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깜이 미들마일’ 바꾼다…화주에 올인한 티맵화물

‘화물 운송(미들마일)’ 플랫폼 전성시대다. 공장, 컨테이너항에서 물류센터, 대리점 등으로 화물을 나르는 물류 단계를 미들마일이라 부른다. 이 시장 규모가 작지 않다. 2020년 기준 무려 33조원(추정)으로 화물 정보를 업로드하고, 그때그때 배차가 이뤄지는 물량만 6~7조원선이다. 이 단계에서 차주와 화주의 연결이 수기로 이뤄지는 등 여전히 아날로그 시대에 머물러있어, 통신사와 물류사 등 여러 기업이 이 시장의 디지털 플랫폼화에 뛰어들고 있다.

티맵모빌리티도 그러한 기업 중 하나다. 지난 12월 비공개테스트(CBT)를 거쳐 올해 2월 화물 운송 중개 솔루션 ‘티맵(TMAP)화물’을 정식 출시했다.

눈여겨볼 부분은 직접 차주를 끌어들이려는 타기업과 달리, 티맵 화물은 화물의 주인인 화주에게 집중했다는 것이다. 지난 15일부터 활짝 문을 열었다.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로그인 없이도 누구나 화물 운송 요금을 확인할 수 있다.

티맵모빌리티는 왜 화주들을 상대로 제안에 나선 걸까. 최근 서울시 중구 티맵모빌리티 본사를 찾아 티맵 화물을 직접 만든 담당자들을 만나 직접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담당자들은 송지원 디지털 화물중개(Digital Freight Matching, DFM) 사업 리더, 이혜림 프로덕트 매니저, 강필규 프로덕트 개발 매니저, 라요한 데이터 엔지니어다.

왼쪽부터 티맵모빌리티 DFM사업 이혜림 매니저, 강필규 매니저, 송지원 리더, 라요한 매니저가 지난 13일 서울 중구 티맵모빌리티 본사에서 본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제공=티맵모빌리티)

화물운송시장에 재도전

티맵모빌리티, 아니 SK는 이미 화물 운송시장에 도전한 이력이 있다. 지난 2016년 트럭킹이라는 화물운송시장에서 차주 등을 직접 모집해 화물 운송시장에 도전한 바 있다. 그러나 1년 만에 사업을 종료했다.

티맵모빌리티가 미들마일 시장에서 재차 주목한 점은 화주 중심의 서비스가 없다는 사실이다. 티맵 화물의 전체 사업을 총괄하는 송지원 티맵모빌리티 DFM 사업 리더는 현재 화물 운송 시장의 개선점에 대해 “수요와 공급이 불분명한 부분이 있다”고 했다.

미들마일 시장 내 수요는 화물을 가진 화주, 공급은 화물을 운반하는 차주다. 또 수요와 공급을 연결하는 역할을 맡은 주선사와 전국24시콜화물, 화물맨과 같은 화물정보망도 있다.

송 리더에 따르면 기존 화물정보망은 공급 중심이다. 차주들의 정보를 가지고 있는데, 화주의 정보는 사실상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많은 경우, 주선사가 직접 차주와 연결하기 어려운 화물 정보를 올리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화주가 어떤 화물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 품목인지 제대로 알기 어렵다. 화주 입장에서는 니즈가 충족되지를 않는다. 송 리더는 미들마일 시장의 문제가 화주-주선사-정보망-차주 밸류체인에 따른 정보의 불균형이라고 봤다.

그는 미들마일 시장에서 연결을 잘하고자 하면 두 가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화주가 화물을 잘 접수하는 것, 그리고 차주가 화물을 잘 받을 수 있는 것, 이 둘이다.

티맵모빌리티는 화주에 집중한다. 차주 확보에 있어서는 간접적으로 연결하는 방안을 택했다. 직접 모든 차주를 확보하는 게 아닌, 시장 내에서 잘하고 있는 이들과 협력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미들마일 시장에서 차주를 직접 모은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물류 업계 관계자들은 지금이나 당시에나 전국24시콜화물과 화물맨 두 기업이 화물 정보망 시장 내 네트워크를 독과점하고 있기 때문에, 이 네트워크를 가져오는 일이 쉽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티맵 화물은 배차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 여러 이해당사자와 함께 손잡았다. 미들마일 시장 내 화물정보망뿐만 아니라 2021년 인수한 물류 스타트업 YLP, 그리고 350명 이상의 고정차주와 함께 한다. 기존 화물정보망에서 차주를 찾을 뿐만 아니라 원활한 배차를 위해 평택, 울산, 제주 등에 위치한 YLP의 8개 지사, 그리고 협력 운송사와 손잡았다. 이때 YLP와 협력 운송사는 티맵모빌리티가 직접 연결한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송 리더는 “지방은 정보망에서도 배차가 안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협력을 통해 배차를 원활하게 할 수 있게끔 구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간 이해당사자들이 너무 많아져 오히려 연결이 복잡해질 수 있다는 우려는 없을까. 송 리더는 “그걸 간단하게 만드는 게 플랫폼의 역할”이라고 일축했다. 처음부터 이해당사자들과의 소통이나 협력을 배제하면, 오히려 시장 진출이 어렵기에 현재 구조가 필연적이라는 의미다.

