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반도체] 인텔 CEO는 왜 스스로 월급을 깎아야 했나

팻 겔싱어(Pat Gelsinger) 인텔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2022년 4분기 저조한 성적표를 받아 들면서 전 직원 월급을 삭감하기로 했죠. 본인 월급도 25% 줄인다고 했습니다. 경기는 어렵지만 미래 투자 비용을 줄일 수 없는 처지에 있는 인텔이 50년만에 최악의 부진을 겪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죠. 안그래도 반도체 불황인데 글로벌 PC 시장마저 침체하면서 인텔은 직격탄을 맞게 됐습니다.

당시 회사 실적발표에 따르면 인텔은 지난해 4분기 매출 140억4000만달러(약 17조7635억원), 순손실 6억6400만달러(약 8400억원)를 기록했습니다. 매출은 32% 감소했고, 영업손익은 적자전환을 한 겁니다. 컨센서스(시장 전망치)도 하회했습니다.

업계에서는 인텔이 급여를 삭감하는 것 말고는 당장 줄일 수 있는 지출이 없었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는 곧 단기적으로 재무적 어려움에 처할 수 있음을 의미하기도 하고요. 이번 인사이드 반도체에서는 인텔을 둘러싼 현 상황과 어떻게 이 상황을 돌파할 수 있을 지 살펴보고자 합니다.

긴축해야 하지만… 나가야 할 돈 많아

인텔은 이번 실적발표에서 연간 캐펙스(CAPEX, 자본지출) 투자를 전체 매출의 35%로 잡았다고 밝혔습니다. 2022년 초 반도체 호황이었을 때에도 인텔은 2023~2024년 캐펙스 가이던스(기업 전망치)를 35%로 책정했죠. 시설 투자 비용을 크게 줄이지는 않겠다는 의미입니다. CNBC 등 외신에서는 이렇게 되면 인텔의 연간 캐펙스 투자는 약 200억달러(약 25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인텔이 당장 캐펙스를 줄일 수 있는 상황은 아닙니다. 일단 반도체 공장을 여러 국가에 대규모로 짓고 있죠. 인텔은 2021년 초 아시아에 밀집한 반도체 생산 역량을 분산시키겠다는 내용이 골자인 IDM 2.0 전략을 공개했습니다.

그 일환으로 인텔은 400억달러(약 50조원)에 육박하는 미국 투자 계획을 발표했고, 향후 10년 간 유럽에 800억유로(약 108조원)에 달하는 금액을 투입하겠다고 밝혔고요. 실제로 해당 지역에 공장도 짓고 있는데요, 아직 완공이 되지 않았으니 이후에도 비용은 계속 발생할 겁니다. 건설에 드는 초기 비용이 크기도 하고요.

여기에 인텔은 주주 배당금으로 60억달러(약 7조6000억원)를 책정했습니다. 전년과 같은 수준으로 유지하겠다는 겁니다. 팻 겔싱어 CEO는 지난 2022년 4분기 실적 발표에서 “자본 배분 방식에 대해 매우 신중한 태도를 가지고 있으며, 경쟁력 있는 배당금을 유지하는 데 전념하겠다”고 말하기도 했죠. 증권가에서는 “인텔이 배당을 줄이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주가를 방어하기 위함으로 보인다”고 평가했습니다. 주주를 잡는 데에는 효과를 봤지만, 주머니 사정에는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입니다.

또한 인텔은 다른 기업에 비해 쌓인 재고를 늦게 소진하기 시작했습니다. 반도체 불황 조짐으로 주요 기업이 재고 수준 낮추기에 돌입한 2022년 3분기, 인텔은 중앙처리장치(CPU) 신제품 랩터레이크(Raptor Lake)를 출시했습니다. 따라서 본격적인 재고 소진은 4분기부터 이뤄지기 시작했죠.

모두가 재고를 소진할 때 인텔이 신제품을 출시한 이유는 CPU 점유율을 확대하기 위함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그간 CPU 시장은 인텔이 주도하고 있다는 인식이 만연해 있었습니다만, 최근에는 AMD가 위협적인 경쟁사로 부상하는 중입니다. 2020년에는 AMD가 인텔의 CPU 시장점유율을 상회하기도 했었고요. 결국 랩터레이크를 출시하고 점유율 1위 자리를 지키는 것이 계획이었죠.

다른 업체가 구형 재고 소진에 주력할 때 인텔은 성능이 개선된 랩터레이크를 납품했습니다. 소비자는 랩터레이크를 구매했고, 인텔의 시장점유율 확대 계획은 성공적으로 진행됐죠. 하지만 좋은 효과만 있었던 건 아닙니다. 재고가 늘어난 인텔은 다른 업체에 비해 한 분기 정도 늦게 재고정리에 들어갔고, 결국 재고가 쌓이며 분기 최악의 실적을 면치 못하게 됐습니다.

