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PT4 녹인 영어 앱 ‘스픽’, AI는 회화 공부를 어떻게 바꿀까?

언젠가 이런 날이 올 것도 같았고, 안 올 것도 같았다. 인공지능이 고도로 발전하면 교사 대신 로봇이 영어를 가르쳐 줄 것 같기도 했고, 아니면 그냥 자동으로 통번역이 될테니 외국어 자체를 안 배워도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아직은 외국어를 안 배워도 되는 날은 오지 않았고, 뭐 별로 빨리 올 것 같지도 않다. 대신, AI를 영어회화 앱에 녹인 서비스는 나왔다. 지난해 11월, GPT를 만든 오픈AI로부터 투자받은 스픽이다.

미국 실리콘밸리에 거점을 두고 움직이는 차승재 스픽 부대표와 화상으로 연결된 건 지난 15일 오전 9시. 마침 오픈AI가 GPT4를 공개한 날이다. 스픽은 오픈AI가 만든 투자펀드의 포트폴리오 자격으로 두달 전부터 GPT4를 활용해 AI 튜터를 개발해왔다. AI 튜터는 인공지능이 강사가 되어 이용자와 대화하고 실시간으로 잘못된 표현을 교정해주는 프로그램이다. 스픽 안에 기본 탑재해 유료 서비스하는데, 차 대표는 “GPT4를 접목하면서 AI 튜터가 사람 선생님이 일일이 주기 어려운 피드백을 실시간 전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차승재 스픽 부사장

오늘 GPT4 서비스를 시작했다(인터뷰가, GPT4가 발표된 3월 15일 오전에 진행됐다). 스픽은 오픈AI 투자를 받았고, 공식 협력하는 사이인데

사실은, 미리 GPT4를 앱에 반영하고 있었다. 오픈AI 측에서 개발하고 있는 모델에 대해 미리 피드백을 주기 때문에, 우리 프로덕션 서버에 몇달전부터 적용해 써볼 수 있었다.

GPT4가 반영된 영어회화는 어떻게 다를까, 흥미롭다

스픽 앱 안에, AI와 대화할 수 있도록 한 튜터 탭이 있다. 미리 설정한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AI 튜터와 대화하거나, 혹은 프리토킹을 할 수 있다. AI튜터가 사람이 직접 해주는 수준으로 피드백하는 것은 GPT4가 들어가면서 가능해졌다. 뉘앙스에 따라 달라지는 표현을 잡아내는 등, 대화 모델이 발달했다고 본다. AI 튜터가 올 1월 공개됐는데, 짧은 시간에 200만 건이 넘는 수업이 진행됐다. 그 AI 튜터의 기반에 GPT4가 적용되어 있다는 게 이번에 공개된 것이다.

사람이 직접 수업하는 수준이라니.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영어회화에서 중요한 것은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제대로 전달할 수 있는지가 핵심이다. 그런 목적을 제대로 달성하는지를 기본으로, 해당 표현이 상황에 맞는지, 너무 캐주얼하지는 않는지 같은 것을 밀착해서 교습할 수 있도록 했다. AI 튜터가 수업 중에 상대방이 무슨 얘기를 하는지, 어떤 실수를 하는지를 실시간 파악하고 반응한다. 그리고 수업이 진행되면서 “이때 쯤이면 어떤 걸 배우면 좋을 것 같다”는 등의 수업 내용을 미리 준비할 수도 있다.

사람 강사는 모든 문장의 잘못을 짚어내기 어려운데, 오히려 AI는 그런 부분에서는 실수를 모두 잡아낼 수 있기 때문에 더 나은 부분도 있다.

모든 잘못을 다 잡아낸다니. AI 튜터가 정확한 문법이나 자연스러운 표현을 가르치도록 하기 위해서 어떤 데이터로 어떻게 학습을 시키고 있나?

출처=스픽 홈페이지. AI 튜터가 동작하는 원리.

