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뭔가요] 로봇의 길눈을 밝혀주는 ‘실내측위’

저는 길눈이 어둡습니다. 자주 오가는 거리도 지도의 도움을 받을 때도 있고, 슈퍼라도 들어갔다가 나오면 가려던 목적지의 방향이 제 왼쪽인지 오른쪽인지 헛갈려 낭패를 겪기도 합니다. 이런 사람을 길치, 방향치라고 하죠. 방향을 잡기 어려워 하는 길치들은 주로 커다란 건물이나 간판 같은 지물지표를 길잡이 삼거나, 역시 지도앱을 켭니다. 그런데 서울 삼성동 코엑스와 같이 복잡하게 얽힌 데다가 다 비슷해 보이는 가게만 즐비한 커다란 실내에선 길찾기가 한층 어려워지죠. GPS가 잘 안 터지니까 지도앱도 크게 소용이 없습니다.

로봇도 마찬가지입니다. 요즘은 이동식 로봇이 실내에서 사람과 협업하며 일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는데요. 이 로봇도 실내 공간을 잘 파악해야 실수 없이 제대로 움직이면서 제역할을 해내겠죠. 그래서 로봇이 제대로 위치를 파악, 이동할 수 있도록 하는 ‘실내측위’ 기술이 지속해 개선되고 있습니다. 오늘은 이 실내측위(Indoor Positioning System, IPS), 다시 말해서 ‘실내 위치 추적’ 기술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실내측위란?

GPS 덕에 건물 밖에서는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아주 근소한 오차 범위 안에서 파악할 수 있게 됐죠. GPS는 위성을 이용하는데요, 정밀한 궤도를 통해 하루 두 번 지구 주위를 공전하는 위성이 고유의 신호와 수치정보(파라미터)를 전송하면 GPS 장비가 이걸 받아서 정밀한 위치를 계산해내는 것이죠.

그러나 실내는 아닙니다. 실내에선 위성이 보내는 신호를 받기 어려우니 제대로 된 위치를 알아내려면 별도의 기술이 필요한 겁니다. 카메라와 라이다 같은 센서와 고정밀 지도, 와이파이나 블루투스 같은 것들을 활용해 실내에서 사람이나 로봇이 자신의 위치를 알아내는 것이죠.

아주 단순하게 이해하려면 로봇청소기를 떠올려 볼 수 있습니다. 로봇청소기가 홀로 집안을 돌아다니면서 구조를 머릿속에 담습니다. 이 과정을 맵핑이라고 하고요, 맵핑이 끝나면 청소기가 알아서 가구나 문턱을 피해가면서 청소를 합니다.

다만, 자율주행 로봇은 로봇청소기보다는 고도의 기술이 들어가야겠죠. 단순한 맵핑 정도로는 사용이 불가능합니다. 투입되는 공간이나 업무가 훨씬 복잡하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물류센터에 투입된 자율주행 로봇은 상품이 적재된 수많은 선반을 정확히 찾아가야 하고, 다른 로봇이나 사람과 부딪히지 않으면서 유동적으로 일해야 합니다. 이 일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 그간 개발된 기술에는 뭐가 있는지, 다음 단락에서 소개하겠습니다.

실내측위를 위해 개발된 기술들

건물 안에서 정확한 위치를 알기 위해선 다양한 센서와 신호기술을 필요로 합니다.

우선 센서 이야기부터 할까요. 통상 실내를 돌아다니는 자율주행 로봇은 우선 카메라를 기본으로 하죠. 카메라를 써 실내측위를 하는데 공을 들이고 있는 곳은 네이버랩스가 대표적입니다. 지난 2019년에 실내자율주행 서비스 로봇 ‘어라운드(AROUND)’를 공개한 바 있죠.

어라운드는 값비싼 센서 대신 맵핑 기술과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제작 비용을 크게 낮춘 것이 특징입니다. 스캔용 로봇이 주변을 인식해 3차원 지도를 만들어 클라우드에 올려 놓으면 서비스 로봇이 그 내용을 받아 목적지까지 위치를 파악, 경로를 설정해 주행할 수 있게 했죠. 당시에도 제작 비용을 크게 낮췄다는 점이 특징으로 강조했습니다.

카메라 외에 대체로 2D 지도 구현을 위한 라이다 센서도 많이 씁니다. 라이다는 로봇과 같은 물체가 주변의 사물을 인식하기 위해 레이저 신호를 이용하는 기술인데요. 라이다가 폭이 아주 짧은 레이저(펄스 레이저)를 직진으로 쏘면, 신호가 주변 사물과 부딪힌 후 돌아옵니다. 이걸 분석해서 위치나 이동 방향, 속도 같은 걸 파악하게 합니다.

신호기술을 보겠습니다. 꽤 많은 기술이 현존하고 있는데요 그중 대표적인 것을 훑어봅니다.

와이파이(Wi-Fi) 포지셔닝 기술
: 가장 쉽고 편하게, 그리고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기술입니다. 실내에 이미 구축되어 있는 무선랜(WLAN) 네트워크를 이용, 수신된 신호의 강도를 분석해 환경을 추적하고 모니터링하는 방식이죠. 사례도 있습니다. 무선 액세스 포인트(AP)라고 불리는 네트워크 노드의 위치정보를 기반으로 약 1m에서 20m 사이의 정확도로 연결된 모바일 장치의 위치를 찾아냅니다.

