머리 위엔 ‘CEO’라고 적혀 있지? 저 여성은 내가 이 건물에서 완전히 처음 보는 사람이야. 등록되지 않은 외부인이라, 침입자라고 볼 수 있지. 하지만 오른쪽 남성은 나를 만들어낸 내 아버지, 도구공간의 김진효 대표야.

나는 이렇게 침입자를 판별하는 것 외에도 더 많은 능력을 가지고 있어. 공사 현장에서 일할 때는, 사람들의 머리 둘레를 측정해서 안전모를 썼는지 안 썼는지를 알아보기도 하지. 병원이나 공원, 지하상가 같은 델 돌 때는 사람들의 머리 위치를 파악하기도 해. 누군가 머리가 땅에 닿도록 쓰러져 있다면, 내가 실시간 보내는 영상으로 위험을 파악한 관리인들이 급하게 구조 활동을 시작할 수 있도록 말이야. 화재나 가스누출, 범죄처럼 위험한 상황을 빨리 발견해서 사람들이 조금 더 안전하게 살 수 있도록 돕는게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이야.

나는 요즘 좀 신나 있는데, 오는 11월 17일부턴 개정된 지능형 로봇법이 실시돼. 이제는 보호자 없이 로봇이 혼자 돌아다닐 수도 있고, 사람들처럼 보도를 이용해 움직일 수도 있어. 앞으로 나나 내 동료를 찾는 사람이 조금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고. 엇, 그러면 위험한 건 아니냐고? 그렇진 않아. 아래 사진을 잠깐 봐줄래?

보호자가 있건 없건 내 행동은 영상을 통해 사람이 늘 확인하고 있어. 내가 보내는 위험 정보를 확인하고, 필요할 경우에 조치를 취해야 하기 때문이야. 내가 상당히 똑똑하긴 하지만, 어떤 행동을 할지 결정하는 것은 아직은 사람의 몫이야.

나는 집에서 가족들이 손수 조립해 만들었어. 나를 포함해서 서른대 안팎의 로봇이 이렇게 집에서 태어났는데, 요즘 나를 찾는 곳들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고 그러더라. 아빠가 그러는데, 보급형 로봇이 준비되면 연간 1500대 수준의 순찰 로봇을 만들어낼 계획을 갖고 있대. 앞으로의 로봇들은 아마 공장에서 빠르게 생산되지 않을까?

밑에는 <바이라인네트워크> 기자가 김진효 대표랑 만나서 나눈 대화야. 지난 8일에, 연세대학교 공학원에 입주해 있는 우리 회사, ‘도구공간’으로 찾아왔더라고. 옆에서 들어보니까 날 왜 만들고 있는지, 어따 써먹으려고 하는지 그런 이야기들을 하더라.

왜 하필 로봇인지 나도 그간 궁금했는데, 아빠는 “아이폰처럼 문화를 바꾸는 기술을 빠르게 개발해서 적용해보자”고 생각해서 나를 만들기로 결정했대. 언젠가 1인 1로봇 시대가 올텐데, 지금 빨리 기술과 경험을 쌓아놓아야 경쟁력이 있다고 본 거지. 로봇계의 애플이 되겠다는 얘기로도 들리는데, 뭐 거창하다고? 인생 다 그런 거 아니겠어?

로봇 삶에 어떤 변화를 갖고 거라고 봤나?

김진효 도구공간 대표(이하 생략, 대문 사진)= ‘피지컬 컴퓨팅’이라거나 ‘물리 AI’라는 표현을 많이 쓰는데, 최근에 다시 ‘백 투 오프라인’이 강조되고 있다. 직접 경험이나 물리적 도움을 주는 것이 중요해지면서 관련 기술이 많이 개발되고 있다. 따라서 1인 1 로봇 시대가 됐을 때를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 앞으로는 누구나 나만의 커스터마이징 된 로봇을 가지고 활용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갈 거다.

과정에서 도구공간이 먼저 집중한 분야가 순찰 로봇인데

실내용과 야외용, 두 가지 순찰 로봇을 하고 있다. 이 로봇이 지금은 공장 내부나 발전소 외곽, 병원, 공원 등을 순찰하고 방역하면서 화재나 쓰러져 있는 사람, 침입자, 비명이나 유리창 깨지는 등의 소리, 안전모 착용 여부 등을 감지해 위험을 예방한다.