티맵모빌리티는 화주를 두 가지로 구분해 접근하고 있다. 크게 화주를 즉시 배송을 원하는 온디맨드(On-Demand) 화주와 계약성 화주다. 물량이 많은 계약 화주는 입찰 등을 통해 화물 계약을 맺는다. 이 경우 영업으로 접근한다. 반면 추천이나 네이버 검색 등을 통해 들어오는 경우가 많은 온디맨드 화주는 광고 등을 활용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송 리더는 물류 업계 내 기업 고객은 모니터링을 많이 하기 때문에 PR을 보고 연락을 준 경우도 있었다고도 말했다.

현장에서의 운영은 7년간 물류 사업을 운영한 YLP가 맡는다. 티맵모빌리티에 따르면 YLP는 주선 시장에서 상위 1%를 차지하는 기업으로 지난해 매출은 1000억원을 돌파했다. 송 리더는 티맵 화물을 기획할 때 티맵모빌리티는 플랫폼을 기획, 개발하고 단가, 배차 관련 솔루션을 만드는 데 집중한다면, 운송, 운영 등은 YLP에서 맡는다고 설명했다.

개발을 담당하는 강필규 티맵모빌리티 DFM 사업 매니저는 “주선사인 YLP는 시장 내 점유율이 큰 회사고 7년 동안 누적된 의미 있는 데이터와 전국구, 심지어 제주도까지 운송한 경험이 강점이다”고 강조했다. 실제 현장에서 발생하는 문의 등에 대해서도 YLP가 처리한다.

풍부한 데이터 활용…적정 운임·배차에 집중

티맵 화물의 핵심은 데이터다. YLP, 티맵모빌리티의 데이터 등 다양한 데이터를 구조화해 적절한 단가와 원활한 배차를 이끈다. 화주의 편의성을 높인다는 설명이다.

티맵모빌리티는 YLP가 지난 7년 간 쌓아온 110만 건의 데이터를 적절한 배차 단가와 화주사를 만족하는 최적 운임을 계산하는 모델링에 활용한다. 데이터를 담당하는 라요한 티맵모빌리티 DFM 사업 매니저는 “YLP의 배차 이력 데이터는 정형화에 상당한 도움이 될 정도로 대량의 데이터가 체계적으로 쌓여있었다”며 “데이터를 이용해 배차 단가와 화주를 만족할 수 있는 최적 운임을 계산하는 모델링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대개 데이터에는 미리 정한 형식과 구조에 따라 저장, 시스템에 활용할 수 있도록 다듬어진, 즉 정형화된 데이터와 비정형화된 데이터가 혼합돼 있다. 그렇기에 비정형화된 데이터를 정형화된 데이터로 바꾸고, 티맵모빌리티가 집중하는 단가, 배차와 관련된 모델링에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이때 YLP의 데이터가 충분히 도움이 됐다는 의미다. 또 YLP는 전국 단위 운송 경험이 있어 티맵 화물 개발 시 다양한 실험과 기능들을 반영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또 티맵 화물은 정보를 구조화해 화주의 주문 접수 편의성을 높이고 있다. 이에 대해 프로덕트를 맡은 이혜림 티맵모빌리티 DFM 사업 매니저는 미들마일 시장에서 화주의 화물 접수가 불편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면 미들마일 시장에서 대부분의 화물 접수는 카톡과 전화로 이뤄진다. 화주들은 요구사항을 일일이 적거나 말로 설명해야 한다. 운송을 자주 하는 화주들 또한 고정된 화물을 일정한 노선으로 계속해 운송함에도 불구하고 같은 요구사항을 매번 전달해야 했다.

이 매니저는 “기본적인 주소지, 경유 정보, 품목, 차량 정보를 간단하게 접수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차후에 재사용해 접수할 수 있는 부분을 개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CBT 기간에도 이와 같은 부분에 대한 만족도가 높게 나타났다. CBT 이후 진행된 설문조사에서는 화주사 90% 이상이 티맵 화물 운임 조회 결과에 높은 만족도를 나타냈으며, ▲경유지가 있는 운송 건에 대한 간편 접수 ▲주소 검색 및 입력 ▲최근 접수한 화물의 주소·차량·품목 정보 간편 입력 기능 등에 대해 만족한다고 응답했다.

티맵모빌리티는 경유지, 품목 등 수기로 입력한 정보들 또한 단가, 배차 모델에 적용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텍스트로 입력한 해당 정보를 자동화, 로직화한 후 배차 인력을 정형화해 단가, 배차 모델에 반영하는 데에 주력했다.

티맵모빌리티의 핵심 경쟁력 중 하나는 적정 운임이다. 위치, 거리, 시간 등 다양한 요소를 반영해 적정 운임을 산출한다. 라 매니저에 따르면 기존 미들마일 시장에서는 동일한 화물 운송권이라고 해도 주선 담당자의 역량이나 경험치에 따라서 운송 단가가 천차만별로 달라졌다. 반면 티맵모빌리티는 객관적인 기준에 따라 다양한 요소를 반영한 단가를 변동성 있게 산출한다.

