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는 숏폼을 어떻게 마케팅에 활용하나

틱톡에서 시작해서 유튜브 쇼츠, 페이스북 인스타의 릴즈까지 짧은 동영상의 인기가 확실히 자리잡았습니다. 사람이 많이 몰리는 곳에는 돈도 딸려 오죠. 광고주들도 이 짧은 동영상에 관심을 가진지는 오래지만, 이걸 “어떻게 활용해야 하느냐” 를 감을 잡진 못했습니다. 짧은 시간 안에 브랜드 정체성이나 확실한 메시지를 재미에 섞어 전달하는 게 쉽지 않아서죠.

그런데 올해 들어서는 분위기가 바뀔 거라는 전망입니다. 잠깐, 영상 하나 보고 가실까요?

YouTube video

콘텐츠 마케팅 기업 더에스엠씨그룹의 유튜브 채널, ‘이십세들’에서 만든 숏폼영상입니다. 이 영상은 애초에 특정 기기가 더 좋다 나쁘다를 언급한 영상은 아닙니다. 그저 20대와 30대가 각각 어떤 스마트폰을 더 많이 쓰는지를 보여주는데요. 그 과정에서 브랜드에 대한 어떤 이미지가 생겨납니다. 이런 영상들이 올라오고, 또 호응을 얻으면서 기업들도 숏폼을 어떻게 마케팅에 활용할지, 감을 잡아가고 있는 거죠.

따라서 여러 기업과 브랜드도 올해는 이 숏폼을 제대로 활용하려는 준비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생각보다 많은 브랜드가 숏폼 영상과 관련해 어떤 고민과 변화, 준비가 있는지. 더에스엠씨그룹의 이승준 매니저, 자회사 데이드의 이하니 팀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브랜드의 고민1) 너와 나의 약한 연결고리, 숏폼

“예전에는 크리에이터가 영상을 올리면 시청자가 재미있게 본 후 커뮤니티에 댓글로 피드백을 남겼죠. 그 사람이 좋아서 팬이 되고 팔로우를 한 터라 강한 유대감으로 묶인 사이였어요. 그런데 숏폼에서는 크리에이터의 영상을 재미있게 본 시청자가 빠르게 모방해 또 다른 영상을 만들어낼 수 있거든요? 또, 이 사람의 영상이 알고리즘을 타고 갑작스럽게 팔로워를 늘릴 수 있죠. 크리에이터의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대신 크리에이터와 팬 간의 유대감은 약해졌어요.”

유튜브는 물론이고 유튜브 이전에 TV가 가장 파급력 큰 광고매체였던 시절까지 통틀어서, 기업이 큰 돈 들여 브랜딩 광고를 할 때는 이미지 개선이나 팬덤을 꾀하는 데 목적이 있었죠. 그런 활동이 결과적으로 회사의 매출 개선에 이득을 준다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런데 숏폼 영상 생태계는 그런 일반적 기대를 깨트리고 있습니다. 이승준 매니저의 말이 시사하는 바는 확실합니다. 영상을 빠르게 소비하고 빠르게 모방하는 시청과 제작 환경에서는, 이 영상을 누가 만들었는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즉, 팬덤보다는, 재미와 빠른 모방의 가능성을 줘야 합니다. 직접적인 브랜딩보다는 이 영상의 잔상을 기억에 남기는 게 더 중요하죠.

앞서 소개된 영상 사례를 다시 떠올려 볼까요? 아이폰이 어떤 기능 때문에 더 좋다는 ‘설명’이 없죠. 그렇지만 20대가 아이폰을 더 선호한다는 이미지를 줍니다. 영상이 대놓고 아이폰을 광고하지 않았는데도(실제로 이 영상이 광고를 목적으로 촬영됐는지 여부는 모릅니다만), 이미 광고의 효과를 보여주고 있지 않습니까?

더에스엠씨그룹 브랜드전략본부에서 영상 플랫폼별 전략 연구를 총괄하는 이승준 매니저. 이승준 매니저와 함께 인터뷰한 이하니 팀장이 일하는 데이드는 더에스엠씨그룹의 자회사로, 광고 사업 업무를 전담한다. 클라이언트에 브랜드 광고 전략을 제안하고, 프로젝트를 만들어가는 일이 주업무다.

브랜드의 고민2) 새로운 걸 원하지만 새로운 걸 만들긴 어려워

“특정 상품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광고주가 재미있는 숏폼 영상을 만드려는 이유는, 어쨌든 간에 이 인물들의 행동 배경에 해당 브랜드의 이미지가 깔려 있기 때문이에요. 메시지를 뚜렷하게 강조하는 것보다 자연스러운 영상을 노출하는 것이 오히려 반응이 좋다는 걸 한 번 인지하고 나니까 기업들도 숏폼을 시도하고 있는 거죠.”

