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례적 인위적 감산에 입 연 삼성전자 “그래도 선단공정에는 투자”

삼성전자의 올 1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5% 이상 떨어지는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반도체 사업 부문은 14년 만에 적자 전환했다.  “인위적 감산은 없다”던 입장을 바꿔 생산량 하향 조정에 돌입하는 배경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당초 예상보다 1분기 메모리 수요가 크게 위축됐고, 구형 제품 물량을 일정 부문 확보했기 때문에 감산에 나선다는 설명이다.

삼성전자는 27일 실적 콘퍼런스콜을 개최해 지난 1분기 연결기준 매출 63조7500억원, 영업이익 64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 매출 77조7800억원, 영업이익 14조1200억원에 비해 각각 18%, 95.5% 하락했다. 지난해 4분기 매출과 영업이익 각각 77조4600억원, 4조3100억원과 비교해서는 매출은 17.6%, 영업이익은 85% 감소했다.

이번 어닝쇼크에는 반도체 사업(DS)부문이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DS부문 매출은 13조7300억원, 영업손실은 4조5800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반도체 부문이 적자를 맞은 건 2009년 이후 처음으로, 규모로는 최대 적자다. 매출은 전년 동기 26조8700억원 대비 48.9%, 전분기 20조700억원 대비 31% 하락했다. D램은 고객사 재고가 높아 수요가 부진했고, 낸드플래시도 서버 및 스토리지 수요 약세가 이어졌다.

반도체 설계를 담당하는 시스템LSI 사업부도 수요 부진 여파로 주요 제품 출하량이 급감했다.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사업부는 글로벌 경기 침체 여파로 주요 팹리스 고객사가 주문을 취소하거나 줄이면서 실적이 하락했다. 마찬가지로 재고 상승이 가장 큰 원인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좀처럼 꺼내지 않았던 감산 카드를 꺼내 들었다. 삼성전자는 과거 반도체 불황 시기에도 홀로 감산을 단행하지 않으면서 시장 경쟁력을 키워 나가는 전략을 취해 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이례적인 선택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서병훈 삼성전자 IR부사장은 감산 배경에 대해 “회사는 중장기 관점에서의 안정적인 공급력 확보를 기조로 재고를 확보하고 생산라인을 운영하고 있다”며 “AI, 머신러닝 등 데이터 중심의 컴퓨팅이 확대되고 자동차 등 응용 시장이 성장하면서 고성능 제품 수요는 증가하겠지만, 현재는 신규 인터페이스 제품 전환에 따른 칩 배치 및 선단공정 난이도 증가 등 여파로 비트그로스(Bit Growth, 메모리 용량을 1비트 단위로 환산한 생산량 증가율로, 시장 성장 여부를 파악할 수 있음) 제약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구형(레거시) 제품을 중심으로 생산량을 조정하고 있는데, 특정 제품은 앞으로의 고객 수요 변동에 대응 가능한 물량을 충분히 확보했다고 판단했기에 가능했다”며 “여기에 1분기부터 시작된 라인 최적화 과정으로 생산량이 의미 있게 조정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는 레거시 D램 중에서도 DDR4 제품을 중심으로 감산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삼성전자는 인위적 감산 조치에도 메모리 및 파운드리 선단(Advanced) 공정 투자는 지속할 계획이다. 우선 삼성전자는 DDR5, LPDDR5X 등 차세대 D램 선단 공정 전환을 가속화하고 고대역폭 메모리(HBM) 수요 증가에 대응할 방침이다.

서병훈 부사장은 “일부 생산라인에서 감산이 이뤄지고 있지만, 캐펙스(CAPEX, 자본적 지출로 통상 전기전자 업계에서는 설비 투자를 의미함) 투자는 전년 수준으로 집행하고 있다”며 “평택 3, 4기 라인 위주로 인프라 투자를 지속해 중장기 수요 성장세에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평택 3, 4기 공장에는 D램, 낸드플래시, 파운드리 생산라인이 모두 배치돼 있다.

아직 차세대 D램 중 DDR5 수요는 불확실한 상황이다. DDR5는 인텔, AMD가 최근 출시한 서버용 CPU에 탑재되는데, 아직 데이터센터 및 서버 고객사의CPU 신제품 채용 계획이 유동적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삼성전자는 서버향 D램 수요 중 DDR5가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늘어나 2분기에는 20% 초반 수준까지 증가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하반기에는 그 수요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는데, 회사는 DDR5의 선단 공정 전환에 속도를 내고 제품 경쟁력을 확보할 예정이다.

파운드리 부문에서 삼성전자는 고객사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정기범 삼성 파운드리 부사장은 “현재 고객사를 대상으로 3나노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는데, 고객사는 이를 평가하고 테스트칩 제작을 진행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2나노 칩 양산은 2025년을 목표로 잡고 있다.

한편, 삼성전자의 1분기 시설투자 비용은 10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그 중 반도체 부문에는 9조8000억원이 투입됐다. 메모리 부문에서는 평택 3공장 마감 및 4기 인프라, 파운드리 부문에서는 미국 텍사스 테일러 및 평택 공장 중심으로 투자가 집행됐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배유미 기자>youm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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