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인터넷 포털 뉴스면 담당자로부터 들은 이야기다. 그는 자신의 업무 중 가장 어려운 점으로 정치권으로부터 압박을 들었다. 특히 선거철이 되면 힘 있는 후보들로부터 뉴스 메인 화면에 걸린 사진의 표정까지 이래라저래라 압력이 들어올 때가 많았다고 한다. 특히 정치인 A 씨 캠프는 하루에도 몇 번씩 연락이 와서 괴로웠다고…

아마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고충을 정치권에서 가장 잘 아는 사람일 것이다. 윤 의원이 바로 네이버뉴스 담당자 출신이기 때문이다. 윤 의원은 동아일보 기자로 시작해 네이버에서 뉴스, 대관을 담당하다가 문재인 대통령의 후보 시절 선거캠프에 합류하면서 정치에 입문했다.

그런데 아는 사람이 더한다더니 국회의원 윤영찬이 네이버뉴스 담당 이사 윤영찬을 배신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지난 8일 윤 의원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스마트폰으로 메시지를 보내는 장면이 취재진의 카메라에 포착됐는데, 메시지 내용이 매우 실망스럽다. 윤 의원이 포털사이트 다음의 메인 사진을 보내자 보좌진은 “주호영 연설은 바로 메인에 반영되네요”라고 했고, 윤 의원은 이어 “이거 카카오에 강력히 항의해주세요”라고 답했다. 윤 의원은 “카카오 너무하군요. 들어오라 하세요”라는 메시지도 적어 보냈다.

정치인이 포털 뉴스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시도가 한두 번 있었던 일은 아니지만, 이번에는 윤 의원이 주인공이어서 놀랍다. 윤 의원이 행동으로 야기되는 각종 억측과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알만한 사람’인 윤 의원이 그랬다는 것은 포털 뉴스 편집의 순수성을 모두 부정하는 결과로 해석될 수 있다.

우선 다음은 5년 전부터 알고리즘 기반으로 뉴스를 배치하고 있다. 뉴스편집자가 정치적 소견에 따라 뉴스를 편집하는 게 아니라는 이야기다. 알고리즘 자체가 편향될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사람이 일일이 결정하는 것보다는 더 일관적인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다. 또 다음뉴스의 편집은 이용자의 취향이 반영된 개인화 되어 있다.

이를 알만한 윤 의원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털뉴스에 압력을 넣으려고 했다면, 기존에 포털 업체들이 주장해온 독립성은 애초부터 거짓이었다는 의미가 될 수도 있다.

또 윤 의원이 네이버 시절 정치인들의 요구에 따라 뉴스 편집을 했던 것이 아니냐는 의혹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국회의원이 돼서 포털에 압력을 넣는다는 것은, 과거에 자신이 정치인의 압력을 받아들였다는 것으로 해석될 가능성도 있다. 또 청와대에서도 그렇게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으로 연결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윤 의원은 논란이 되자 “네이버 부사장 시절 대관 담당으로 많은 의원과 얘기를 나눴고 대국민 서비스를 하는 입장에서 의원님들 말씀을 충분히 듣는 게 저희 임무라고 생각했다”며 “(포털 뉴스 편집에 대해) 충분히 제 의견을 전달할 자유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해명했다. 이어 “카카오 뉴스 알고리즘 시스템의 기술적인 부분을 궁금해한 것”이라며 “이 사안을 정치적 사안으로 끌고 가는 건 대단히 유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해명 역시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박근혜 전 대통령 재임 시절 홍보수석이었던 이정현 전 의원은 세월호 구조 과정을 비판하는 KBS 9시뉴스가 나가자 KBS에 전화를 걸었다. KBS의 논조에 대한 항의와 논조를 바꿔 새로 보도해달라는 요구를 했다. 이 전 의원의 행위는 법원으로부터 유죄 판결을 받았다.


포털 뉴스 편집에 대해 의견을 전달할 자유가 있다는 윤 의원의 주장을 받아들인다면 청와대 홍보수석 역시 언론사에 전화걸어 의견을 전달할 자유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법원은 그렇게 판단하지 않았다. 청와대 홍보수석이나 여당 국회의원의 의견은 단순한 의견이 아니라 압력으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알고리즘이 궁금했다는 해명도 궁색하다. 포털의 뉴스 배열 알고리즘은 공개할 수 없다는 것을 윤 의원이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 이 알고리즘이 알려지면 너도나도 어뷰징(남용)을 시도할 게 뻔하기 때문이다.

IT분야에 오래 취재하다 보니 IT업계에 몸담았던 윤 의원에 대한 평판을 종종 듣게 된다. 윤 의원과 함께 일했던 이들은 모두 윤 의원의 인품을 높이 평가했다. 그랬기 때문에 윤 의원에 대한 기대가 컸다. 국회에 디지털 혁신 경제의 중요성을 일깨워 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불행히도 국회의원 윤영찬이 처음 화제가 된 소식이 “(카카오) 들어오라 하세요”라니, 매우 실망스럽고 씁쓸하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