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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일타] AI 짱먹은 엔비디아, 시총 1조달러??

여기서 주식 하는 사람 있어요? 요즘은 어릴 때부터 경제 교육의 일환으로 주식 하는 친구들도 많다고 하던데. 요즘 가장 화제되는 주식 뭐죠? 우리나라 거 말고. 그래요, 엔비디아. 최근에 시가총액이 1조달러가 넘었다고 하죠. 반도체 회사 중에서는 처음이라고 하는데, 그게 아니더라도 세계에서 이런 숫자를 낸 몇 안되는 회사죠. 그 앞에는 어떤 회사가 있나요. 애플,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이런 회사들이죠.

이렇게 들으니까 엔비디아, 훨씬 대단하죠? 게임 좋아하는 분들, 그리고 채굴하는 분들 엔비디아 잘 알죠? 그런데 지금 엔비디아가 시가총액 1조달러를 넘어선 원동력은, 그래픽 카드? 이더리움, 둘 다 아니에요. 물론 이 둘은 엔비디아를 성장시킨 중요한 요소이긴 하지만요, 어쨌든 제가 지금 이야기 하고 싶은 핵심은 아니란 거죠.

제가 오늘 하고 싶은 이야기는, 그래픽 카드 만드는 엔비디아란 회사가 어떻게 인공지능 시대에 이렇게 제일 잘 나가는 회사가 됐느냐, 어떤 순간에 어떤 판단을 해서 이런 결과를 냈느냐, 이 이야기예요. 크게 네 가지 측면에서 볼 거예요. 첫번째, 기회가 왔을 때 어떻게 잡았느냐. 두번째, 그 기회를 잡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해왔느냐, 세번째, 성장을 위해 어떤 과감한 판단을 했느냐, 네번째. 앞으로는 어떤 도약을 준비하고 있느냐.

들으면 알겠지만, 중요한 경영학 공부이기도 하고요. 역시 경제경영 부문 논술에 나올 수 있으니까요, 엔비디아의 전략과 관련해서요. 집중해서 들읍시다. 엔비디아 주식 하나 안 갖고 있는 우리들은 뭐 해야 해요? 공부해야 하죠.

자 우선, 첫번째. 기회가 왔을 때 어떻게 잡았느냐. 우리가, 통상 엔비디아의 GPU, 그러니까 그래픽 처리 장치가 인공지능 연구에 효과가 있다는 걸 알게 된 사건이 있어요. 2012년 알렉스넷의 등장입니다. 들어본 분들 있어요? 훌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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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치챘겠지만, 알렉스넷의 알렉스는 사람이름입니다. 이름 짱 어려워요, 알렉스 크리체프스키. 그냥 알렉스라고만 알아둬요, 인공지능 분야를 개척했다고 일컬어지는 제프리 힌튼 교수 연구팀에서 박사 과정을 밟던 재원이었어요. 

이 사람들이 연구하던 것은 컴퓨터가 인간의 신경망처럼, 스스로 데이터를 학습하는 방법이었는데요, 특히 합성곱신경망(CNN)에 초점을 뒀어요. 시각적인 부분, 영상이나 이미지처리에 탁월한 능력을 보이는 신경망이죠. 

이 CNN이 그런데 2011년까지는 큰 성과를 내지 못했어요. 당시에 이미지넷이라는 대규모 데이터셋을 다루는 곳에서 이미지넷 챌린지라는 걸 열고서 이미지 분류 알고리즘 성능을 평가하는 대회를 열었는데, 

여기에서 2012년 알렉스넷이, 그간의 연구결과보다 확실하게 뛰어난 인식율을 보여줍니다. 이 연구에, 엔비디아 GPU가 쓰였습니다. 이후에 마이크로소프트나 구글 같은 곳도  GPU를 써서 이 인식율을  더 올렸죠. 95% 이상으로요. 알파고라는 충격적인 인공지능의 등장도 이 이후입니다. 다 GPU 덕분이죠.

딥러닝이라는게 사실은 수많은 데이터를 넣어주고 인공지능이 스스로 학습하는 건데, 그 연산이 되게 어려운 건 아니에요. 1차 함수를 반복해서 빠르게 계산하게 하는데 그간의 CPU하고는 비교도 안되게 GPU가 빨랐던 거죠. 이 기회를 엔비디아는 놓치지 않았어요. 자신들의 GPU를 개발자들이 더 많이 가져다 쓰도록 라이브러리를 만들어 배포합니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은 거죠. 