이용자의 음성을 인식해서 이를 텍스트로 변환한다. 텍스트 뿐만 아니라 대화 문맥을 고려해서 내용을 이해하고, 적절한 답변을 생성해서 음성을 합성 시킨다(위 그림 참조). 대화의 과정에서 어떤 피드백이 필요한지를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특정 방향성에 맞게 피드백을 주도록 교육시켰다.

GPT4를 앱 안에서 잘 구현하기 위해서 기술적으로는 어느 부분에 초점을 맞췄나?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생성 AI에서 좋은 결과물을 얻기 위해 명령어를 만드는 작업)을 어떻게 잘 하는지가 되게 중요하다. GPT 모델을 전체적인 시스템에 잘 결부되도록 설계를 해서 수업 내용 자체를 기획하는데 최적화하도록 세팅할 수 있다. 어떤 목적으로 어떤 대화를 이끌어갈지를 미리 최적화해 세팅하는 격이다.

미세조정(영어 교육에 최적화한 문장 생성을 위한 조정)은 어떻게 진행했나?

한국을 비롯해서 일본 등 여러 국가에 스픽이 진출해 있다. 그런데 각 나라마다 자주 하는 영어 실수가 있다. 그런 걸 어떻게 설명을 해줘야 이해가 쉬울지를 중요하게 보면서 작업했다. 한국어적인 사고로 말을 하게 될 경우 자신의 의도와는 달리 원어민 입장에서는 다르게 들릴 수 있다. 그런 표현을 잡아서 의도에 따라 정확하게 알려주는 것이 미세조정에 있어서 민감하고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을 한다.

오픈AI 스픽의 협업은 어떻게 이뤄졌나?

공생관계 같다.예를 들어서, GPT 모델 외에도 오픈AI가 준비하는 ‘텍스트 투 스피치(Text-to-Speech, 음성을 문자로 변환하는 기술)’ 같은 기술을 우리한테 미리 제공하면, 스픽에서 그 모델에 대해 조금 더 실용적인 피드백을 주면서 같이 발전시켜 나가는 식이다. 스픽에서 창의적인 사용 사례를 보면서 진짜로 이 기술로 인해 서비스가 얼마만큼 향상됐다고 느끼는지, 중요한 부분에서 얼마만큼 능력이 커졌는지에 대한 피드백을 줄 수 있는 거다.

GPT 같은 것이 발전을 하면 영어를 배워도 알았다(웃음). 이렇게 기술이 계속 발전하는데, 계속 영어를 배워야 할까?

기술이 아무리 발전을 한다고 해도 인간 대 인간의 커뮤니케이션은 계속해 중요하다. 지금의 개발자들은 스택오버플로우(프로그래밍에 대한 질문과 답변을 나누는 사이트)나 외국의 영문으로 된 웹사이트를 통해 정보를 구하고 작업을 한다.

그런 부분에서는 기술적으로 도약이 있을 수 있지만, 그래도 사람들은 매일 밖에 나가서 다른 사람과 직접 대화를 해야 한다. 커뮤니케이션에서 목적 달성은 물론이고, 사람과 대화하는 느낌 자체도 필요하다. 내가 원하는 말을 제대로 잘 전달하는 것이 중요한데, 그런 능력은 기본적으로 모든 사람이 탑재하고 있어야 한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입장에서는 AI 튜터가 제반 비용을 줄일까?

서비스를 개발하는 입장에서는 AI 모델을 돌리는데 드는 비용이 생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비용절감이 될 수 있다. AI 튜터를 론칭하고 나서 벌써 200만회의 수업이 진행됐다. 만약 이걸 기존의 오프라인 영어 학원에서 진행했다고 가정해보면, 단기간에 이룰 수 있는 수업의 횟수가 아니다. 게다가 부동산 비용에 강사를 고용하는 비용 등도 있다.

AI 선생님이 되는 것에 대해 수강생들의 거부감은 없을까? 혹은 AI 어색하게 느끼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서비스단에서 하는 고민이 있다면?

