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호의 시선] 사실상 마지막 기회 맞은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모든 것에 인공지능(AI)을 더해 연결하고, 문제를 해결하며 새로운 가치를 창조한다(Connect. Solve. Create. +AI)’는 캐치프레이즈로 야심차게 발걸음을 뗐던 카카오엔터프라이즈.

하지만 분사 3년이 되지 않아 희망퇴직 프로그램까지 실시하며 결국 클라우드를 제외한 사업 부문 축소에 돌입한 모습이다. 마지막 카드로 클라우드에 사활을 건 상황이지만 이 또한 녹록지 않은 게 사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의 앞날은 어떻게 될까.

현실로 다가온 구조조정…희망퇴직 프로그램 실시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최근 클라우드 사내독립기업(CIC) 소속을 제외한 전 구성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프로그램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퇴직이 결정되면 근속연수에 따라 최대 6개월치 기본급과 퇴직금, 이직 지원금 200만원을 지급하는 게 골자다.

하지만 봄까지만 해도 분위기는 달랐다. 지난 5월 중순 카카오엔터프라이즈가 연 첫 기자간담회에서 이경진 대표(당시 대표 내정자)는 “구성원 해고나 매각 등은 명확히 정해진 것 없다”며“지나친 억측은 삼가달라”고 말한 바 있다.

사업 부진으로 구조조정설이 피어 오르던 시점, 회사는 클라우드 사업 강화 의지를 밝히면서도 기존 사업에 대한 철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두 달 만에 클라우드 관련 인력을 제외하고 희망퇴직을 받기로 해 구조조정은 현실이 됐다.

이 사이 계열사로의 이동을 지원하는 ‘공동체 이동 프로세스’나 여타 IT 기업으로의 이직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제공했다. 여기에 결국 희망퇴직 프로그램까지 돌렸다. 회사 측은 구성원들의 선택권을 넓히는 차원이라고 설명했지만, 결과적으로 조직 경량화 의지를 더 이상 숨기지 않는 모습이다.

회사는 2019년 12월 카카오로부터 분사한 이후 한 번도 이익을 내지 못한 채 적자만 커졌다. 물론 신생 기업이 당장 영업이익을 내긴 힘든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사업을 하면 할수록 손해가 커지는 게 문제였다. 2022년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약 1406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전년도는 901억원의 손실을 냈던 것과 비교해 적자 폭이 커졌다.

이는 명확하지 않은 사업 모델이 원인로 꼽힌다. 클라우드를 밀자니 기존 사업자들의 아성이 공고했다. 물류 플랫폼 ‘카카오 i 라스(LaaS)’는 카카오모빌리티의 사업 영업과 일부 겹치고, AI 부문은 카카오브레인에 가리는 등 회사의 명확한 정체성이 없는 것도 아쉬운 점이었다. 예약 관련 서비스인 ‘카카오 i 커넥트 톡’도 네이버 등 다른 사업자와의 경쟁에서 완벽히 이겨나가지 못했다.

이에 회사는 클라우드와 검색 사업 부분을 각각 CIC 체제로 전환했지만 늦었다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지난 13일 카카오로부터 연 7.36% 이율에 1000억원을 빌리기로 했다. 희망퇴직자에 대한 보상도 대여한 1000억원 일부로 충당할 방침이다.

지난 5월 기자간담회에 나선 이경진 대표의 모습. (사진=카카오엔터프라이즈)

클라우드는 잘 될까, 검색 CIC도 불투명

결국 남은 사업을 제대로 꾸리는 게 회사의 명운을 가를 열쇠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결국 클라우드를 회사의 간판 서비스로 선택했다. 좋든 싫든 밀어 붙여야 한다. 희망퇴직 대상 범위에서도 클라우드 CIC는 빠졌다. 하지만 여전히 전망은 먹구름이다.

카카오 i 클라우드의 무기로 고성능, 고사양을 내세우는 이 회사는 그 일환 중 하나로 멀티 가용영역(AZ) 기술을 제시한다. 하나 이상의 데이터센터에 워크로드를 배치해 한 가용영역에 문제가 나와도 서비스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기술이다. 이를 통해 글로벌 최고 수준의 클라우드 회사로 성장하겠다는 게 지난 5월 기자간담회에 나선 이경진 대표의 메시지였다.

허나 이 당시에도 이 대표의 말에 대한 의심 어린 시선이 나왔었다. AZ는 국내 클라우드서비스제공사(CSP)들도 쓰고 있는 기술이라서다. 네이버클라우드를 비롯해 KT 클라우드, NHN클라우드 등 앞서 시장에 진출한 CSP들과 차별화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왔다.

더 애매한 건 검색 부문이다. 현재 검색 CIC는 AI 검색 기술이 토대다. 검색 결과값을 최적화 해 유사 상품을 추천해주거나 해외 문헌 분석이나 번역 업무를 위한  엔진을 제공하는 등 기업에서 사용하는 IT 서비스에 탑재할 검색 기술을 개발해 기업대기업(B2B) 서비스로 제공하는 형태다. 하지만 검색 CIC 조직 구성원들도 희망퇴직 범위에 포함되며 이 또한 축소될 위기에 처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앞서 지난해 12월에도 카카오로부터 1000억원을 연 8.15%의 이자율로 빌렸다. 만기는 올해 말이다. 사실상 올해 하반기 클라우드 사업 수주 결과가 카카오엔터프라이즈의 명운을 가를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 관계자는 “아직 어떤 사업이 축소 또는 폐지될지는 정해진 바가 없다”고 전했다. 앞서 기자간담회에서의 이경진 대표의 말과 사실상 달라진 게 없다. 그 사이 남은 구성원들의 사기만 저하되고 있다. 빠르게 조직을 정돈하고 이제까지의 실책을 반면교사 삼아 비전을 제시해야 할 시점이다.

[관련 기사: 클라우드 집중하는 카카오엔터프라이즈…“가격 경쟁력과 성능으로 승부”]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진호 기자>jhlee26@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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