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은 왜 ‘온플법’을 우려할까요?

두 회사가 있습니다. 실제로 있던 일입니다. A라는 회사는 원래 한 달에 100만명이 안 되는 이용자가 찾던 작은 플랫폼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회사가 갑자기 이슈몰이가 되면서 한 달 만에 가입자 수가 1000만명이 넘어가는 잭팟이 터졌죠. 하지만 A 플랫폼의 인기는 꾸준하진 못했고, 어떤 달은 이용자 수가 그 밑으로 떨어지기도, 어떤 달은 또 1000만명을 넘기기도 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쓰는 B라는 플랫폼도 있습니다. 1000만명이 넘는 이용자를 상시적으로 확보한, 말 그대로 ‘성공한 스타트업’이지만 돈을 벌진 못합니다. 적자만 수백억원이 쌓였습니다. 1000만명이 쓰는 플랫폼이라니, 영향력이 대단하지만 아직은 적절한 수익모델을 찾지 못한 것이죠.

두 회사 이야기를 꺼낸 것은 최근 스타트업 업계의 이슈가 되고 있는 ‘온라인 플랫폼 규제 법안(이하 온플법) 제정’ 때문입니다. 국회가 19일 의원회관에서 주최한 국가현안 대토론회 ‘벤처·스타트업 활성화 입법과 정책과제’의 주제발표에서도 온플법이 다뤄졌습니다.

온플법의 핵심은 “대형 온라인 플랫폼의 불공정 거래행위를 막겠다”는 것입니다. 대형 플랫폼이 시장을 독점하면 새로운 혁신기업의 성장과 경쟁을 저해할 수 있고, 그로인해 소비자의 피해 역시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죠.

국회에 발의된 관련 법안만 18건인데, 대체로 매출이나 판매액을 근거로 규제 대상을 지정하자고 합니다. 얼핏 들으면 꼭 필요한 내용같습니다. 그러나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온플법이 부정적 파급효과를 발생시켜 오히려 혁신을 저해할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최항집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은 이날 주제발표에서 “플랫폼은 양적 성장을 먼저 하고 이후 질적 성장을 하는 구조를 띄고 있어, 온플법을 그대로 적용할 경우 실제로는 적자인 스타트업도 규제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법안들이 플랫폼 산업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인데요.

최항집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

특히, 규제를 하자는 이야기가 마구 터져 나온 것이 지난 2022년 10월 이후라는 데 주목합니다. 이때 혹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 나시나요? 카카오 데이터센터 화재사건이 있었습니다. 카카오의 데이터센터에 불이 나면서 카카오톡, 카카오택시를 비롯해 많은 국민이 쓰는 서비스가 먹통이 됐고, 그로 인해 소비자 불편이 컸죠. 카카오톡이라는 대중적 플랫폼이 얼마나 강력한 영향력을 갖는지 실감할 수 있었던 사건이었습니다.

그 사건 이후로 온플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바람이 국회에 강하게 퍼졌습니다. 21대 국회에서 온라인 플랫폼을 규제하자는 입법안이 총 18개가 올라와 있는데요 그중 절반인 9개가 2022년 11월 이후 발의됐습니다.

최항집 센터장은 “온라인 플랫폼 규제 입법안들을 검토한 결과 이미 기존에 있는 공정거래법, 전자상거래법 등으로 모두 규제가 가능하다”고 부정적 입장을 밝혔습니다. 문제를 막자는 법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법이 이미 있는데 또 규제하는 법을 만들 필요는 없지 않냐는 것이죠. 특히 이 법이 몰고 올지 모르는 다음과 같은 파급 효과를 생각한다면 말입니다.

어떤 파급효과냐고요?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총 세가지 근거를 들어서 온플법을 우려합니다. 첫번째. 처음에 예를 들었던 것처럼, 규제 적용 대상에 매출은 크지만 영업익이 적거나(혹은 적자거나), 규제애 대한 행정 대응 능력이 부족한 스타트업까지 포함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다음의 자료를 보시죠.

원 출처는 스타트업 분석 플랫폼, 혁신의숲이고요. 이걸 국민대SME 연구센터가 분석했습니다. 2021년 기준입니다. 법안 기준 별, 규제 적용 대상이 된 스타트업 중 적자인 곳의 비율입니다. 매출액이 100억원 이상인 회사 중에 65.5%가 적자고요, 매출이 1000억원을 넘는 곳도 절반에 가까운 44.4%가 적자를 봤네요. 규모는 크고, 그래서 이름도 꽤 알려진 곳들이지만 아직까지 제대로 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지 못한 거죠.

이용자 수가 많다고 하더라도 그 회사가 시장 지배력을 갖고 있는지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습니다. 최 센터장은 “플랫폼 서비스 환경은 전환비용이 낮아서 이용자가 다른 플랫폼으로 쉽게 갈아탈 수 있으므로, 이용자 수가 많다고 해서 시장 내 지배적 지위에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는데요. 즉, 이용자 수와 시장지배력과의 관계를 입증하기는 아직 경험적으로 부족하다는 이야깁니다.

두번째는, 규제 이야기 때마다 나오는 분석이지만 ‘국내 기업에 대한 역차별 우려’입니다. 해외 사업자가 판매금액, 매출액, 이용자 수를 밝히지 않는다면 공정위도 이를 파악하기 어려우니 법안을 적용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할 수 있고, 그렇다면 상대적으로 법안을 적용받는 국내 기업만 규제 대상이 되므로 경쟁상황에서 불리할 수 있다는 우려죠.

마지막 세번째. 인수합병(M&A)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가능성입니다. 일부 법안에서 “시장 지배적 플랫폼 중개사업자에 해당할 경우 인수합병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어서인데요. 아이러니한 것이, 김진표 국회의장은 이날 토론회 개회사에서 “벤처 스타트업 기업이 죽음의 계곡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M&A를 활성화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스타트업은 고속 성장을 위해 수많은 투자를 받습니다. 투자자는 언젠가 이익을 회수하려 하는데 그 방법은 사실상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됩니다. 상장(IPO)이나 M&A인데요. 지금처럼 경기가 안 좋을 때 상장은 어려운 방법이죠. M&A는 현실적으로 스타트업이 택할 수 있는 유리한 엑시트 방법이고요. 그래서 M&A를 금지할 경우 스타트업 생태계의 선순환이 깨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입니다. 법안에서 M&A를 막자는 취지가 독과점을 우려하기 때문인 것은 알지만 말입니다.

그렇다면 스타트업 업계는 규제를 만드는 대신 뭘 하자는 걸까요? 그와 관련해서는 토론자 중 하나인 류경재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정책실장이 발언했습니다. 류 실장은 “규제보다는 소비자 보호를 달성하는 방향이 적절하다”면서 “따라서 진입 장벽이 낮은 플랫폼은 획일적 규제보다 대안 서비스가 나올 수 있도록 시장경쟁을 촉진하는게 바람직”하다고 말했습니다.

플랫폼이 스스로 자율규제를 시행하고, 위법한 행위에 대해서는 강력한 처벌을 통해 불공정 행위를 금지토록 하자는 것인데요. 규제를 만들려는 곳과 막으려는 곳의 대립이 팽팽하니, 온플법은 당분간 뜨거운 논쟁거리이겠습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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