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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인수설 휩싸였던 Arm, 매각 아닌 상장 시동?

영국 반도체 지적재산권(IP) 제공업체 Arm이 올해 안에 상장을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Arm 최대주주인 소프트뱅크는 엔비디아와의 인수합병이 수포로 돌아가면서 재상장을 고려한다는 입장을 지속해서 내비쳤는데, 점차 상장 행보가 가시화되는 분위기다.

르네 하스(Rene Haas) Arm CEO는 최근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Arm이 2023년 주식 시장에 뛰어들기 위해 전념하고 있다”며 “현재 어느 지역에서 상장을 추진할 지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당초 소프트뱅크는 Arm을 뉴욕 증시에 상장하려 했다. Arm 아키텍처를 주로 사용하는 팹리스 기업이 미국에 밀집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본사가 영국에 있는 만큼 영국 정부가 런던 증시 상장을 요청하면서, 소프트뱅크는 Arm을 뉴욕과 런던 증시에 이중 상장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아직까지 Arm측은 “아직 해당 사안에 대해서는 미정”이라며 명확한 답을 내놓지 않은 상태다.

소프트뱅크가 Arm을 다른 기업이나 협업체에 매각하지 않고 상장할 것이라는 전망은 이전부터 나왔다. 먼저 지난 2022년 2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르네 하스 CEO를 선임하면서 “Arm이 공모 시장 재진입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에서, 르네 하스 CEO는 회사의 성장을 가속화할 수 있는 리더”라고 발언했다. 상장을 염두에 두고 있었음을 의미한다.

같은 해 3월 Arm은 컨소시엄 인수설에 휩싸이기도 했지만 현실 가능성은 낮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앞서 삼성, SK하이닉스 등 글로벌 주요 반도체 기업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이 Arm을 인수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보도된 바 있다. 하지만 당시 Arm 컨소시엄 인수설과 관련해 복수의 업계 관계자는 “주요 국가 규제당국의 반대 때문에 애초에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았었다.

Arm의 영향력은 갈수록 높아지는 모습이다. Arm은 애플, 퀄컴, 엔비디아, 미디어텍 등 대형 팹리스 업체에 20억개 이상의 라이선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만큼 반도체 생태계를 꽉 잡고 있는 셈이다.

2022년 8월 31일(현지시각), Arm은 퀄컴과 자회사 누비아를 대상으로 라이선스 소송을 제기했다. 퀄컴이 누비아를 인수하긴 했지만, 그간 자회사가 가지고 있던 라이선스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추가 비용을 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퀄컴은 이에 반발했고, 결국 소송전으로 이어졌다. 이에 업계에서는 ‘이젠 Arm 없이는 안 된다’는 점을 시장 에서 증명하기 위해 소송전을 진행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미 상장을 고려했던 시점라 기업 가치를 올리려는 움직임으로도 읽혔다.

두 기업 간 소송전과 관련해 한 글로벌 반도체 시장 전문가는 “퀄컴이 누비아를 인수한 지 2년 가까이 돼가는 시점에서 뒤늦게 소송을 제기한 이유는 결국 실리적인 문제 때문”이라며 “최근 Arm을 찾는 팹리스가 늘어나면서 기업의 위상이 올라갔는데, 여기에 더욱 자사의 입지를 확인하기 위해 퀄컴과의 소송전을 불사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간 Arm은 모바일 중심으로 아키텍처를 제공했으나, 최근에는 PC나 서버⋅데이터센터 부문에서도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르네 하스 CEO는 지난 7일(현지시각) 회계연도 3분기(2022년 10~12월) 실적발표에서 “Arm은 스마트폰 시장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음에도 클라우드 컴퓨팅을 비롯한 타 부문에서 더 많은 IP를 제공했다”면서 “그 결과 80억개의 Arm 기반 칩을 출시했는데, 이는 역대 분기 최고 수치”라고 강조했다.

르네 하스 CEO는 이어서 “2500억개의 Arm 기반 칩이 전 세계를 변화시키고 있는 상황에서, 회사는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세상을 변화시키겠다”며 “Arm은 데이터센터, IoT 시스템, 자동차, 차세대 소비자용 디바이스 등 다방면의 IP 수요를 충족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Arm은 2020년 엔비디아와 인수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영국 정부가 자국 반도체 경쟁력이 해외로 유출될 것을 우려했고, 결국 전 세계 규제당국과 주요 기업의 강력한 반대로 인수합병은 수포로 돌아갔다. 양사의 합병 실패 직후 Arm은 1000명의 인력을 정리해고하기도 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배유미 기자>youm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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