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웨이퍼, 왜 하필 실리콘으로 만들까?

실리콘 웨이퍼, 반도체 업계에 관심이 많으신 분들은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IT 및 비대면 서비스가 증가하면서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반도체 산업이 크게 성장했고, 또 관련 기업이 주식 시장을 흔들면서 실리콘 웨이퍼의 이름이 꽤 유명해지기도 했죠. 지난 해 6월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국무회의에서 웨이퍼를 들고 반도체 특강을 하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실리콘 웨이퍼를 들어 보이는 등 각국의 리더들이 관심을 가지면서 대중도 그 이름을 많이 듣게 됐고요.

실리콘 웨이퍼는 프로세서나 메모리의 기반이 되는 기판을 말합니다. 반도체 제조업체는 실리콘 웨이퍼에 회로를 그린 후, 이를 칩 형태로 자르는 방식으로 칩을 만듭니다.

그런데 왜 반도체 웨이퍼는 실리콘으로 대부분 만들어지는 걸까요? 답은 실리콘의 특성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화학적 요소를 차근차근 뜯어보면 실리콘이 반도체에 적절한 물질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죠. 화학적인 배경 지식이 필요하기 때문에 다소 어려울 수 있습니다만, 최대한 풀어 설명해 보겠습니다.

모든 원자는 ‘최외각전자’가 핵심

실리콘 웨이퍼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실리콘이라는 물질의 가장 최소 단위 입자, 즉 원자가 어떻게 구성돼 있는지 알 필요가 있습니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원자는 고유한 성질을 나타내기 위한 원자핵과 원자의 겉표면을 맴돌고 있는 전자로 구성돼 있습니다.

겉표면을 맴돌고 있는 전자는 ‘최외각전자’라고 합니다. 이 전자가 다른 물체로 이동하면서 움직이면 우리는 ‘전기가 통한다’라고 합니다. 그 수는 원자의 종류마다 다른데요, 산소는 6개, 탄소는 4개, 실리콘도 4개, 수소는 하나의 최외각전자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최외각전자는 8개가 될 때 완전체가 됩니다. 수소는 2개가 채워졌을 때 가장 안정적이고요. 아니 아까는 각 원자마다 가지고 있는 최외각전자의 수가 다르다고 했으면서, 어떻게 8개를 만드냐고요? 방법은 있습니다. 다른 원자와 전자를 공유하면 됩니다.

물 분자를 예를 들어 봅시다. 물은 수소 두 개, 산소 하나로 구성된 원소(물질을 이루는 기본적인 성분, 입자를 나타내는 원자와는 차이가 있음)입니다. 수소는 각각 하나의 최외각전자를 가지고 있고, 산소는 여섯개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들은 결국 최외각전자를 공유하면서 안정적인 상태를 찾게 됩니다. 아래 그림처럼 말이죠.그 중에서도 실리콘은 4개의 최외각전자를 가지고 있습니다. 4개를 줄 수도 있고, 받을 수도 있죠. 실리콘 원자는 남은 4개의 자리를 채우고 안정적인 상태로 접어들기 위해 손을 잡을 또 다른 원자를 찾아 나섭니다. 그렇게 총 4개의 실리콘과 결합합니다. 실리콘 원자가 모든 최외각전자를 나눠 가지면 이런 모습이 됩니다.

이를 다이아몬드 격자구조라고 합니다. PC, 스마트폰 등에 탑재되는 프로세서와 메모리는 이 다이아몬드 격자가 줄지어 이어진 실리콘 단결정 웨이퍼를 기반으로 만들어집니다.

실리콘이 반도체에 적합한 이유

흔히 반도체라고 하면 컴퓨터 내에서 데이터를 처리하고 적절한 값을 출력하는 프로세서나 메모리 같은 부품을 생각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는 정확하지 않은 표현입니다. 편의상 반도체라고도 부르지만, 엄밀히 따지면 프로세서나 메모리는 칩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정확합니다. 반도체는 물질의 성질을 나타내는 말입니다. 전기가 잘 통하는 도체와 전기가 통하지 않는 부도체 중간 성질을 띠고 있기 때문에 반만 도체다, 해서 반도체라고 부르죠.

