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스리] 하반기 최대 IPO 기대주 파두, 어떤 일을 하나

파두는 올 하반기에 기업공개(IPO)를 하려는 곳 중 가장 큰 기대를 받는 회사입니다. 희망 공모가의 최대치(1937억5000만원)로 계산하면, 예상 시가총액이 1조4898억원입니다. 말그대로 유니콘이죠. 오는 27일이 청약기일인데요. 뭘 하는 곳이냐 하면,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고성능 서버의 SSD 컨트롤러를 설계하고 SSD 완제품 모듈을 개발해 생산하는 회사입니다.

다만, 제품 생산을 직접 하진 않고요. 고객의 주문을 받아 반도체를 설계하고 양산은 위탁하는 팹리스(**공장이 없다는 뜻)입니다. 공장이 없다고 무시할 수 없는 것이, 통신칩으로 유명한 퀄컴이나 모바일 칩 대장 ARM 같은 곳들도 모두 칩 설계만 합니다. 이런 회사들의 생산을 대신해주는 곳이 대만의 TSMC와 같은 곳이죠.

얘기가 좀 돌았네요. 다시 파두가 주로 하는 일로 돌아가봅니다. SSD는 컴퓨터의 저장장치로, 낸드 플래시라는 메모리를 핵심으로 합니다. 여기에 정보를 빨리 써놨다가 필요할 때 잘 불러내려면 똑똑한 두뇌가 연결되어야 하는데요, 콘트롤러라는 시스템 반도체가 그 역할을 합니다.

지금까지 이런 반도체를 만드는 곳은 국내에선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같은 회사 정도가 전부였습니다. 그런 시장에 스타트업인 파두가 용감하게 도전장을 낸 거죠. 물론, 파두는 두 회사와는 달리 공장을 직접 갖고 있진 않고요. 고객의 주문을 받아 반도체를 설계만 하고 생산은 위탁하는 팹리스 형태입니다.

지난 6월, 전북 전주에서 열린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생태계 컨퍼런스에 이지효 파두 공동대표가 발표를 했는데요. 당시 이 대표의 말에 따르면, 이제는 한국에서도 반도체 설계에 스타트업이 도전해볼만한 환경이 됐습니다. 그는 “과거와는 달리 지금 상황에서는 한국에 있는 좋은 역량을 활용해 저 막대하게 큰 시장에 한 번 뛰어들어가볼 수 있는 것 아니냐는 고민으로 회사를 시작했다”고 말했습니다.

지금까지 국내 팹리스들이 대기업에 납품하기 위해 단가 경쟁에 중점을 둬왔다면, 이제는 글로벌 시장에서 고 부가가치 혁신 제품으로 선도 지위를 확보할 수 있다는 자신이 생겼다는 이야깁니다.

물론, 그래도 스타트업이 반도체 판에서 자리잡기란 어려운 일이죠. 이 대표는 “처음에 제품이 나왔을 때만 해도 쉽게 장사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한국에서 온 아무도 모르는 업체이다 보니 물건을 제대로 못 팔았다”면서 ” 3~4년 동안 고객을 설득하고, 양산을 진행하는 시기를 거친 후에야 매출과 이익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고 가장 어려웠던 시절을 회고하기도 했습니다.

숫자를 놓고 판단한다면, 파두는 자체적으로 만들어 놓은 로드맵을 따라 잘 성장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연결 재무제표 기준 매출액이 2020년에는 8억원 수준이었는데 2021년에는 42억원, 그리고 2022년에는 564억원까지 성장했습니다. 회사 측이 공시를 통해 밝힌 올 1분기 매출액은 대략 177억원입니다.

성장 기세가 좋고 기업 가치 평가도 높은 편이지만 파두의 앞날이 무조건 안정적이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파두가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기재된 투자 위험 요소 중 중요한 부분의 일부도 짚어 보겠습니다. 파두 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회사가 처해 있는 글로벌 경기침체와 증시변동에 따른 위험은 제외하고요.

