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스리] 네오배터리의 가격 경쟁력, 실리콘 음극재 시장 포문 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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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소재, 하면 많은 이들이 양극재를 주목한다. 리튬인산철(LFP)이나 삼원계 모두 양극재를 지칭하는 말이다. 그런데 이상하다. 배터리는 양극과 음극으로 이뤄져 있는데, 어째서 세상에 나오는 배터리 소식은 양극재 관련 내용이 절대적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걸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현재 배터리 업계에서 사용되는 음극재의 종류는 그리 다양하지 않다. 음극재로는 흑연, 혹은 인조흑연이 주로 사용된다. 에너지 용량이나 충전 속도 측면에서 한계가 존재하지만, 아직 업계에는 확실한 대안이 없다. 실리콘이 함유된 음극재가 주목받는다 해도 팽창이나 가격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아. 아직 주류로는 올라오지 못한 상황이다.

하지만 실리콘 음극재 시장의 판도를 바꾸기 위해 준비하는 기업이 있다. 바로 네오배터리머티리얼즈(이하 네오배터리)다. 네오배터리는 실리콘 음극활물질 업체로, 2021년 10월 22일에 설립됐다. 여기서 음극활물질이란 음극재 내에서 전기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활성 물질을 의미한다.

네오배터리는 토론토 증권거래소 벤처부(TSX.V) 상장사다. 처음 시작은 캐나다 광물자원 개발업체였는데, 점차 실리콘 관련 사업을 영위하면서 실리콘 음극재 개발 사업까지 이어졌다.

허성범 네오배터리머티리얼즈 대표

허성범 네오배터리 대표(사진)는 “한국 시장이 본진”이라고 말한다. 캐나다에서는 주로 자금 조달을 하고, 대부분의 사업은 고객사가 몰려 있는 한국에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업 활성화를 위해 네오배터리는 이달 초 김성기 한화솔루션 전 연구소장을 최고기술책임자(CTO)로 영입하기도 했다.

네오배터리는 내년에는 실리콘 음극활물질을 공급해 시장 활성화에 속도를 붙일 수 있을 것이라 자신감을 드러냈다. 99.9% 이상의 순수한 실리콘, 즉 메탈실리콘 원소로 활물질을 만들어 현재 당면한 업계 문제를 해결할 계획이다.

연세대학교 공학원에 위치한 네오배터리 연구실에서 회사의 경쟁력과 음극재 시장 활성화 전략을 들어봤다.

모두가 더할 때 “기본으로 승부 본다”

“1983년 삼성전자의 도쿄 선언을 기억하는가. 일본이 반도체 시장을 제패하고 있을 때, 삼성전자가 메모리 사업을 시작하기로 한 것이다. 당시 일본은 정교한 고급 기술을 적용해 좋은 메모리를 만들었지만, 결국 삼성전자의 가격 경쟁력에 밀리고 말았다. 음극재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품질이 좋다고 해도 가격이 높으면 고객사는 부담을 느끼고 구매에 어려움을 느낀다. 네오배터리가 실리콘 음극활물질을 만들 때 가격 경쟁력 확보에 주력한 이유다.”

허성범 대표는 우리나라가 어떻게 메모리 시장 강자가 될 수 있었는지 언급하면서, 가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네오배터리가 저렴한 실리콘 음극재를 공급하기로 한 이유이기도 하다.

실리콘은 현재 주로 사용되는 흑연 소재에 비해 수용할 수 있는 에너지 용량이 높다. 배터리 음극재로 사용할 때 충전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하지만 충·방전 과정에서 팽창한다는 치명적 단점은 사용을 꺼리는 요소였다. 배터리 소재가 팽창하면 이는 결함으로 이어지고, 추후 화재나 폭발 등 안전성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많은 음극활물질 제공업체는 이에 팽창 문제를 해결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순수한 실리콘 원소에 탄소나 산소 등을 결합해 화합물 형태로 만드는 것이다. 실리콘 화합물은 메탈실리콘 원소에 비해 팽창률은 낮아지고 소재 안정성은 높아진다. 하지만 에너지 용량이 낮아질 뿐만 아니라 가격도 큰 폭으로 오르게 된다.

김성기 CTO는 “실리콘 화합물을 만들기 위해서는 플라즈마 화학기상증착(PECVD)이나 정제 공정이 부가적으로 수반돼야 하는데, 이는 모두 고온·고압 상태에서 진행돼 필요한 설비 및 기술 확보에 큰 비용이 든다“며 “게다가 메탈실리콘 원소에 부가적인 요소를 첨가해 화합물로 만들면 물성이 바뀌는데, 그 과정에서 에너지 용량이 낮아진다”고 설명했다.