AI 튜터가 이용자의 회화 실수를 문법적으로만 짚어주는 것이 아니라, 더 자연스러운 표현을 안내하는 역할도 한다. 사람 선생님이라면 일일이 주기 어려운 그런 피드백을 하고 있는데, 이게 GPT4를 접목하면서 할 수 있는 영역이 됐다. 그렇다고 AI처럼 딱딱한 답변만 하는 건 아니고, 마치 사람처럼 친근한 그런 느낌을 줄 수 있도록 하려 한다.

GPT3에서 GPT4로 넘어가면서 달라진 것은 영어 외의 언어 구사 능력이다. GPT가 영어는 잘 구사했지만 다른 언어를 되게 못했다. 상황에 맞는 톤, 예쁘게 하는 말 같은 것에 약했는데, GPT4부터는 영어가 아닌 말로도 저희가 원하는 스타일대로 피드백 해줄 수 있도록 말의 뉘앙스를 캐치할 수 있게 된 것이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이라고 본다.

스픽에 어떻게 합류했나?

창업자인 코너 니콜라이 즈윅 대표와 대학교 때 룸메이트였다. 졸업 후 뉴욕에서 일하고 있는데, 코너 대표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스픽을 창업한 후 시장 확장을 위해 조사중이라고 했는데, 마침 한국에 방문하려고 하니 친구로서 같이 가달라는 얘기였다. 휴가를 내고 함께 갔다가, 한국에서 서비스 론칭이 결정되면서 아예 함께 일하자는 제안을 받았다.

한국에는 이미 영어교육을 하는 회사가 아주 많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왜 스픽이 한국에서 가능성이 있다고 봤나?

처음에 한국의 영어 시장은 이미 레드오션인데 왜 도전을 하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그런데 한국의 영어 교육 시장이 엄청나게 경쟁적인 것이 스픽에는 오히려 긍정적인 요소라고 본다. 그만큼 수요가 많다는 뜻이라서다. 이렇게 수요가 큰 시장에서 기존보다 열 배 좋은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면 의미 있는 일 아니겠나?

한국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영어를 잘한다. 잘 읽고 잘 이해하고 잘 듣는다. 그런데 말을 하는 걸 너무 어려워하더라. 스피킹과 다른 능력 사이에 차이(gap)가 있으니까 이걸 해소하려는 욕구가 많이 보였다. 심지어 당시에 서울대학교 학생들 일부를 대상으로 서비스를 해보기도 했는데, 영어로 된 아주 두껍고 어려운 전공서적을 읽는 분들도 말을 하는 것은 어려워했다.

덧붙여, 영어 교육이 상당히 비싼 걸로 인식되어 있다. 아이들 영어 교육을 시킬 때도 한 달에 몇십만원 이상을 지불해야 하고. AI 튜터가 그런 비용을 상당히 줄여줄 수 있을 거라고 본다. 특히 시간적, 비용적, 공간적으로 접근하기 어려웠던 원어민 강사와의 스피킹 교육 효과를 일부 가져와서, 체계적으로 영어를 간편하게 배울 수 있다는 것을 높게 본다.

스픽이 한국에 상륙한 이후 성과를 자평한다면?

매년 두 배 이상 성장을 이루고 있다. 1월은 전통적으로 영어 교육 시장의 성수기인데, 그걸 감안해도 올해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올해 1월부터 2월까지 두 달 동안 60만 다운로드가 일어났다. 지금까지 스픽의 누적 다운로드 수는 300만이다.

앞으로 계획은 어떻게 되나?

AI 튜터 기능을 많이 향상시키고 싶다. 지금은 대화를 끌고 나가는데 AI 기능이 활용되는데, 여기에서 더 나아가서 다음에 뭘 배워야 할지, 어떤 부분에 집중해야 할지 등과 같은 조금 더 개인화되고 맞춤화된 수업 경험을 제공하는데 AI 기술을 적극 활용하겠다. 또, GPT를 포함해 오픈AI의 기술을 적용한 다른 서비스들도 준비 중인데, 잘 출시해 안착시키고 싶다. 한국과 일본에서의 성과를 바탕으로 새로운 시장에도 진출하려 한다. 그래서 영어를 잘 말하고 싶은 이들이 진짜 영어를 배울 수 있는 세상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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