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에서도 API를 판다고?

금융사에서 예금, 대출상품 말고도 판매하고 있는 것이 있다. 바로,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다. API는 운영체제(OS)와 응용프로그램 사이의 통신에 사용되는 언어나 메시지 형식을 말한다.

금융사에서 API를 왜 만들어 파냐고 물을 수 있겠으나, 실제로 그렇다. 금융사는 주로 금융 서비스나 거래에 필요한 API를 만들어 필요한 곳에 공급하고 있다. 

금융사는 전용 판매 사이트인 이른바 ‘API 마켓’을 만들어 API를 판매하고 있다. 여기에 은행, 증권, 보험, 카드, 저축은행 등 자회사가 보유한 API를 판매하고 있다. 종류는 잔액조회부터 인증서까지 다양하다. 

KB금융의 API마켓

대표적으로, 은행은 입출금 가능 계좌조회, 잔액조회, 거래내역 조회, 대출한도 조회, 인증 등 주로 거래에 대한 API를 제공한다. 증권의 경우 자산조회, 비대면 증권계좌 개설, 국내외 주식 주문, 카드의 경우 카드 이용내역 조회, 카드 간편발급 신청 등의 API를 제공한다. 

고객사는 은행으로부터 API를 받아 필요한 기능을 구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B고객사가 A은행으로부터 계좌조회 API를 구매해 구축하면, B사의 서비스 이용자는 A은행 계좌조회를 할 수 있다. 

이런 API에 대한 수요가 있는 곳은 어딜까. 주로 핀테크다. 핀테크에서 금융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만큼 금융사와 연동한 서비스가 필요할 수밖에 없다. 로봇프로세스자동화(RPA) 기업이나 다양한 스타트업 등도 주요 고객사에 해당된다. 

단적으로, 최근에는 스타트업이 본인인증으로 ‘1원 인증’을 하고 있는데 이 또한 금융사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다. 또 핀테크 서비스에서 금융사의 카드 이용내역 조회 등의 기능을 가져다 쓰는 경우 등이 종종 있다. 

관련해 KB국민은행 관계자는 “ERP 등 기업간기업(B2B) 플랫폼 사업을 하는 핀테크 업체가 가장 많으며 뚜렷한 목적이 있기보다 제공되고 있는 금융 API가 어떤 것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가장 인기 있는 API는 무엇일까. 은행마다 다르지만, 최근엔 부동산 정보 관련 상품에 대한 인기가 많다. 동시에, 사용문의는 계좌 거래 내역에 대한 문의가 가장 많다는 것이 금융사의 입장이다. 여러 API 중에서도 입출금 가능 계좌조회, 잔액조회, 거래내역 조회로, 핀테크 서비스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서비스다.  

그러나 금융사들은 API 마켓이 수익이 되는 사업은 아니라고 말한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API 마켓은 수익을 위해서 운영하는 사업이 아니”라며 “궁극적으로 서비스로서의은행(BaaS), 즉 뱅킹의 플랫폼화를 위한 취지”라고 설명했다.

즉, 금융사는 궁극적으로 뱅킹을 플랫폼화를 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입을 모은다. 갈수록 은행의 지점이 사라져가고 있는 요즘, 언제 어디서나 은행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취지라는 것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BaaS로 당행의 뱅킹 서비스를 모듈화해 외부 채널에 제공하는 서비스를 뜻하며, 현재 제공하고 있는 오픈API서비스는 물론 추가로 검토해 개발할 예정”이라며 “언제 어디서든 접근해 금융의 편의성을 경험하고 체험할 수 있는 인비저블 은행으로 도약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오픈API 서비스에 주목했다”고 밝혔다. 

물론, 이 과정에서 해결해야 할 규제도 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BaaS를 가능하도록 하는 API 플랫폼을 제공하는 것이 지향점으로, 관련 규제가 완화된다면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자본시장법상 본질적인 업무에 대한 위수탁이 불가하다”며 “예를 들어, 대출심사, 결정 등은 은행의 본질적 업무로 API를 통해 제 3자가 위수탁 받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금융사와 은행은 API 마켓을 개편하거나 별도로 열 준비를 하고 있다. KB금융은 API 마켓 개편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올 하반기 새롭게 문을 열 계획이다. 신한은행은 은행의 별도 오픈API포털을 새롭게 구축한다. 올해 말 안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우리은행은 다음달 오픈 API 플랫폼을 연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홍하나 기자>0626hhn@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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