실리콘이 반도체가 될 수 있는 이유는 밴드갭 때문입니다. 밴드갭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기 위해서는 전자기학적으로 접근해야 하지만, 우선은 여러 개의 원자가 모여 있을 때 전자가 활성화하고 이동하기까지 필요한 에너지 차이 정도로만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에너지를 많이 받으면 원자핵이 꽉 잡고 있던 전자가 외부로 튀어 나가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이렇게 튀어나간 전자는 다른 곳으로 흘러가게 되는데요, 이렇게 해방된 전자를 ‘자유전자’라고 합니다.

금속은 별다른 에너지를 가하지 않아도 자유전자가 존재하는 물질로, 전기가 잘 통합니다. 모든 전선을 금속으로 만드는 이유도 이 때문이죠. 반면 고무, 플라스틱과 같은 재질은 전기가 잘 통하지 않습니다. 아무리 많은 에너지를 가해도 밴드갭 자체가 매우 크기 때문에 웬만해서는 전기도 열도 쉽게 통하지 않는 겁니다.

실리콘은 중간 정도의 밴드갭을 가지고 있는 반도체에 속합니다. 평소에는 전기가 통하지 않지만, 약간의 열이나 전기 등 에너지를 가하면 전기가 통하죠. 이는 적당한 수준의 밴드갭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원리를 이용해 지금의 프로세서와 메모리 칩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반도체용 실리콘 웨이퍼, 어떻게 만들까?

실리콘 웨이퍼 자체는 오로지 실리콘 원자로만 이뤄진 기판입니다. 이미 모든 최외각전자가 손잡고 있는 안정적인 구조죠. 그런데 이렇게 되면 전자가 이동할 틈이 없습니다. 이미 전자 자리가 다 차 있으니까요. 전자가 흐르지 않는다는 말은 전기가 통할 수 없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반도체를 만들기 위해서는 이 전자 집합체에 빈 공간을 주거나 잉여 전자를 만들어줘서 자리를 잡고 있는 전자를 밀어낼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최외각전자가 실리콘 원자보다 적은 물질을 첨가하면 공간을 만들어줬기 때문에 전자가 빈공간으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최외각전자가 실리콘 원자보다 많은 물질을 도포하면 더 많은 수의 전자가 생겨났기 때문에 기존에 존재하던 전자를 밀어내면서 흐르게 됩니다.

따라서 반도체 기판은 기둥 모양으로 키운 실리콘 단결정을 얇게 잘라 웨이퍼 형태로 만든 후, 여기에 인이나 비소, 붕소 등을 도포해 열을 가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집니다. 이 과정을 ‘확산 공정’이라고 하죠. 웨이퍼에 불순물을 확산시킨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명칭입니다.

최외각전자가 3개 있는 물질을 도포하면 P형반도체, 5개 있는 물질을 도포하면 N형 반도체라고 불립니다. 이 공정이 수반돼야 비로소 프로세서가 제 역할을 할 수 있죠. P형 반도체와 N형 반도체를 적절하게 배치하면 전압을 조정하거나 전류의 흐름을 정할 수 있습니다. 전류를 증폭할 수도 있고요. 이 두 종류의 반도체를 조합해 트랜지스터, 즉 반도체 소자를 만들 수 있습니다. 이들은 각각 스위치 역할을 하면서 데이터를 저장하고 처리합니다.

한편, 최근 반도체 업계는 실리콘 외 다른 물질로 구성된 웨이퍼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산화규소(SiC)나 질화갈륨(GaN) 등 화합물(두 가지 이상의 원소로 이뤄진 물질)로 만든 웨이퍼 말입니다. SiC나 GaN은 반도체이지만 실리콘에 비해 밴드갭이 더 큽니다. 밴드갭이 크면 그만큼 전자가 활성화되기 어렵다는 의미이니 전력 손실이 덜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전력과 관련된 영역을 제어하는 ‘전력반도체’에 주로 사용되는데요, 저전력에 대한 필요성이 커지는 만큼 웨이퍼의 종류도 다양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배유미 기자>youme@byline.network

[무료 웨비나] 디지털 전환 시대의 필수! AI기반 아이덴티티 보안의 모든 것

  •  2024년 7월 16일 (화) 14:00 ~ 15:30

관련 글

첫 댓글

  1. 전자과 학생인데도 반도체 기초가 탄탄하지않아서 헷갈리는 기초 개념을 정말 담백하게 풀어주시니 감사합니다! 정말 쉽게 설명 잘 하시네요!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