최근에 칼부림 사건이나 치안과 관련된 이슈들이 많아졌다. 미국에서는 로봇이 현장에 도입되는 것만으로도 범죄율을 낮출 수 있다는 연구결과들이 나온다.  우리나라 꽤 안전한 나라기는 하지만 글로벌로는 사람이 순찰을 돌면서 치안을 책임지는 것이 굉장히 제한적이고 여전히 위험하다. 사람이 하루에 한 번, 또는 한 시간에 한 번 하던 순찰을 로봇이 더 많이 반복하면서 데이터를 축적하고 분석해 위험을 막을 수 있다.

돌아다니는 CCTV 같다

그렇다. 우리도 ‘이동형 CCTV’라고 부른다. 순찰로봇을 3단계로 나눠 정의한다. 그 중 이동형 CCTV가 1단계다. 원격지에서 현장의 영상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게 하거나 사람이 원격으로 관제를 계속해야 한다. 2단계는 로봇이 순찰에 특화한 AI를 탑재하고 다니면서 위험 상황을 자동으로 감지하는 거다.  3단계는 위험 상황에 초기에 대응하는 것까지 나아간다.

예를 들어 화재가 발견되면 소화기를 분사한다든지 쓰러져 있는 사람이 있으면 심폐소생할 수 있는 장비나 응급키트를 현장까지 날라다 주는 등의 행동을 할 수 있는 단계다. 아직은 시간이 더 필요한 일이지만, 범죄자인 경우에 테이저건을 쏘거나 안개를 분사하는 기능 등을 탑재할지 여부에 대해 논의가 되고 있다.

도구공간의 로봇 기술은 어느 단계에 있나?

현재 1단계와 2단계를 하고 있고, 3단계를 준비 중이다.

영국에서 얼굴 데이터를 바탕으로 인공지능이 범죄 경력이 있는 이를 미리 판단, 도난을 방지하겠단 기술이 쓰이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인공지능이 잘못 판단할 우려는?

예를 들어서 화재 탐지 정보는 로봇이 자동으로 검출할 수 있어도, 이 정보를 바탕으로 진짜 화재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사람이 하고 있다. AI가 아직까지는 완벽할 수 없다. 사람의 판단을 보조하기 위해 제공하는 정보일 뿐이다. 사람에 대한 것도 마찬가지다. 이 사람이 범죄자이기 때문에 (가게에) 들어와도 된다, 안 된다 결정하는 것은 결국 사람이다. 사람이 판단을 해 액션을 취하도록 하는 것이 현재 우리가 추구하는 방향이다.

사례에서 프라이버시 침해도 문제가 됐다

로봇 솔루션을 만드는 곳에서 직접 프라이버시 보호나 데이터 보안 정책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도 SK쉴더스와 같은 업체에 서비스를 공급한다. 서비스를 도입하는 곳에서 각자 준비해 놓은 데이터 처리방식이 있으므로, 우리는 그에 맞춰 솔루션을 제공한다.

솔루션을 만드는 회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도구공간의 강점은?

하드웨어랑 소프트웨어를 모두 직접한다. 저렴한 외산 로봇 플랫폼 가져다 쓰면서 소프트웨어만 직접 만다는 로봇 회사가 굉장히 많은데, 이 경우에는 현장에 새로운 서비스로 제공하기에는 어려움이 많다. 서빙과는 달리 순찰은 고객이 원하는대로 커스터마이징을 해야할 경우가 많아서다. 어떤 환경에서든 고객이 원하는 기능을 제공하려면 하드웨어 역량이 반드시 필요하다. 도구공간은 기기 디자인과 회로 설계, 소프트웨어, AI 등을 모두 한다. 인하우스에서 구축한 기술 스택에 대한 역량이 첫번째 특징이다.

두 번째는 순찰 로봇 영역을 우리가 선점하고 있다는 부분이다. 지금까지 30여개 로봇을 운영하면서 데이터를 많이 확보했고, 정확도를 올렸다. 순찰에 특화한 AI가 학습이 많이 된 데다 계속해 관련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다는 것이 강점이다.

