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영우’로 성공 맛 본 KT, 콘텐츠 제작에 탄력 받았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흥행으로 콘텐츠 전략에 탄력이 붙은 KT가 ‘투자’와 ‘선순환’이라는 키워드를 더 과감하게 밀어붙인다. 지난해 열두개 오리지널 드라마를 선보인 KT스튜디오지니가 내년까지 방영될 제작 편수를 서른개로 늘렸고, ENA를 통해 나름의 실험적인 콘텐츠를 방영한다. 디자인과 성능을 강조한 셋톱박스를 새로 선보이면서는 ‘콘텐츠-플랫폼-단말’로 이어지는 가치사슬을 강화한다는 전략을 공개했다.

KT가 미디어 자회사인 KT스튜디오지니, ENA와 함께 18일 서울 동대문구 노보텔에서 그룹 미디어데이를 열었다. 올해로 3년째 열리는 이 행사는 KT그룹의 미디어∙콘텐츠 사업 성과를 알리고 앞으로의 사업 전략을 소개하려 마련됐다.

강국현 KT 사장(Customer 부문장, 사진)은 이 자리에서 “목표한 것보다 (성과가) 빨리 가고 있다는 느낌”이라면서 “KT는 콘텐츠, 플랫폼, 셋톱박스까지 미디어 사업 발전을 위해 계속해 변화 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왼쪽부터) KT스튜디오지니 김철연 대표, KT Customer 부문장 강국현 사장, ENA 윤용필 대표.

콘텐츠 잠룡 발판 놓은 지난해, 성과를 돌아보다

KT가 지난해 그룹 내 콘텐츠 분야 자회사(KT스튜디오지니, ENA, 지니뮤직, 밀리의서재, 스토리위즈)를 통해 벌어들인 매출은 약 5000억원 규모다. 재작년과 비교하면 31% 증가한 수치다. 이를 확대, KT 그룹 전체가 낸 미디어 매출은 전년 대비 400억원(9%)이 늘어난 4조2000억원인데,  강국현 사장은 “기존에 세워놓은 2025년까지 5조원 매출 달성을 무난히 이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처음 5조원 계획을 세울 때만 하더라도 이상향과 같은 숫자였지만 이제는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보인다.

KT가 미디어데이를 열고 회사의 콘텐츠 전략을 강조해온 것은 올해로 3년째다. 계속해 그룹내 콘텐츠 밸류체인을 강조해왔는데, 올해 처음 괄목할 성과를 보였다는 데 의미가 있다. KT측은 스토리위즈를 통해 원천 IP를 발굴하고 이를 KT스튜디오지니를 통해 드라마, 영화 등으로 만든 후 ENA를 통해 송출하는 전략을 짜고 있다. 이 과정에서 영상의 OST제작과 유통에 지니뮤직이, 대본집과 오디오북 판매가 밀리의서재를 통해 이뤄진 것도 관전 포인트로 제시했다.

강국현 KT 사장 “내가 낸 셋톱박스 아이디어, 반대도 많았다”

KT가 그간 ‘콘텐츠 왕국’을 표방하면서 강조해온 것은 콘텐츠와 플랫폼이다. 그런데 올해는 주인공 자리에 하드웨어가 올라왔다. 영상을 제대로 감상하기 위해서는 시청 경험을 끌어올릴 수 있는 마지막 단계로 개선된 하드웨어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강국현 사장이 공개한 새 제품 ‘지니 TV 올인원셋톱박스(이하 STB)’는 셋톱 본연의 기능 외에 무선 공유기와 AI 스피커를 하나의 단말에 모두 집어 넣어 버렸다. 대형 TV 뒷면에 셋톱박스를 숨겨 설치하던 관행을 뒤집어서, 필요한 기능을 모두 포괄한 하드웨어를 예쁘게 만들어 인테리어 소품처럼 활용하게 만들었다. 그러기 위해서 ‘플라스틱의 마법사’로도 불리는 디자이너 ‘스테파노 지오반노니’에 디자인을 맡겼다.

흥미로운 것은 성능인데, 셋톱 안에 하만카돈 스피커를 내장한 것 외에 화질개선을 위한 HDR 솔루션으로 ‘돌비비전’과 ‘HDR10+’을 모두 탑재했다. 이게 왜 중요하냐면, 우리나라 TV 양대산맥인 삼성전자가 ‘HDR10+’을, LG전자가 돌비비전을 쓰기 때문이다. 소비자 입장에선 어느 제조사의 TV를 쓰던 상관없이 화질 개선 효과를 볼 수 있다. 음성을 또렷하게 만들어주는 자체 ‘보이스 부스터’ 기능을 같이 넣었다.

