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카카오가 ‘다음’ 포털을 사내독립기업(CIC)으로 분리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2014년 10월 카카오와 다음커뮤니케이션이 합병한 이후 9년 만에 분리되는 것이다. 카카오 측은 “포털 서비스 가치에 더욱 집중하고 AI  활용 신규 서비스 출시 등으로 돌파구를 마련하겠다”고 취지를 밝혔다.

그런데, 이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여도 될까?

CIC란 회사 내에서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조직을 말한다. 관련 사업의 전략수립, 재무회계, 인사를 비롯해 모든 의사결정을 CIC 내에서 내린다. 법적으로는 카카오 소속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별개의 회사인 셈이다. 사내벤처와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 국내 인터넷 대기업은 CIC를 잘 이용하는 편이다. 네이버 글로벌 진출의 첨병 ‘네이버웹툰’이 CIC로 시작해서 독립한 대표적 케이스다. ‘네이버파이낸셜’도 CIC로 시작했다. 카카오의 경우 기업용 클라우드 솔루션 비즈니스를 펼치는 ‘카카오엔터프라이즈’가 CIC에서 발전했으며, ‘카카오커머스’도 현재 CIC로 존재한다.

대기업이 CIC를 만드는 주된 이유는 ‘민첩성’ 때문이다. 대기업은 아무래도 의사결정과 실행 프로세스가 복잡하고 느리기 때문에 테크 업계의 빠른 변화에 대처하기가 힘들다. 독자적인 예산과 의사결정권한을 가진 CIC는 대기업에 소속돼 있지만 스타트업처럼 움직일 수 있다.

그렇다면 대기업은 어떤 사업을 CIC로 독립시켜야 할까?

대부분의 경우 신규 사업에 도전하거나 새롭게 시장을 개척해야 할 때 주로 CIC 전략을 쓴다. 안정적으로 운영되는 것보다 빠르게 움직이는 게 더 필요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네이버웹툰이 네이버의 한 부서였다면 지금처럼 글로벌 시장에서 성과를 거두기 어려웠을 수도 있다. 웹툰 사업부가 무언가 하려면 CFO를 설득해서 예산을 따내야 하고, CEO의 결재를 받아야 한다. 그러다가 소위 타임 투 마켓(Time to Market)을 놓치기 십상이다.

카카오가 다음 포털을 CIC로 독립시키는 이유도 민첩성 때문일까?

사실 카카오 입장에서 다음 포털은 애물단지에 가까워 보인다. 다음 포털의 검색 점유율과 매출은 나날이 떨어지는 중이기 때문이다. 지난 1분기 카카오는 포털 관련 사업에서 836억원의 매출을 냈는데, 전년 동기 대비 27% 줄어든 수치다. 매출 비중도 카카오 전체의 8% 정도에 불과하다.

카카오 입장에서 매출 규모는 작고 성장세는 마이너스인 사업인데, 리스크는 또 만만치 않다. 여론과 관련이 깊은 서비스여서 정치권과 언론의 주목을 받게 된다. 자칫 잘못하면 ‘정치적 편향성’ 시비에 걸리고 정치인들이 오라가라 하는 게 일상이다. 선거철이라도 되면 더욱 상황은 심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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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다음 포털을 CIC로 독립시키는 배경을 “새로운 시장에 민첩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라거나 “빠른 신규 서비스 개발을 위해서”라고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현재 상황으로는 오히려 “애물단지를 떼어내자”는 취지처럼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이런 정황 때문에 다음 CIC 설립 발표에 대한 기사 제목에는 “이별” “헤어질 결심” ”손절” 등의 표현이 빠지지 않는다. 카카오커머스 CIC를 만든다고 했을 때는 언론이 이런 식으로 보도하지 않았었다.

물론 부정적 결론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 카카오의 발표처럼 AI 기술이 다음에 새로운 경쟁력을 가져다 줄 수도 있다. 챗GPT와 만난 마이크로소프트 빙이 구글을 위협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카카오의 AI 기술을 활용해 다음 포털의 경쟁력을 높이려고 한다면, 카카오와 다음이 오히려 좀더 긴밀하게 연결되야 하는 게 아닐까? 카카오라는 든든한 뒷배가 없다면 다음 CIC가 카카오공동체 내에서 더욱 힘이 없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카카오 공동체에서 AI 기술은 카카오브레인이나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등이 개발하고 있는데, 계열사가 보유한 AI 기술을 다음 CIC가 자유자재로 활용하는 것은 더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카카오 계열사들은 서로 협력이 잘 안되는 관계로 유명한데 말이다.

다음 포털은 한국 인터넷의 역사에서 매우 중요하게 기록돼야 할 서비스다. 이메일 서비스의 대중화를 이뤄냈고, 카페와 같은 커뮤니티 서비스를 최초로 시장에 안착시켰다. 카카오는 다음커뮤니케이션과 합병하면서 현재의 모습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포털은 카카오와 합병이후 사라지지 않은 거의 마지막 다음의 유산이었다.

솔직히 “포털 서비스 가치에 더욱 집중하고 AI  활용 신규 서비스 출시 등으로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카카오의 발언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기는 어렵지만, 네이버와 함께 대한민국 인터넷의 한 축을 담당했던 다음이 이대로 버려지지는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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