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발트 프리 개발 나서는 한국 배터리 “LFP는 정답이 아니다”

프리미엄 배터리에 주로 사용되는 삼원계(3개 이상의 원소를 배합해 만든 양극재) 부문에서 경쟁력을 가졌던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코발트 프리 기술 확보에 본격적으로 팔을 걷어붙일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이미 기술력을 갖춘 만큼 저렴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가격에 준하면서 에너지 용량이 큰 제품을 만들어 저가 시장까지 외연을 넓힐 거라는 분석이다.

국내 배터리 업계는 최근 소재 가격을 낮추는 데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SDI는 2일 중국 상해에 연구소 ‘SDI R&D차이나(SDIRC)’를 설립했다고 발표했다. 회사는 해당 연구소에 배터리 소재 검증 연구실을 구축해 저가 소재 발굴 및 검증에 나설 계획이다.

SK온은 지난달 30일 모회사 SK이노베이션 주주총회 현장에서 “글로벌 인플레이션에 대응해 연구개발(R&D)을 통한 저가 소재 개발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회사는 새로 개발하는 소재는 삼원계·LFP와 같은 양극재로, 긴 호흡으로 내재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비슷한 시기 새로운 계획을 공식적으로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회사 관계자는 “LFP뿐만 아니라 코발트 비중을 5% 이하로 낮추는 기술은 지속해서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언급한 배터리 업계가 이야기하는 저가 소재는 ‘코발트 프리’ 소재다. 코발트 프리 배터리는 말 그대로 코발트라는 금속 없이 만든 배터리를 말한다. 코발트는 삼원계 배터리 안정성 확보에 꼭 필요한 원소지만, 가격이 비싼 단점이 있었다. 가격을 낮추기 위해서는 코발트 함량을 줄여야 한다.

하지만 무작정 코발트 함량을 줄이면 안정성에 문제가 생긴다. 배터리 안정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추후 화재 및 폭발 등 안전성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국내 기업들은 그간 확보해 온 삼원계 양극재 노하우를 바탕으로 배합비와 디자인을 고려해 코발트 없이도 배터리를 안정적으로 구동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선양국 한양대학교 에너지공학과 교수는 “국내 배터리 업계가 하이니켈 및 코발트 프리 쪽으로 개발해 온 만큼, 코발트 프리 소재를 개발하기 위해 연구 투자를 진행하지 않을까 싶다”며 “한국 기업이 이야기하는 저가 소재 개발은 코발트 함량을 0%로 낮춘 코발트 프리 배터리인 것 같다”고 말했다.

배터리 업계에 정통한 증권가 관계자는 “국내 기술로는 코발트 함량을 3~5% 수준까지 낮춘 양극재를 만들 수 있으나, 완전히 코발트 함량을 제로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R&D를 진행하는 중”이라며 “상황에 따라 기술 로드맵이 밀릴 수는 있으나, 2025년쯤에 코발트 프리 배터리를 상용화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말했다.

더 나아가 국내 배터리 업계는 코발트뿐만 아니라 니켈 비중도 낮추는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니켈은 삼원계 배터리에서 에너지 용량을 높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 다만 LFP를 비롯한 저가형 배터리에 탑재되는 원소에 비해 가격이 높아, 한국산 배터리 가격을 높이는 데 한몫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관계자는 “니켈 비중을 줄이는 대신 망간 비율을 높여 가격과 에너지 용량을 모두 잡는 기술을 국내에서 개발하고 있다”며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추가 기술 개발이 이뤄져야겠지만, 목표한 바를 달성한다면 LFP 시장을 뛰어넘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국내 배터리 3사는 배터리 가격을 낮추기 위해 LFP 배터리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당장 전기차 가격을 낮춰야 하는 완성차 업체 사이에서 LFP 배터리 수요가 견조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 기업은 LFP 배터리 개발에 그치지 않고, 그간 주력해서 개발해 온 삼원계 배터리 기술도 발전시켜 저가 원재료 수급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주요 배터리 기업 관계자는 “이미 LFP 양극재 기술은 국내 업계도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연구소를 짓거나 새롭게 R&D 투자를 단행해 대규모로 추가 연구를 진행할 이유는 없다”며 “또한 당장 국내 기업이 LFP 배터리 개발에 뛰어든다 해도, 이를 정답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배터리 기업도 “LFP 배터리 외에도 기존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 대비 가격을 낮추려는 작업을 많이 하고 있다”며 “현재는 양극재 코발트 비중을 5% 이하로 가져가고 있고, 코발트 프리 배터리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최근 세계 배터리 시장은 가격 경쟁력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2023년 들어 테슬라가 생태계 확대를 위해 제품 가격을 인하하면서, 타 완성차 업체도 전기차 가격 낮추기에 나섰다. 내연기관 차만큼 가격이 저렴해야 전기차 구매자가 늘어날 수 있기 때문에, 완성차 업계의 전기차 가격 인하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배유미 기자>youm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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