그런데, 바로 여기서 아까 말한 두 번째 기회를 봐야 합니다. 사실은 이게 첫번째죠. 왜냐하면, 방금 알렉스넷과 같은 연구진이 나올 수 있도록 그간 엔비디아가 어떤 씨를 뿌려놓았느냐를 봐야 하니까요. 바로 쿠다의 발표입니다.

쿠다라는 게 뭐냐면,  엔비디아 GPU 칩을 위한 총체적인 개발도구죠. 엔비디아 GPU에만 맞춤한 거예요. 엔비디아는 원래는 대량의 그래픽을 빨리 처리하도록 만든 이 그래픽 칩을 과학자들의 연구에 쓰이도록, 쿠다를 열어 놓는 작업을 합니다. 

천문 연구 같은것은 소수점 자리수가 엄청 길겠죠? 그런 것은 사실 CPU로 계산하면 느리니까, 이런데도 세계 유수의 대학들과 협업하면서 GPU를 연구진들이 많이 쓰고, 그래서 익숙해지도록 하는데 시간과 돈을 씁니다. 엔비디아가 해마다 여는 GTC라는 기술 컨퍼런스가 있는데 엔비디아가 세계 개발자들을 초청해서, 자신들의 GPU를 잘 활용하도록 하는 개발도구 쿠다를 알리고 학습시키는 데 힘을 쓰죠. 당장 필요한 것도 그렇지만, 미래에는 이 개발자들이 자신들의 힘이 되리라고 생각해 씨를 뿌린 거죠.

자 이제 세번째 기회 갑니다. 멜라녹스라는 네트워크 회사의 인수입니다. 2019년 3월에 일어난 일이고요. 당시에 70억달러, 그러니까 그때 환율로 8조5000억원이라는 돈을 들여 이 회사를 사죠. 당시 외신들을 보면요, 인텔이나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곳도 멜라녹스를 사려고 경쟁했다고 하니까, 탄탄한 기술을 가진 곳이라는 걸 짐작할 수 있겠죠?

엔비디아가 멜라녹스를 인수한 이유는 ‘인피니 밴드’라는 기술 때인데요. 엔비디아의 병렬 컴퓨팅이 칩의 데이터 계산 속도는 끌어 올렸지만, 계산의 규모가 커지면서 컴퓨터 하나로 계산할 수 없는 것들이 생기겠죠? 그래서 컴퓨터와 컴퓨터가 연결된 엄청나게 큰 두뇌가 필요해졌고, 컴퓨터 간 데이터 전송도 중요한 이슈로 떠오른 거죠. 

그러니까, 인피니밴드 기술은 컴퓨터 간 고속 커뮤니케이션의 길을 열어줄 하이패스 쯤으로 설명할 수 있지 않을까요? 엔비디아는 인공지능 컴퓨팅 시장에서 앞으로 더 나아가기 위해서, 이정도 투자는 과감하게 해야 한다, 그렇게 지른 거죠. 사실 엔비디아는 더 큰 돈을 ARM을 사는데 쓰려고 했지만, 독과점 우려로 결국 실패합니다. 

자 마지막. 이건 앞으로의 비전과도 연결됩니다. 젠슨 황, 혹시 들어 보셨나요? 엔비디아 창업자이자, 대표인데요. 이제 회사를 하드웨어 회사라고 안 부릅니다. 자신들은 가속 컴퓨팅 회사 라고 말을 해요. 칩을 앞세우기 보다는 솔루션을 먼저 강조하는 거죠. 

젠슨 황 CEO는 올해 대만에서 열린 컴퓨텍스에서 “모든 제조업으로 인공지능이 확장될 것”이라고 말했는데요, 사실 중소기업은 슈퍼 컴퓨터를 모두 각자 만들기 어렵지 않겠어요? 그래서 인공지능을 위한 슈퍼컴퓨팅 자원을 클라우드로 공급하기로 결정합니다. SaaS 회사로서, 엔비디아는 또 한번의 도약 기회를 내다보고 있는 것이죠. 

자, 여기까지. 빠르게 훑어본 엔비디아 이야기입니다. 기회를 보는 것도, 그리고 그 기회를 위해서 확실한 투자를 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닌데요. 이 이야기가, 여러분이 앞으로 어떤 일에서든 선택과 집중을 할 때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그럼 다음 시간에 만나요.

영상제작_ 바이라인네트워크 <임현묵 PD> <최미경 PD>
글_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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