순찰로봇이 집중해야 할 핵심 기술은 무엇인가?

본격적으로 순찰 안전 서비스로 가는 것이 핵심이다. 이걸 ‘비헤이비어(behavior, 행동)’라고 보통 표현을 한다. 로봇에 굉장히 다양한 시나리오가 있는데 그때마다 로봇이 누구한테 신고를 하고 어떤 정보를 취득할지 등의 행동을 결정하게 만드는 것이 노하우이자 이 서비스의 핵심이다.

계기판을 찍어서 서버에 올린다든지, 조도의 변화를 인식한다든지, 음성의 크기나 음향의 종류를 파악하는 것 등, 안전과 관련한 분석을 할 수 있는 서비스가 되게 중요하다. 그간 사람이 순찰하는 서비스는 각자 맡은 구역에 이상이 있는지 없는지만 확인하는 시스템이었다면, 굉장히 입체적으로 정보를 수집하는 로봇 서비스가 새로 생긴 거다.

이런 정보는 대형 물리보안업체에서도 아직 가지고 있지 않다. 잘 조합을 하면 위험을 나타내는 트렌드를 파악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수집할 수 있는 정보 중에 사람 밀집도가 있다. 주변에 지금 사람이 몇 명이 있는지를 파악해 ‘복잡’ ‘한산’ ‘사람 없음’으로 측정할 수 있다. 이태원 사고 이후에 공공기관에서 그런 정보를 원하기도 한다.

샌드박스로 실외 로봇을 운영하면서 생각지 못했던 고충을 겪은 것이 있다면?

초기에는 귀엽게 보이려고 더듬이처럼 안테나를 만들어 달기도 했는데, 아이들이 그걸 만져보다가 부러트리거나 고장을 내는 경우들이 생기더라. 그래서 로봇을 더 튼튼하게 만든다거나 아이들이 관심을 덜 갖게끔 귀여움을 감추는 형태로 디자인을 바꾸기도 했다. 로봇 업계들이 안전과 관련한 이야기를 하면서 눈물을 머금고 이렇게 말하기도 한다. “우리 로봇은 안전한데 사람들이 로봇을 너무 때린다, 안전을 좀 보장해달라”고(웃음).

순찰 로봇 시장 규모는 어떻게 추산하나?

연간 한 15조원 정도 규모로 추산하고 있다. 그중에서 실제로 로봇이 대체할 수 있는 시장은 한 8조 원 정도로 보고 있고. (대중화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일이라고 보고 있고, 당연히 국내보다는 글로벌 시장이 크므로 올해부터 해외 시장을 노크하고 있다.

진척된 진출 계획이 있나?

중동 아부다비나 두바이 쪽과 긴밀하게 논의 중이다. 빠르면 11월 정도, 아부다비로 첫 수출 사례가 나올 수 있을 것 같다. 또, 미국이 선진 시장이지만 제일 치안이 위험한 곳이기도 하다. 이런 곳에서 로봇 도입 이후 총소리나 사건사고, 강력범죄가 얼마나 줄었는지에 대한 통계가 나오기 시작했다. 뉴욕에서도 경찰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서 로봇을 도입하겠단 발표를 했다. 그런 관점에서 미국 시장을 좀 주의 깊게 보고 있고, 내년에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

아부다비에서는 어떤 어떤 수요가 있나

로봇이 잘 할 수 있는 곳은 인건비가 아주 비싸거나 환경이 열악한 곳이다. 두바이나 아부다비 같은 경우에는 (인간이 노동하기) 열악한 곳에 해당이 된다. 그런 이유에서 인도네시아도 시장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 인건비가 싸서 후순위 시장으로 생각해왔는데, 오히려 굉장이 연락이 많이 온다. 실제 사람 순찰 서비스의 품질이 낮아서 로봇이 AI를 가지고 더 나은 서비스를 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순찰로봇을 넘어 영역을 확대할 계획이 같은데

다양한 환경에 안정적으로 운행하는 순찰로봇의 로직들이 완성이 되고 있다. 순찰하다가 서빙이나 배달도 할 수 있다. 그런 확장성을 강점으로 생각하고는 있다. 다만, 순찰 서비스도 아직 완성이 100% 안 됐기 때문에 우선은 순찰에 집중하자는 방향성을 갖고 있다.