우선 ‘미중 분쟁 등 지정학적인 리스크에 따른 위험’입니다. 처음에 말했지만, 파두는 반도체를 직접 생산하지는 않습니다. 파두가 만드는 제품은 대만의 TSMC가 양산하죠. 잘 아시겠지만, 대만과 중국 간 긴장이 높아지면서 TSMC의 생산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고요. 파두가 미국을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데, 따라서 데이터 센터 시장의 두번째 큰 손인 중국으로의 확장이 불확실해질 위험도 존재합니다.

또, 신규 세대 SSD 컨트롤러 사업화가 지연될 우려가 있죠. 왜냐하면, 콘트롤러는 PCIe(입출력을 위한 인터페이스) 세대의 변화에 따라서 같이 달라지는데 이는 인텔과 AMD의 CPU 플랫폼에 의해서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즉, 파두가 잘하는 것과 별개로 인텔과 AMD가 차세대 CPU를 얼마나 제때 잘 만들어내느냐가 회사의 사업의 흥행 여부를 결정짓게 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되는 거죠.

사람과 기계가 만들어내는 정보가 많아지면서 데이터센터 역시 더더욱 커질 것은 분명하지만, 경제 지표가 안좋아져서 SSD의 수요 하락이 있을 수도 있다는 것도 우려할 부분입니다. 파두 측도 보고서에서 “기업용 SSD의 고객인 데이터센터들도 불황에 대비한 인력구조조정, 데이터센터 투자축소등을 적극적으로 검토/실행하고 있는 상황”을 지적합니다. SSD 수요 하락은 낸드 메모리의 가격 하락을 끌어오고, 이는 기업이 SSD 구매를 미루게 하는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회사가 미래 비전을 보고 사업을 확장하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그 확장 자체가 회사의 수익엔 마이너스가 될 수 있습니다. 당장은 돈이 되지 않는 기술에 연구개발비를 많이 써야 하니까요. 파두 측은 현재 ▴연산반도체(트랜스코딩 반도체와 DPU) ▴통신반도체(CXL 네트워크 반도체) ▴저장반도체(CXL 메모리용 반도체) ▴전력반도체(PMIC) 등의 과제를 진행 중에 있는데요. 이 새로운 제품들이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는 아직 아무도 모르는 일이죠.

출처=파두 증권신고서

무엇보다도, 안정적 고객사를 얼마나 확보할 수 있느냐가 파두가 계속해 성장할 수 있을지를 가를 주요한 부분입니다. 현재 파두의 SSD컨트롤러와 SSD 모듈을 사가는 곳은 두 군데 회사입니다. 파두 측은 증권신고서에서 “당사의 매출이 본격적으로 발생하기 시작한 2021년, 2022년 및 2023년 1분기까지의 당사 매출 구성을 살펴보면 이 2개업체가 각각 86.3%, 99.5%, 98.8%로서 특정 회사에 대한 매출 집중도가 높은 편”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초기 회사에게 이런 회사들은 좋은 레퍼런스가 될 수 있고, 고객사들이 파두의 제품을 써서 경쟁력을 가져간다면 파두의 제품을 사가는 회사도 더 많아질 수 있죠. 그런 면에서 초기 레퍼런스를 가질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스타트업에게는 행운인 상황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반대로, 아직은 고객사가 매우 한정적이므로 이 고객들의 마음이 바뀌거나 하는 상황이 온다면 파두에도 큰 타격이 있을 수 있습니다.

파두는 앞으로 데이터센터의 가장 중요한 문제를 풀어낼 수 있는 핵심 반도체들로 영역을 확장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잇습니다. 데이터센터에서 요구하는 차세대 반도체 군을 종합적으로 갖춘 종합 반도체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계획인데요. 반도체는 세계 경제를 좌우할 가장 중요한 제품이죠. 이 영역에서 어디가서 명함을 꺼내놓을 수 있는 국내 기업이 하나 더 생긴다는 것은 환영할 일입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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