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대표 은행의 자회사는 어쩌다 1파운드에 팔렸나?

실리콘밸리은행(SVB)은 이름처럼 실리콘밸리를 대표하는 은행이었다. 실리콘밸리의 돈줄로 자리매김한 SVB는 미국에서 16번째로 큰 은행이었다. 한때 SVB는 예금액이 1~2년 사이 세배 이상 증가하는 등 호황을 누렸다. 

그러나 경기침체와 함께 SVB는 파산을 맞았고 SVB의 영국 자회사는 결국 12일(현지시각) HSBC에 매각됐다. 그것도 단돈 1파운드(한화 약 1580원)에 인수됐다. 잘나가던 SVB의 자회사는 어쩌다가 푼돈에 매각 신세를 면치 못했을까.

SVB는 1983년 초기 부동산 대출 사업으로 시작했으나 닷컴버블이 한창이던 1990년대 후반부터 최근까지 스타트업을 위한 금융 서비스에 초점을 맞췄다. 닷컴버블 시기 수익이 없는 스타트업에 대출을 제공하면서 실리콘밸리의 자금을 흡수했다. 

SVB가 몸집을 키울 수 있었던 것도 이러한 배경 덕분이다. 실리콘밸리의 기술 스타트업은 빠른 속도로 몸집을 불리며 투자자들로부터 막대한 자금을 유치했다. 이 자금은 SVB로 흘러들어갔다. 스타트업은 투자금을 SVB에 예치했고, 덕분에 SVB는 빠른 속도로 성장할 수 있었다. 

SVB의 예금액은 지난 2020년 1월, 약 550억달러에서 지난해 말 1860억달러로 약 3년 만에 세배 이상 성장했다. 갈수록 현금이 쌓이자 SVB는 이를 국채 등에 투자했다. 통상 은행은 고객의 예치금을 대출 자금에 쓴다. 그러나 기술기업 흥행으로 인해 당시 스타트업은 현금이 넉넉했고, 이로 인해 대출 수요가 많지 않았다. 이에 SVB는 예금액을 위험이 낮은 국채에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잘 나가던 SVB가 몰락하기 시작한 것은 기준금리가 상승하면서다. 지난해 연이은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출금리가 올라갔고, 경기침체로 인해 투자시장은 한파가 불어 닥쳤다. 결국 스타트업의 기업공개(IPO), 투자 시장은 한파가 불어닥쳤다. 

SVB 고객은 자금조달을 위해 예금액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고객들은 SVB에 상환요청을 했고, 순식간에 상환액은 SVB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커졌다. 이번 달 초만 하더라도 SVB는 약 1750억달러의 예금액을 보유했으나, 고객들은 전체 예금액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420억달러의 인출을 시도했다. 

베러 마켓 CEO인 데니스 M. 켈러히어(Dennis M. Kelleher)는 “SVB 상태가 빨리 악화되어 5시간도 버틸 수 없었다”며 “예금자들이 너무 빨리 돈을 인출해 은행이 지급불능 상태가 되었으며 전형적인 뱅크런으로 파산을 피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고객의 자금을 돌려주기 위해 지난 8일(현지시각) SVB는 약 210억달러 규모의 채권을 헐값에 매각했다. 금리상승으로 국채의 가치가 하락했고, 이를 매각하는 과정에서 18억달러 상당의 손실을 봤다. SVB는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22억5000만달러의 신주를 발행하겠다고 발표했으나, 주요 벤처캐피탈은 건전성 문제가 심각해졌다고 판단해 투자 스타트업에게 SVB에 맡겨둔 돈을 인출할 것을 권했다.

불안해진 스타트업들은 SVB에서 예금액을 찾았고 이는 뱅크런으로 이어졌다. 그 결과 9일(현지시각) SVB는 약 9억5800만 달러의 마이너스 잔고를 기록했다. SVB의 자본부족이 심해지자 당국이 나섰다. 캘리포니아주 당국은 10일(현지시각) SVB를 폐쇄하고 은행 자산을 압류했다. 이어 미국 재무부, 연방준비은행, 연방예금보험공사는 공동 성명을 내고 SVB의 고객이 예치금을 돌려 받을 수 있다고 발표했다. 

SVB의 향방은 아직 불투명하다. 현재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은행 매각 절차에 착수했다. 그 중 영국 법인은 HSBC가 인수하기로 했다. 노엘 퀸 HSBC CEO는 성명을 통해 “SVB UK 고객의 예금은 HSBC의 강점, 안전, 보안에 뒷받침되며, 기존 고객은 평상시처럼 은행 업무를 계속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인수는 영국 사업에서 전략적으로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SVB의 파산은 또 다른 불행을 낳았다. 부동산 대출과 가상자산 예금 서비스를 제공하는 뉴욕의 금융기관인 시그니처 뱅크도 파산했다. 뉴욕타임즈는 “시그니처 뱅크는 SVB로 인한 희생자”라며 “지난주 SVB 파산에 대한 소문이 퍼지면서 시그니처 뱅크 고객들이 은행에 전화를 걸어 예금이 안전한 것인지 묻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이어 “실리콘밸리의 비즈니스 고객과 마찬가지로 예금이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고 분석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홍하나 기자>0626hhn@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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