로봇 대중화의 걸림돌 하나로 가격 장벽을 말하는데

서빙로봇은 한 사람의 인건비와 비교하지만, 순찰 로봇은 3인분과 비교한다. 순찰은 24시간 진행되어야 하므로 3교대가 되는데 이를 로봇 한 대로 대체할 수 있다.

로봇 사람의 일자리를 대체한다는 측면에서의 저항감 있지 않을까?

결국에는 양질의 일자리가 중요한 것 아닌가? 인구 감소나 일자리의 품질 자체가 떨어지는 문제가 커서 심각한 갈등은 없을 거라고 본다.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봐도 그렇다. 순찰 인력을 구하기 너무 어렵고, 위험한 일이라 이탈도 많다고 한다. 그런 부분에서 로봇이 일자리를 대체하는 것이지, 사람이 하고 싶어하는 일이나 생존권을 위협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공장에서 순찰 로봇 덕에 내 안전을 계속 모니터링 할 수 있다며 만족감과 고마움을 표하는 경우들이 있다.

쌓인 데이터 많으니 로봇과 별개로 해볼만한 일이 있을 같다

공공으로 유용한 데이터가 있다. 그간 서울시나 지자체 등에서 운영하는 대기환경질 측정 센서가 일부 건물 옥상이나 상징적인 곳에만 설치되었는데 로봇은 연속적으로 굉장히 넓은 면적에서의 데이터를 쌓고 있어 초미세먼지 측정 등에 대한 (지역에서 보다 정확한) 정보를 가질 수 있다.

노면 상태 모니터링도 한다. 아스팔트가 꺼진 데나 싱크홀, 또는 빙판을 탐지한다. 이런 데이터로 휠체어가 갈 수 있는 곳과 없는 곳을 파악할 수 있다. 보험 상품에서 필요로 하는 가치 있는 데이터들도 모을 수 있어 레퍼런스를 만들어보자는 요구도 많이 온다. 공장과 발전소 외곽 순찰에 대한 초기 만족도가 제일 높다.

다만, 공원 순찰 같은 경우는 취지가 매우 좋은데도 불구하고 화재 등 심각한 위험이 벌어지지 않으면 로봇의 유용성을 설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안전을 위한 로봇을 정책 제도로 도입하자는 것이 우리의 비즈니스 방향이기도 하다.

개정 로봇법에 아쉬운 부분은 없나? 아니면 정말 됐다고 보는 부분은?

속도감에 있어서 만족을 한다. 시장에서 준비되기 전에 선제적으로 법이 제정된 것은 굉장히 고마운 일이다. 그러나 그만큼 업계에서 준비가 됐느냐 하면, 그 부분에선 오히려 (업계가) 반성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장보 법이 빨랐다

일부 그런 그게 있다. 그러다보니 업계가 긴장할 일도 생긴다. 법이 제정되기까지 도구공간을 비롯해 수많은 로봇 회사가 실증사업도 하고 의견도 내왔다. 그런데 법으로 토대가 마련되고 나면 이때부터 중국산, 러시아산, 미국산 등의 저가형 로봇이나 해외에서 안전을 검증한 플랫폼이 물 밀듯 들어올 수 있다는 걸 굉장히 긴장하면서 보고 있다. 업계에서는 그런 우려가 있고, 산업 육성을 위해서라도 (수입산에 대비한) 안전장치나 세금 혜택 등 로봇 기업을 도와줄 수 있는 대책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투자 유치 상황은?

지금까지 퓨처플레이, 삼익매츠벤처스 등으로부터 40억원을 투자 받았다. 새로 투자 유치를 준비 중인데, 그렇게 마련한 돈은 로봇 양산과 해외 시장 마케팅에 쓸 예정이다.

앞으로 계획은?

“Making the world safer”라고 우리는 이야기한다. 시큐리티 로봇으로 세상을 더 안전하게 만드는데 기여를 하고 싶은 게 우리의 목적이다. 그런 걸 더 잘 할 수 있도록 하겠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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