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CATL 맞손 잡는다는데…국내 업계 영향은?
테슬라가 중국 배터리 업체 CATL과 텍사스주에 배터리 공장 건설을 논의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내 업계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쏠린다. 미중 갈등 여파로 미국 전기차 시장은 국내 배터리 기업이 대부분 차지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지만, 중국 기업이 저가 전략과 함께 우회로를 택해 미국 전기차 시장에 침투하려는 시도다. 하지만 국내 기업들도 저가형 배터리 개발에 속도를 내는 중이라 생각보다 우려는 크지 않은 모습이다.
테슬라, 포드 등 일부 미국 완성차 기업은 CATL과 합작 공장 설립을 논의하는 등 중국 기업과의 협업 체제를 구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중국이 잘 만드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공급받아 전기차 가격을 낮추기 위함이다. LFP 배터리는 비교적 가격이 저렴하다. 가격이 저렴한 배터리를 사용하면 완성차 가격도 효과적으로 낮출 수 있다. 전기차 원가의 40%를 배터리가 차지하기 때문이다.
미국 완성차-중국 배터리의 만남, 어떻게 가능한가?
특히 올해 초 테슬라는 전기차 가격을 내리겠다는 계획을 밝혔는데, LFP 배터리 강자 CATL과 손잡고 배터리 공장을 설립하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현재 미국과 중국이 경제 갈등 중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양사의 협업이 어색하게 다가온다. 테슬라는 미국 기업이고 CATL은 중국 기업이다. 미국은 첨단 기술 부문에서 대중국 제재를 강화하는 중이다. 대표적으로 미국은 현재 중국으로의 첨단 반도체 장비 반입과 글로벌 기업과의 협업을 제재하고 있다.
그럼에도 양사가 배터리 부문에서 합작 공장 설립을 논의할 수 있는 이유는 반도체와 배터리 산업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다. 연원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경제안보팀장은 “반도체는 이미 미국이 글로벌 기술 패권을 쥐고 있기 때문에 다른 국가를 제재할 수 있지만, 배터리를 비롯한 친환경 정책은 다른 국가에 비해 다소 뒤처져 있다”면서 “미국 입장에서 배터리는 오히려 중국 기술을 자국 내에 유치하려는 움직임도 보이는 중”이라고 말했다. 중국 기업의 미국 진출이 아주 불가능하지는 않다는 의미다.
CATL은 생산라인에 직접 자금을 투입하는 방식이 아닌, 미국 완성차 기업에 기술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합작 공장을 설립할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전기차 구매 관련 조항이 담긴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 중국 제재 목적도 가지고 있는데, 중국 기업의 자금이 투입된 공장을 가동하면 해당 법안 취지와 위배되기 때문이다. 결국 기술 라이선스 제공을 통해 일종의 협업 우회로를 찾는 셈이다.
하지만 단순히 기술을 제공하기만 해도 중국 기업이 취할 수 있는 이득은 존재한다. 연원호 경제안보팀장은 “같은 LFP 배터리라 하더라도 기업마다 조금씩 성능 및 규격 차이는 존재하는데, 중국 기업이 기술 라이선스를 제공하면 자국 LFP 배터리 규격을 생태계에 확산시킬 수 있다”면서 “따라서 중국 기업은 LFP 배터리 기술 라이선싱으로 저가 배터리 생태계를 확대하고 시장을 선점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 저가 배터리 개발로 승부본다
국내 배터리 기업은 테슬라와 CATL의 협업 체제 구축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그간 국내 배터리 3사는 미국이 중국에 강력한 제재를 가하면서 북미 시장 대부분을 차지할 수 있겠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이 시장에 가격 경쟁력을 갖춘 LFP 배터리를 주로 생산하는 중국 기업이 뛰어들면서 판도가 바뀌는 중이다. 게다가 자사 배터리 규격 확산도 계획하다 보니, 그만큼 국내 기업 입지가 좁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하지만 국내 배터리 기업 또한 현재 저가형 배터리 시장 대비책 마련에 나섰기 때문에, 크게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미 각 기업은 북미 지역 생산라인 확대에 나섰고, 고객사도 계속 늘려가고 있다. 또한 테슬라가 중국 배터리 업체와 손잡으려는 가장 큰 이유가 ‘배터리 가격’ 때문인데, 현재 국내 배터리 3사도 저가형 배터리 개발에 팔을 걷어 붙여서다.
포스코경영연구원 관계자는 “저가형 배터리가 대세를 이루면서 국내 배터리 3사는 다 LFP 배터리 개발에 나섰고, 특히 LG에너지솔루션은 현재 파우치형 LFP 배터리를 테슬라에 공급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국내 기업이 저가형 배터리를 납품하기 시작한다면, 테슬라와 CATL의 협업이 큰 우려사항으로 다가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저가형 배터리 개발에 속도를 내게 된다면, 중국 배터리 기업에 시장을 빼앗길 수 있다는 업계의 우려를 줄일 수 있다는 뜻이다.
한편, 국내 기업 입장에서는 테슬라와 CATL의 협업이 확정되지 않은 것도 걱정을 덜어주는 요소다. 국내 주요 배터리 3사 관계자는 “테슬라와 CATL의 협업이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라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청한 증권업계 관계자도 “기업이 원하는 것과 정부의 허가 여부는 별개로 봐야 하기에, 쉽게 흘러가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중국 기업이 라이센싱 계약 등으로 미국 진출 우회로를 찾고 있지만, 이는 중국 정부가 기술 유출 우려로 반대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배유미 기자>youme@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