네오배터리 연구원이 소재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사진=네오배터리)

네오배터리는 기본에서 답을 찾았다. 메탈실리콘 원소를 토대로 음극활물질을 만들면서 팽창 문제까지 잡는다면 승부가 가능하다고 봤다. 메탈실리콘 원소는 다른 물질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면서 수용할 수 있는 에너지 용량이 높다는 강점이 있다.

메탈실리콘 원소로 음극활물질을 만들면 먼저 별도의 공정 과정이 들어가지 않아 저렴하게 생산할 수 있다. 허 대표가 가격 경쟁력을 자신 있게 내세운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는“고온, 고압의 조건으로 진행하는 별도의 공정 과정이 필요하지 않아 생산라인 구조가 단순하고, 장비의 종류도 다양하지 않다”며 “파일럿 라인과 실제 공장 구조가 동일하기 때문에, 생산라인을 증설하는데 비교적 수월하다”고 말했다.

모두가 고민하는 팽창 문제, 어떻게 접근하나

그렇다면 모든 기업이 해결하고자 하는 실리콘 팽창 문제는 어떻게 접근하고 있을까. 우선 네오배터리는 팽창 문제를 잡기 위해 폴리머(고분자 소재)로 실리콘 입자를 감싸는 기술을 개발했다. 현재 테슬라가 실리콘 음극재에 고무 재질의 막을 둘러싸는 방식으로 팽창 문제를 해결하려 하는데, 이와 비슷한 접근 방식을 취한 것이다.

네오배터리는 플라스틱 계열의 폴리머에 자체 개발한 첨가제를 10% 이하 더한 소재로 실리콘 입자를 감싸 팽창 문제를 잡았다. 김성기 CTO는 “해당 소재가 배터리 내 전자 이동 통로 역할을 하는 전해질과 호환이 잘 되고, 팽창을 잘 잡아주기 때문에 코팅재로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네오배터리의 실리콘 음극활물질은 화합물 기반에 비해 팽창 문제에 좀 더 관대하다는 설명이다. 화합물 기반의 실리콘 음극활물질에 비해 더 적은 양이 탑재돼도 에너지 용량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은 양을 놓고 비교했을 때 메탈실리콘의 에너지 용량은 화합물 기반의 실리콘 음극재에 비해 7~80%가량 더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허성범 대표는 “네오배터리가 개발한 음극활물질은 화합물 기반에 비해 더 많은 에너지를 함유할 수 있다”며 “수명 안정성이 어느 정도 보장된다면, 충분히 적용을 고려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네오배터리가 생산하는 실리콘 음극활물질. 메탈실리콘 원소 기반에 자체 폴리머 코팅 기술을 적용했다. (출처=네오배터리)

값싼 배터리 대세, “네오배터리에게는 기회”

네오배터리는 2024년 상반기 중으로 평택에 240톤 규모의 실리콘 음극활물질 공장을 가동할 예정이다. 또한 이르면 올해, 늦으면 내년 중으로 대형 고객사와 실리콘 음극활물질 관련 협업을 가시화할 계획이다.

허 대표는 “지난해만 해도 3개의 차종에만 실리콘 음극재 기반의 배터리가 탑재됐는데, 올해에는 그 종류가 20개 이상으로 늘어날 전망”이라며 “배터리와 전기차 업계의 실리콘 음극재에 대한 기대감은 계속 커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국내 배터리 3사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사업에 뛰어들면서, 네오배터리는 더 많은 기회를 모색할 수 있게 됐다. 허성범 대표는 “LFP 배터리는 삼원계 배터리에 비해 에너지 용량이 낮다는 한계가 있는데, 이를 실리콘 음극재로 해결할 수 있다”며 “무엇보다 LFP는 원가를 낮추는 것이 중요한데, 네오배터리가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점이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네오배터리는 실리콘 음극재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는 시기가 머지 않았다고 본다. 업계에서는 시장이 활성화되기까지는 10년 이상 걸릴거라는 의견도 나오지만, 네오배터리는 여러 업체와 샘플 테스트를 진행하면서 가능성을 보고 있다고.

마지막으로 허 대표는 “많은 사람들이 못해도 4~5년 뒤에야 실리콘 음극재 시장이 열릴 것이라 하는데, 현 시장 상황을 보면 오히려 빠르게 시장에 대응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올해와 내년에 많은 에너지를 쏟은 후, 빠르게 실리콘 음극활물질 마일스톤을 만들어 나가면서 고객사를 확보하겠다”고 포부를 말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배유미 기자>youm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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