2010년부터 제공된 마이코엑스 (myCoex)가 대표적인데요, 코엑스 내부에 설치된 고유번호를 가진 3000개 이상의 AP들의 신호세기를 비교, 사용자의 위치를 파악하고 건물 내부 지도에 맵핑합니다. 대부분의 와이파이를 사용하는 실내측위 서비스들은 이러한 방법을 활용하죠(2022년 5월 발간된 한국인터넷진흥원 보고서 참조). 다만 이 방식이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고요, 데이터를 수집할 때 주변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움직이는 물체에 대한 정확도 파악이 상대적으로 느리다는 단점이 있죠.

– 블루투스나 비콘을 이용한 포지셔닝 기술
: 무선 주파수(RF) 모듈을 이용한 기술이죠. 블루투스 저전력 프로토콜(BLE) 지원 센서나 비콘을 써서, 실내 공간에서 스마트폰이나 추적 태그와 같은 블루투스 기기를 감지하고 위치를 파악합니다. 전력을 적게 먹는다는 장점이 있지만 센서나 비콘의 밀집도에 따라서 위치 정확도가 달라지는데요, 블루투스로 스마트폰과 이어폰을 연결해 본 경험이 있으신 분들은 알겠지만 동작 범위가 짧습니다. 그래서 얼마나 센서를 실내에 많이 부착하느냐가 중요합니다.

참고로, 비콘이 뭐냐면 한때 가게 앞을 지나가면 해당 상점의 할인 쿠폰 등이 손님 스마트폰 위에 알림으로 뜨는 기술이 언론에 많이 소개되곤 했는데요, 이걸 가능하도록 매장 등에 설치한 기기가 바로 비콘입니다. 특정 위치의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사용되는 장치로, 블루투스 4.0 기반 프로토콜을 써서 주변에 신호를 전달하는 역할을 합니다.

주파수 기반 포지셔닝 기술
: 근거리무선통신(RFID)이나 적외선, 초음파 같은 것을 이용하는 기술입니다. 각각 RFID 태그로 와이파이나 블루투스 등의 전송망을 이용해 위치 측정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실내 곳곳에 부착된 적외선 센서가 고유 ID 코드를 가진 적외선 장치를 인식해 위치를 찾아내거나, 초음파를 발사해 벽에 부딪혔다가 반사되는 것을 포착해 위치와 건물내부의 형태 파악하는 식의 기술들이죠.

주소기반 실내 내비게이션
: GPS가 있는 것 만큼 정확한 위치 추적을 하기 위해서 ‘주소기반 실내 내비게이션’이란 것도 등장했습니다. 지난해 말, 행정안전부와 대전광역시 유성구가 대전 신세계백화점에서 주소기반 실내내비게이션 시연 행사를 열었는데요. 복잡한 건물 내부를 전자지도로 구축하고 상가마다 호수를 부여해 주소체계 세분화를 추진한 결과 나온 개념입니다. 새로 구축된 실내 전자지도에 여러 가지 실내 측위 기술이 결합했습니다. 특히, 건축물 도면을 주소정보로 제작하는 도구(툴)와 모바일에서 실내위치를 정확하게 바로잡아 주는 실내 특화형 맵매칭(Map Matching) 기술이 해당 시연에서 공개됐다고 합니다.

어디에서 쓰이?

실내측위를 필요로 하는 시장은 점점 넓어지고 있습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이제 실내외 안팎에서 로봇을 필요로 하는 일이 늘어나고 있어서죠. 일단 식당에서 일하는 서빙로봇이 많아졌고요, 아파트나 백화점, 공항, 병원 같은 곳에서도 건물 내부를 돌아다니면서 순찰하고 물건을 날라다 주는 역할을 하는 로봇도 그 수요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물류센터와 같은 곳에서는 로봇이 상품의 입고와 출고를 맡아 움직이기도 하고요.

또, 최근 주목받는 기술 중에 증강현실(AR)이란 것이 있습니다. 현실 세계 위에 가상의 캐릭터나 콘텐츠, 정보 등을 띄우는 것인데요. 이걸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근거리 무선통신 기술이 적용된 LBS 기술들을 활용해 위치를 인식하거나, 촬영한 영상내 인식된 사물과 이 사물의 정보를 기반으로 위치를 인식하고, 이의 위치와 관련된 정보를 스마트폰, 태블릿 등 모바일 기기나 Head Mounted Device (HMD)와 같은 디스플레이상에 표현하는 것입니다(2022년 5월 발간된 한국인터넷진흥원 보고서 참조).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3 댓글

  1. 음… 일반적인 내용 나열외에 보다 최신 기술 트렌드도 포함되어 있었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드네요.

  2. 아, 다른 의도가 있어서라기보다는 이쪽에 관심이 많아서 살펴보는 중이라 제가 모르는 정보도 얻을 수 있기를 기대하는 마음으로 기사를 클릭해서 드린 말씀입니다. 혹시라도 오해하지마셨으면 해요 🙂

    1. 지적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최신 기술 트렌드와 관련해서 추가로 알아보고 기사를 업데이트 해보겠습니다. 이 코너의 취지가 계속해 내용을 업데이트 해가는 것이기도 합니다. 내용이 추가되면 답글 남겨주신 주소로도 알려드릴게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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