라 매니저는 “상하차지의 위치, 시간, 날씨, 요일 등 외생 변수들에 따라 가격이 변동돼야 할 필요성이 있다”며 “화주와 차주의 밸런스에 따라 가격이 변동하는 요인 등을 모델 안에 포함해 적정 운임을 산출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요소를 반영해 객관적인 기준에 의해 내놓다 보니 여러 주선 담당자가 받아들일 수 있는 가격을 내놨다는 의미다.

또 티맵화물은 배차 시 책정된 단가를 그대로 반영할 수 있도록 운임 예측의 정확도를 계속해 높이고 있다. 티맵의 높은 정확도가 주요한 역할을 한다. 라 매니저는 “실제로 작동하는 단가라는 게 중요하다”며 티맵의 라우트 인포가 풍부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단가는 목적지까지의 여러 경로 중 어떤 경로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이 거리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데에 있어 티맵모빌리티가 절대적인 우위를 가진다고 자부했다.

송 리더는 고정노선에 대해서도 고정 차주만을 이용하는 게 아니라고 힘줘 말했다. 매번 주문을 새롭게 맡는 용차가 대부분이라며, 다양한 요소를 반영한 운송 단가를 시장에 제시해 언제든 배차가 원활하게 이뤄지는 데에 집중하고 있다는 의미다. CBT 기간 동안 배차 성공률이 94%에 달했는데, 고정 차주뿐만 아니라 용차를 전부 포함한 수치다.

이에 더해 티맵모빌리티는 사업적인 시너지 향상을 위해 티맵 화물 사업을 담당하는 직원 이십여 명을 한곳으로 모았다. 티맵모빌리티 내에서 이와 같은 방식으로 움직이는 사업은 대리, 화물 둘 뿐이다.

송 리더는 “티맵 화물만 하는 분들이 하나의 비즈니스에 집중해 하나의 사일로를 형성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강 매니저는 팀 문화에 대해 “애자일에 가까운 것도 같다”며 “요구사항을 반영할 때 타 조직에 비해 퍼포먼스가 굉장히 빠르다는 게 장점이다”고 언급했다. 또 송 리더는 “제품팀, 프로덕트팀 등 팀마다의 성과지표(KPI)가 각기 다를 수 밖에 없지만 비즈니스 측면에서는 같이 움직여야 하는 부분이 있다”며 “사업적인 지표를 실시간으로 맞추고 있다보니 공감대 형성이나 일을 해나가는 속도가 빠르다”고 긍정했다.

화주의 편의를 위한, 티맵 화물

티맵 화물은 계속해 화주의 편의를 향상하는 데에 집중할 계획이다.

티맵화물 홈페이지 내 운임료 확인 서비스 (티맵화물 홈페이지 갈무리)

일례로 지난 15일 시작한 운송비 조회 서비스가 있다. 화주는 회원가입, 로그인 없이 원하는 조건을 입력하면, 바로 운임을 확인할 수 있다. 로그인 없이도 비용 조회가 가능하도록 한 이유에 대해, 강 매니저는 “기존 화주분들이 전화, 카카오톡 접수가 익숙하다 보니 회원 가입 후 이용을 하는 데에 허들을 느끼시는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이미 이전에도 언제든지 회원가입을 해 화물을 접수할 수 있는 방식으로 운영했지만, 한 차례 더 문턱을 낮췄다.

또 이달 중 신용카드 결제 서비스를 시작한다. 화물 운송 시장 내에서는 선 착불이라고 해 화주와 차주가 직접 정산하는 방식으로 운임을 정산하는데, 좀 더 편한 방식으로 이용이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설명. 티맵모빌리티는 향후 화주가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계속해서 내놓을 계획이다.

물류에 있어 다양한 화주들의 니즈를 충족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송 리더는 “물량이 많은 화주분은 자사 ERP(전사적 자원 관리)나 WMS(창고 관리 시스템) 연동 등 물류에 대한 니즈가 있다”며 “티맵 화물에 관심을 가진 화주분들 중 대형 화주분들이 많다면 커스텀 영역이나 자사 플랫폼 연동 등을 강화할 계획하고 있다”고 했다. 이미 프로덕트나 솔루션에 대한 니즈가 많은 화주들의 요구사항도 상당부분 파악한 상황으로 내부적으로는 시스템의 API 연동 등을 준비하고 있다.

이에 더해 향후 물량이 더욱 늘어난 후, 단가 배차 솔루션을 더욱 고도화한다. 송 리더는 “모든 화물 운송 중개 플랫폼의 미션인 복화(여러 화주의 화물을 함께 운송)까지도 갈 수 있도록 한다”고 덧붙였다. 라 매니저는 복화 단가에서도 다양한 조합의 복합 배차를 가격을 통해 산출하는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때 화주 입장에서는 하차지가 여러 군데 있는 화물을 좀 더 저렴한 가격으로 배차할 수 있도록 하고, 차주 입장에서는 물량을 받았을 때 자원을 적게 투자하고 수익을 더 올릴 수 있다는 이야기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성아인 기자> aing8@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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