이하니 팀장의 말입니다. 이승준 팀장의 말과도 결을 같이 하죠. 그러니까, 부모가 공부하라고, 지금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대학을 가야 너의 인생이 탄탄대로라고 아무리 잔소리해봤자 애들은 공부 안하고, 대신에 그냥 어렸을 적부터 부모가 공부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아이들도 머릿속에 아, 이렇게 공부하는게 당연한 분위기구나라고 생각해서 책을 편다, 와 같은 이치로 읽힙니다.

아무리 구구절절 회사 서비스나 상품의 장점을 설명해봤자, 눈에 안 들어오면 그만이죠. 브랜드가 아닌 크리에이터가 만든 재미있는 영상에, 브랜드의 상품이나 서비스가 배경으로 흘러가는 것. 출구 없이 영상을 보다보면 그 공간이 재미있고 멋지게 보이는 것이 숏폼 브랜딩의 핵심 중 하나가 되겠네요.

이하니 팀장은 “광고주의 고민이 작년하고 똑같은 올해의 서비스를 어떻게 소비자가 새롭게 느끼도록 할 수 있을까”라는 거라고 지적하는데요. 그간의 기업 마케팅은 “인플루언서를 초대해서 사진 찍고 인스타그램에 올린다” “TV 프로그램이나 유튜브를 비롯한 롱폼 플랫폼에서 간접광고(PPL)를 한다”는 것이 대부분이었죠.

그런데 이하니 팀장은 “같은 아이템이라도 숏폼의 경우 크리에이터가 어떤 구성을 하느냐에 따라 내용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합니다. 누구라도 크리에이터가 될 수 있고, 누구라도 자신의 캐릭터에 아이디어를 보탤 수 있으니 그만큼 창의적인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러니까, 식상함에서 벗어나고픈 곳들이 하나둘씩 숏폼의 문을 두드리게 되는 거죠.

브랜드 차원에서는 대놓고 하기 어려운 어떤 새로운 시도를, 크리에이터가 대신 해서 사람들이 웃고 넘길 수 있는 콘텐츠로 만들어내 바이럴을 일으켜주길 기대하는 겁니다.

브랜드의 고민3) 중요한 것은 광고가 아닌 콘텐츠를 만든다는 마음

“브랜드성 보이스가 조금이라도 개입되는 순간, 되게 재미 없고 뻔한 결과물이 나올 수 있다”

이하니 팀장의 말을 새겨들어야 할 필요가 있겠네요. 돈은 돈대로 쓰고 바이럴 효과 없이 영상이 묻히길 바라진 않는다면 말이죠.

간절히 원하는 목적을 조금 묻어두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승준 매니저가 들어준 사례가 재미있습니다. 지금 숏폼에서 뜨는 영상에서 가장 중요하게 봐야 할 것은 어떻게 스토리텔링하느냐는 것이라는 데요. 예를 들어서 “김치볶음밥 레시피를 만든다”고 가정해볼까요?

통상은 정말로 김치볶음밥에 들어가는 재료를 소개하고 잘 다듬고 빠르게 조리해서 완성된 요리로 만들어내는 걸 빠르게 편집해서 보여주죠? 이승준 매니저는 그러면 안 된다고 딱 잘라 말합니다. 그렇게 만들어서는 숏폼에서 인기를 끌 수 없다고요. 왜냐면, 이건 유튜브에서 먹혔던 거지 숏폼과는 동떨어져 있는 문법이기 때문이죠. 그럼 숏폼에서는 김치볶음밥 레시피를 어떻게 소개하느냐.

# (화면은 재료손질부터 시작해서, 김치 볶음밥이 만들어지는 전 과정이 흐른다. 화면과는 상관없는 이런 나레이션) 전남친은 0간장을 좋아했었지. 나는 0간장이랑 △간장을 구분못했어. 내 전남친은 항상 말했어. 김치볶음밥을 할 때는 0간장을 넣어야해. 나는 왜 0간장을 넣어야 하냐고 물어봤어. 남자친구는 “한 번 먹어볼래?” 아침마다 나에게 0간장 넣은 김치볶음밥을 만들어준 전 남친. 지금은 헤어져서 볼 순 없지만 지금도 그 남자친구가 생각날 때마다 김치볶음밥을 할때는 0간장을 넣어.

이해가 가시나요? 전남친 썰에 혹해서 클릭해서, 우리는 우리도 모르게 김치볶음밥 레시피를 배웠습니다. 영상에는 단 한 번도 나오지 않은 전남친은 참 훌륭한 요리사였군요. 아울러, 0간장을, 거의 세뇌하다시피 머리속에 기억하게 됐습니다. 숏폼일수록 메시지를 압축하면서도 재미를 담는 스토리텔링 능력이 왜 중요한지를 보여준 하나의 사례입니다.

이 매니저는 “크리에이터와 시청자의 벽이 많이 허물어지고 있고, 건전한 방식으로 콘텐츠의 양 자체가 많아지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이런 생태계에서 브랜드나, 혹은 시청하는 누군가라도 영상 창작과 배포에 언제든 뛰어들 수 있고 이를 통해 자신만의 영향력을 확산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으니, 숏폼에서 기회를 찾는 분들은 눈을 크게 뜨고 지금 잘 나가는 영상들을 살펴보세요.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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