KT 측이 공개한 내용만 놓고 보면 매우 똑똑해진 셋톱박스인데, 강국현 사장에 따르면 이 제품 개발을 놓고 내부에서 고민이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강 사장은 “셋톱박스와 AP를 하나의 박스에 탑재하는 것을 두고 내부에서 논란이 많았지만 내가 추진했다”며 “(두 기능을 동시에 넣을 때) 주파수 간섭이 심하고 발열도 상당한데 KT 기술진이 일년이 넘게 각고의 노력으로 이걸 개발해 낸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2의 우영우, 다작 중에서 골라라

대중의 관심이 가장 쏠릴 곳은 역시 KT스튜디오지니가 만들어낼 신작이다. 올 하반기부터 내년까지 대략 서른편의 작품이 공개될 예정이다. 김철연 KT스튜디오지니 대표는 이날 발표회에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너무 빨리 대박이 나서 김 대표 힘들겠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면서도 향후 선보일 작품의 예고편을 공개하고는 “(우영우를 만든) 작년보다 조금 더 세진 것 같지 않으냐”고 자신했다.

김철연 대표의 말대로, 올해와 내년 KT스튜디오지니의 전략은 ‘다작’과 ‘다변화’다. 지난해까지는 로맨스, 드라마, 미스터리 등의 작품이 대부분이었다면 새 라인업에는 액션과 판타지, 스릴러 등 시간과 돈이 비교적 많이 드는 작품군들도 이름을 올렸다. 대략적인 라인업은 다음과 같다. 내년까지 방영 목표로 하는 30여편의 드라마 중, 올해 5월말부터 순차적으로 선보일 드라마와, 2024년 방영을 위해 준비중인 작품 등 총 19개의 오리지널 드라마 목록이다.

출처=KT

개성있는 배우들이 엄마로 출연, 미스터리한 죽음을 파헤치는 드라마 ‘행복배틀’은 5월 31일이 첫 방송이다. 이엘, 진서연, 차예련, 박효주 주연으로, 드라마 ‘스카이캐슬’을 연상케 한다. 김태희, 임지연 주연의 ‘마당이 있는집’, 전혜진, 수영 주연의 ‘남남’ 등이 순차적으로 방영을 앞두고 있다.

김철연 대표는 “KT스튜디오지니의 2023, 2024년은 충족되지 못한 시청자의 니즈 틈새를 찾아, 바라는 콘텐츠를 모두 KT스튜디오지니의 라인업에서 찾을 수 있도록 스펙트럼을 넓히고 오리지널리티를 강화해 나가겠다”면서 “내년에는 오리지널리티를 강화한 작품을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름 바꾸고 제일 잘 된 채널, ENA

‘우영우’ 드라마 인기 덕을 가장 많이 본 곳이다. 20위권 대에 머물렀던 채널 순위가 단숨에 11위까지 뛰어올라 10위권 안착을 목전에 두고 있다. 스카이TV에서 ENA로 채널명을 바꾼 후에 매출도 67% 가까이 늘어난 1100억원을 기록했다.

윤영필 ENA 대표는 채널 성장 전략을 세 가지로 꼽았다. ▴ 첫번째는 실험적인 콘텐츠다. 김태호PD와 만든 ‘지구마불 세계여행’이 대표적 사례인데, 유튜브 콘텐츠가 TV에 녹아들 수 있는지를 테스트해봤고 그 결과 ENA의 이미지를 “솔직하고 신선하다, 새로운 시도를 과감히 한다”는 방향으로 만들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윤 대표는 “광고주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20세에서 49세 사이 시청자 비중이 국내에서 가장 높은 채널”이라고 최근 시도의 성과를 요약했다. 아울러, 지구마불 세계여행의 성과를 바탕으로 김태호 PD와 ‘아이엠 그라운드’라는 새로운 예능을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두번째는 외부 크리에이터들과 상생관계 확장이다. ‘나는 솔로’나 ‘지구마불 세계여행’과 같이 외부 크리에이터들이 ENA와 IP를 공유하는 방식을 강화한다는 뜻이다. 이 경우 외부 크리에이터들이 프로그램에 대한 주인의식을 갖고 움직이므로 콘텐츠가 성공할 확률도 높아질 것이라고 봤다.

▴마지막 세번째는 글로벌 시장이다. 콘텐츠 자체를 글로벌 향으로 만들겠다는 전략인데, 글로벌OTT에서 높은 순위를 기록한 ‘혜미리예채파’와 같이, TV채널을 넘어 글로벌 OTT를 포괄하는 IP개발로 ENA의 콘텐츠를 세계에 제공하겠다는 포부다.

이는 KT 전체 콘텐츠 전략과 궤를 같이 하는데, 예컨대 김철연 KT스튜디오지니 대표는 제작 콘텐츠의 해외 판매가 생각보다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다면서 전체 판권의 50%는 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 OTT에, 그외 절반은 지역 채널에 파는 등 판매처를 다각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윤 대표는 “지속적인 투자와 양질의 콘텐츠 제공으로 국내 톱5 채널에 진입하도록 노력하겠다”며 “글로벌 IP사업자로 발돋움해 1조원 가치의 채널로 성장하겠다”고 밝혔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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