게다가 인텔이 주로 공략하던 PC 시장은 지속해서 쪼그라드는 분위기입니다. 시장조사 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지난 3분기 세계 PC 출하량은 6800만대를 기록했습니다. 전년 동기 19.5% 줄어든 수치입니다. 가트너는 “20년 만의 최대 감소폭”이라고 평가하기도 했죠.

인텔의 잉여 현금 흐름은 지난 2022년 말 기준 마이너스로 전환했고, 따라서 긴축에 들어가야 하는 상황은 맞습니다. 하지만 줄일 수 있는 것이 현재 시점에서는 급여 말고는 딱히 없는 상황인 셈이죠. 물론 인텔이 그간 쌓은 저력이 있기 때문에 그 아성이 쉽게 무너지지 않겠지만, 단기적으로는 재무적 악화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 중론입니다.

솟아날 구멍은 “그래도 있다”

그래도 인텔에게 돌파구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닙니다. 나름 ‘믿는 구석’이 있거든요. 내부적으로는 자율주행 자회사 ‘모빌아이’, 외부적으로는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을 꼽을 수 있겠습니다.

인텔은 모빌아이에 큰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모빌아이는 인텔이 2017년 인수한 이스라엘 자율주행 솔루션 업체입니다. 일찍부터 자율주행 솔루션을 공급했다 보니 이미 해당 시장에서의 생태계가 넓습니다. 공식 수치는 아니지만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 프로세서 시장에서 모빌아이는 70% 가량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죠.

이후 지난해 인텔은 모빌아이 기업공개(IPO)를 진행했습니다. 목적은 자금 조달이 아닌 자율주행차 사업 활성화라는 것이 당시 인텔 측 설명이었습니다. 모빌아이는 지난 해 10월 미국 나스닥에 입성했는데요, 상장 첫날 주가가 38% 가량 올랐습니다. 모빌아이를 보유한 인텔은 추후 자율주행 시장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기에 좀 더 유리한 입지를 다지게 됐습니다. 일각에서는 인텔의 마피아와 같았던 인물 브라이언 크르자니크(Brian Krzanich) 전 CEO가 유일하게 잘한 일 중 하나가 모빌아이를 인수한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합니다.

여기에 중국도 인텔에게는 고마운 존재입니다. 강력한 방역 정책 ‘제로 코로나’를 끝내고 리오프닝을 단행했죠. 이 또한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특히 서버 쪽으로 말입니다.

중국은 AI 경쟁력 강화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요, 최근에는 세계의 흐름에 발맞춰 초거대 AI 모델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습니다. 단적인 예로 지난 7일 중국 빅테크 업체 바이두(Baidu)는 챗GPT 중국 버전 ‘어니(Ernie)’를 3월에 출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중국 내 인공지능 시장이 커지면, AI의 기반이 되는 데이터센터 규모도 늘어나게 됩니다. 인텔은 올해 1월 차세대 서버용 프로세서 ‘사파이어 래피즈(Sapphire Rapids)’를 출시했습니다. 기존에도 알음알음 일부 고객사에 공급하고 있긴 했습니다만, 이제 본격적으로 출하를 늘리겠다는 것이지요. 따라서 다른 국가뿐만 아니라 중국 시장에서도 사파이어 래피즈를 찾는 고객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물론 미중 갈등이라는 큰 변수가 있기 때문에 예의주시는 해야겠죠.

인텔의 반도체 위탁생산 사업(Intel Foundry Service, IFS)도 나름 긍정적인 로드맵을 그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IT전문매체 톰스하드웨어는 “인텔이 주요 클라우드, 엣지 및 데이터센터 솔루션 공급업체로부터 파운드리 3공정 생산 주문을 받았다”고 보도했습니다. 여기서 파운드리 3공정은 크기상으로는 5나노 공정이지만, 타사 3나노 공정 수준으로 보면 됩니다.

결국 인텔이 생존하기 위한 방법은 재고를 빠르게 소진하는 한편, PC가 아닌 새로운 시장을 모색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물론 회사 차원에서 새로운 시장 진출을 위해 노력하는 점 자체는 고무적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단시간에 현재의 부정적인 상황을 탈피하는 것이 쉽지는 않아 보입니다.

익명을 요청한 반도체 시장 전문가는 “인텔은 현재 미국의 반도체지원법(CHIPS Acts)을 비롯한 지원금 혜택을 받을 것을 기대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아직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나오지 않아 인텔이 얼마를 수령할 수 있을 지는 알 수 없기 때문에 보수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배유미 기자>youm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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