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손 잡은 삼성, 엔비디아 넘을 AI 가속기 개발

삼성전자와 네이버가 초거대AI 구현을 위해 차세대 반도체 개발 협력을 진행하고 있죠. 처음 이 소식이 나온 건 지난 해 말이긴 했습니다만, 최근 챗GPT가 세계적으로 급부상하면서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삼성전자는 차세대 메모리 외에도 그래픽처리장치(GPU) 강자 엔비디아를 능가할 AI가속기를 개발할 예정입니다. 새로운 도전을 하는 셈이죠.

해당 사안에 정통한 한 업계 관계자는 16일 “차세대 메모리도 물론 두 업체의 주요 관심사 중 하나이지만, 현재 양사는 메모리가 아닌 AI가속기 개발과 관련해 협업하고 있다”며 “챗GPT에 대응하는 초거대 AI 모델을 구현할 프로세서를 개발하는 것이 양사의 단기 목표”라고 말했습니다.

삼성전자는 최근 AI를 새로운 반도체 성장 동력으로 잡은 듯 보입니다. 업계 내에서는 삼성전자가 반도체 부문에서 별다른 성장 동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지적이 암암리에 나오고 있었거든요.

삼성전자는 메모리 시장 1위,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시장점유율 2위를 차지하고 있는 핵심 반도체 기업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삼성전자 반도체 전체 매출 중 메모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70% 이상, 파운드리 사업은 12%정도 됩니다. 시스템 반도체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여전히 ‘반도체 제조업’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죠. 그만큼 삼성전자는 반도체 설계 측면에서는 성과를 낼 만한 새로운 시장을 찾을 필요가 있었고요.

그런데 최근 큰 기회가 왔죠. 바로 챗GPT의 급부상입니다. 삼성전자는 먼저 메모리 측면에서 AI 시장에 접근했습니다. 초거대 AI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고성능・고용량 메모리가 필요한데요, 삼성전자는 메모리 시장 1위를 달리고 있는 기업이죠.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스마트폰PC 시장이 위축될 때쯤, 새로운 시장이 성장하기 시작한 겁니다.

삼성전자 측은 지난 2022년 4분기 실적발표에서 “초거대 AI 모델의 학습과 추론을 위해서는 대량 연산이 가능한 고성능 프로세서와 함께 이를 지원하는 고성능, 고용량 메모리의 조합이 필수적”이라며 “대규모 랭귀지 모델 및 AI 서비스가 확장됨에 따라 하드웨어 수요 증가가 예상된다”고 말했습니다.

여기에 자사 서버용 메모리의 수요 증가도 기대하고 있으며, 관련 수요 증가세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고요.

삼성전자와 네이버가 AI반도체 솔루션 개발 태스크포스(TF)를 만든 목적도 결국 AI죠. 그런데 이번에는 메모리가 아닌, AI 가속기 측면에서 협업을 하겠다고 합니다.

처음 양사가 반도체 솔루션을 개발한다고 할 때에는 업계 관계자 대부분이 ‘차세대 메모리’에 주력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그간 삼성전자는 인공지능 반도체 관련 행사에서도 프로세싱 인 메모리(PIM), 프로세싱 니어 메모리(PNM), 혹은 고대역폭 메모리(HBM) 등을 강조해 왔거든요. 메모리 기업이라는 틀을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봤던 셈이죠.

또한 두 업체 모두 AI반도체를 개발한 경험이 없습니다. 특히 AI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기술력의 균형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기존 반도체와 구성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그간 삼성전자가 영위하던 사업의 결과는 다른 분야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AI 가속기 개발에 나서겠다고 한 것은, 삼성전자가 비메모리 측면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관계자는 “네이버는 AI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기업으로, 삼성전자에 관련 지식을 사전에 다수 전달했다”며 “삼성전자는 그간 반도체 사업 경험을 바탕으로 AI가속기 성능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삼성전자는 이후에도 지속해서 AI 가속기 개발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전부터 삼성전자는 AI반도체 설계에 대한 관심은 과거에도 암암리에 드러내고 있었거든요. 지난 해 11월 4일에는 경계현 삼성전자 DS(반도체 사업부)부문장 사장이 퓨리오사AI, 리벨리온, 망고부스트 등 국내 팹리스 스타트업을 불러놓고 면담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죠.

당시 구체적으로 어떤 이야기가 나눠졌는지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삼성전자 DS사업부가 AI사업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신성장동력 중 하나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겠네요.

양사의 협업 결과물이 2025년부터 두각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익명을 요청한 반도체 시장 전문가는 “삼성전자는 네트워크 사업부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AI 측면에서의 협업이 나쁘지 않은 선택일 수 있다”며 “하지만 2년 간 자체 설계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엑시노스를 2년간 쓰지 않을 정도로 당장 뭔가를 보여줄 상황은 아니기에, 가시적인 성과는 내후년쯤에 나오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배유미 기자>youm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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