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일타] 범죄 예방하려고 내 얼굴이 어딘가에 저장된다면?
네가 맞냐, 내가 맞냐. 이런 논쟁이 IT 업계에도 꾸준히 생겨납니다. 새로운 기술이 나오면 이 기술을 어디에 어떻게, 그리고 어디까지 적용해야 하느냐를 놓고 이견이 생기는 거죠.
오늘 이야기 할 기술이 그런 겁니다. 여러분, 가게에 도둑이 들었습니다. 이 도둑을 잡아야겠죠? 아니, 아예 도둑이 들지 않게 하는 게 좋겠네요. 어떤 방법이 있을까요?
최근에 뉴욕타임즈에 그런 기사가 실렸습니다. 영국에서의 일인데요. 어쩐지, 뭔가 이상한 일에는 출처가 영국인 경우가 많은 것 같은데요. 기분 탓일까요?
페이스워치라는 서비스입니다. 매달 320달러, 우리 돈으로는 대략 42만원 정도를 내면 쓸 수 있습니다. 파는 물건은 동네 좀도둑의 얼굴 정보입니다. 이런 데이터베이스를 어떻게 갖고 있냐고요? 가게에 든 도둑의 얼굴이 CCTV에 잡혔겠죠? 이 영상을 안면인식 기술로 분석해서 저장하고 있는 거죠.
그리고는, 페이스워치를 쓰는 가게에 해당 인물, 또는 해당 인물로 추정되는 사람이 접근하면 그 가게 관리자에게 알람을 보내는 식입니다. 알람을 받은 관리자는 이 사람이 가게에 아예 들어오지 못하게 통제하거나, 혹은 이 사람이 가게에서 물건을 사고 나갈 때까지 뚫어져라 예의주시할 수 있겠죠.
이런 사례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지난 2020년에도 ‘코옵’이라는 영국 대형마트의 일부 체인점에서 페이스워치의 안면인식 기술을 썼다가 논란이 일었었는데요. 지금은 페이스워치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면 영국 전역에서 사용 중입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범인의 얼굴을 저장하는 것이 ‘경찰’이 아니라 ‘민간’이라는 겁니다. 얼굴을 인식한다는 것은 사람의 얼굴을 데이터베이스에 저장해둔다는 의미인데요, 그래야 입장하는 사람과 블랙리스트에 있는 사람의 얼굴을 비교할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이제는 얼굴이라는 아주 민감한 정보를 민간 서비스 업체에서 다루는 것이 용인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서서히, 가랑비 젖듯, 얼굴 정보를 사용하는 것이 자연스럽게 되어가는 과정이죠.
자, 이제 중요한 이야길 해볼까요. 이 기술을 환영하는 이들은 누구일까요? 이 기술을 써서 이득을 보는 사람들이겠죠. 도둑으로부터 절도를 막아야 하는 이들, 점주들은 혹시 모를 위험으로부터 직원을 보호하고, 절도를 막을 수 있으니 페이스워치 기술에 지갑을 열고 있습니다. 이 기술을 옹호하는 마트 측에서는 자잘한 절도가 묵인할 수 없을 만큼 많아졌기 때문에 이를 효율적으로 막기 위해서는 안면인식 기술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통상의 동네 가게들이 이윤 폭이 큰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런 절도가 이윤에 타격을 준다는 뜻이죠.
사실 안면인식과 같은 최첨단 기술을 좀도둑 잡는데 사용한다는 게 다소 과잉 같기는 한데, 소매점주 입장에서는 상품을 분실하는 경우가 많아서 스트레스가 심하다고 하니, 어느정도 이해는 갑니다.
영국에서 페이스워치가 확산된 데는 정부가 이 기술에 우호적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규제 기관에서 조사를 실시한 후에, 페이스워치가 중대범죄자이거나, 재범을 한 이들에 한해서만 가게에 정보를 공유하는 등 일부 정책을 강화 변경한 후에 이를 허용하게 했는데요.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영국의 규제 감독 부국장은 페이스워치의 기술을 두고 “아주 훌륭한 경비원만 있는 것고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사실 민간에서 이렇게 알아서 범인을 잡으면 경찰은 할 일이 줄어들테니까요. 영국 뿐만 아니라 미국 뉴욕도 안면인식을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뉴욕 시장인 에릭 아담스는 인공지능 기술을 범죄와의 전쟁에 쓰는 것을 장려했고요, 미국 뉴욕 맨해튼의 랜드마크인 매디슨 스퀘어 가든 오너가 입구에 안면인식 장치를 설치해서 자신의 마음에 안드는 사람의 입장을 거부했다는 소식도 있습니다. 특히 자신을 상대로 소송을 걸었던 사람을 비롯해 상대편 변호사의 출입도 막았죠. 정말 이런 일이 이제 진짜로 벌어지고 있어요.
자, 이제 반대 의견 봅니다. 안면인식을 모두가 좋게 보는 것은 당연히 아닙니다. 우선 기술의 불완전성입니다. 영국 브리스톨에서 우유를 사다가 쫒겨난 한 여성은, 실제로 이전에 물건을 훔친적이 없다고 합니다. 기계가 오판해서 실수를 한 거죠.
이런 사례는 또 있습니다. 지난해 11월 이야기인데요, 애틀란타에 있는 부모님 집을 방문하려던 한 젊은 남성이 고속도로 한 복판에서 절도범으로 오인 받아 체포됐습니다. 상점 내 CCTV에 찍힌 얼굴을 안면인식 기술로 분석한 결과 이 청년을 범인과 유사하다고 봤기 때문이죠. 이런 일이 꼭 이 두 사람에게만 일어나는 일이라고 우리는 단언할 수 있을까요?
두번째는, 민감한 개인 정보를 동의 없이 수집하는 것에 대한 우려입니다.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공공장소에서 실시간 원격 얼굴인식 기술을 사용하는 것은 기본권 침해 위험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이런 기술을 도입하는 것 자체를 원칙적으로 금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습니다.
지난 1월 우리나라 국가인권위원회에서도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집회 및 결사의 자유 등을 침해할 위험성을 내포했다면서 이런 기본권이 침해당하지 않도록 하는 입법 추진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사실, 전국민 얼굴 데이터베이스를 국가가 또는 사기업이 갖고서 활용한다면, 그 자체로 특정 개인에 대한 추적이나 감시가 가능해질테니까요. 옛날 영화이긴 한데, 마이너리티 리포트가 현실화되고 있는 순간입니다.
많은 이들이 안면인식 기술을 적극 도입하는 나라를 보고 조지오웰의 소설 1984를 떠올립니다. 판옵티콘. 원형으로 배치된 감옥 한가운데 탑에서 간수 한 명이 앉아 수감자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들여다 볼 수 있도록 한 최대 효율의 감옥. 최소 감시로 최대 통제를 할 수 있는 판옵티콘의 이야기가 이제 소설 속 이야기만은 아닌게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기술의 발전을 막자고만 하기도 어렵죠. 어떤 면에서는 국가가 해결하지 못한 치안 등의 문제를 기술이 해결하기도 하니까요. 우리는 어떤 결론을 낼 수 있을까요? 생각해보면서, 우리는 다음 시간에 만나요.
영상제작_ 바이라인네트워크 <임현묵 PD> <최미경 PD>
글_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