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재석의 입장] 오픈AI는 왜 오픈을 포기했나       

“오픈AI(OpenAI)는 이제 클로즈드AI(ClosedAI)로 이름을 바꿔야 하는 것 아닐까요?”

요즘 IT 업계 종사자들과의 대화에서 종종 등장하는 화두입니다. 챗GPT로 거대한 AI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오픈AI에 대해 비꼼이 담겨 있죠.

이런 말이 나오는 이유는 오픈AI가 최근 GPT-4를 발표하며 모델에 대한 아무런 정보도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오픈AI는 회사 이름이 무색하게도(?) 철저히 폐쇄적 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소스코드를 공개하는 것은 상상도 못할 일이고, GPT-4 모델에 대한 그 어떤 정보도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GPT-4 개발에 어떤 데이터를 학습했는지, 학습에 사용된 하드웨어는 무엇인지, 얼마나 많은 에너지 비용이 드는지 외부에서는 알 수 없습니다.

매개변수(파라미터) 숫자도 비밀입니다. GPT-3 당시에는 1750억 개의 파라미터라고 발표했었습니다. 이를 본 경쟁업체는 GPT-3 정도의 성능을 내기 위해서는 파라미터 1750억 개까지는 규모를 키워봐야 한다는 기준점이 생겼었죠. 하지만 이제 기준점이 없어져 당혹스러울지도 모르겠습니다.

오픈AI는 GPT-4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겠다고 공식적으로 천명했습니다. 오픈AI의 ‘GPT-4 테크니컬 리포트’에는 아래와 같은 설명이 있습니다.

“경쟁 환경과 GPT-4와 같은 대규모 모델의 안전성을 모두 고려할 때, 이 보고서에는 아키텍처(모델 크기 포함), 하드웨어, 훈련 컴퓨팅, 데이터 세트 구성, 훈련 방법 등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리포트에)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문장에서 ‘경쟁 환경’과 ‘안정성’이라는 두 개의 단어에 눈길이 갑니다. ‘경쟁 환경’이라는 단어는 AI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리더십을 유지하기 위해 정보의 비공개를 결정했다는 의미로 풀이됩니다.

오픈AI의 가장 대표적인 경쟁자는 구글입니다. 구글은 람다(LaMDA)라는 초거대 언어모델을 보유하고 있고, 최근에는 챗GPT와 경쟁하기 위해 바드(Bard)라는 대화형 AI 서비스를 출시하기도 했습니다. 구글의 자회사인 딥마인드는 이미지 인식 및 추론이 가능한 플라밍고라는 모델도 가지고 있습니다. 구글 이외에 허깅페이스 등 스타트업도 오픈AI 못지 않은 기술력을 보유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오픈AI는 챗GPT나 GPT-4 개발과 운영에 천문학적인 비용을 투입했고,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엄청난 자금이 투입될 예정입니다. 샘 알트먼 오픈AI CEO는 “눈물이 날 정도”로 비용이 많이 든다고 하소연 한 바 있습니다. 오픈AI는 마이크로소프트로부터 10조원이 넘는 자금을 투자받은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렇게 돈을 많이 썼는데 정보를 공개해서 경쟁자들이 금방 따라하면 좀 곤란하겠죠? “오픈” AI라는 이름은 창업초기 철없던 시절(?)의 이상을 담고 있을 뿐 현실의 쓴 맛을 본 지금은 철없는 이상을 그대로 유지할 수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GPT-4 테크니컬 리포트는 GPT-4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주목해야 할 두번째 이유로 ‘안정성’을 들고 있습니다. GPT-4와 같은 뛰어난 AI에 대한 정보가 공개돼서 기술장벽이 무너지면 이를 악용하는 사람들이 나타날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일리아 수츠케버 오픈AI 수석과학자는 더버지와의 인터뷰에서 “어느 시점에서는 마음만 먹으면 이러한 (AI) 모델로 큰 피해를 입히는 것이 아주 쉬워질 것”이라며 “기능이 높아질수록 공개하고 싶지 않은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어떤 이들에게 오픈AI의 이런 태도는 배신에 가깝습니다. 지금까지 AI 기술은 서로 자신의 성과를 공유하면서 함께 발전해온 측면이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GPT는 그 이름(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r)에서 알 수 있는 트랜스포머라는 언어모델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트랜스포머는 구글이 2017년 논문으로 공개한 기술에서 나온 모델입니다.

즉, 오픈AI의 챗GPT나 GPT-4는 구글의 기술에 빚을 지고 있는 셈입니다. 또 개발과정에서 파이토치나 텐서플로우 같은 오픈소스 프레임워크도 분명히 사용됐을 것입니다.

오픈AI 블로그에는 아직도 아래와 같은 소개가 있습니다.

“오픈AI는 비영리 인공지능 연구 회사입니다. 우리의 목표는 수익 창출의 필요성에 구애받지 않고 인류 전체에 가장 큰 혜택을 줄 수 있는 방식으로 디지털 인텔리전스를 발전시키는 것입니다. 재정적 의무로부터 자유롭기 때문에 인간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연구에 더욱 집중할 수 있습니다.”

스스로 소개하는 것과 정반대로 오픈AI는 수익 창출의 필요성에 매우 구애를 받는 폐쇄적 회사가 되었네요.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

관련 글

5 댓글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