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뤄진 SK온 흑자전환, 2024년 달성 가능할까
SK온이 흑자전환 목표 시점을 2024년으로 재조정했다. 지난 2022년 초 “올해 안에 흑자전환을 달성하겠다”고 밝혔지만, 2년 가량 시점을 미룬 것이다. 2024년 흑자전환 달성을 위해 SK온은 미국 정부로부터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보조금 혜택을 받아 유럽과 중국 지역에 신공장을 추가 설립하고, 수익 개선을 도모할 방침이다.
SK온은 7일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2022년 4분기 매출 2조8756억원, 영업적자 2556억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전분기 대비 영업손실과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각각 1200억원, 189억원 줄었다. 수율 개선이 늦어진 데다가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지정학적 리스크가 맞물려 실적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SK온은 2023년에는 EBITDA 플러스를 달성하고, 2024년에는 흑자전환을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김경훈 SK온 최고재무책임자(CFO)는 “2023년에는 해외 신규공장을 램프업하고, 2024년에는 본격적으로 전기차 시장을 확대하는 한편 수요 증대에 따른 협상력을 바탕으로 수익성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올해 안에 신공장을 세우고 내년에 수익 증대를 기대한다는 뜻이다.
그 일환으로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사업에 7조원의 자금을 투입한다. 김영섭 SK이노베이션 재무부문장은 “회사가 산정한 2023년 캐펙스(CAPEX, 자본적 지출)는 10조원인데, 그 중 배터리 사업에 7조원을 투자하려 한다”며 “포드와 합작 설립한 블루오벌SK 공장을 기간 내 완공하고, 신규 생산라인 확보에 자금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2023년 새로운 공장 가동이 진행되면 또 다시 고정비가 나가 수익성에서 악영향을 미치지 않겠냐며 우려한다. 이에 김경훈 CFO는 “2024년에는 기존 공장 생산라인 안정화로 고정 수익이 발생할 것”이라며 “유럽 헝가리와 중국 연천에 공장을 신설할 계획인데, SK온은 이미 해당 지역에서 공장을 가동한 경험이 있어 초기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SK온이 2024년까지 흑자전환 달성이 가능할지 분석하기 위해서는 공장 수율과 자금력, 두 가지 측면이 열쇠가 될 전망이다.
먼저 공장 수율 측면에서는 나쁘지 않은 지표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청한 배터리 시장 전문가는 “그간 SK온은 신공장 수율이 좋지 않다는 지적을 지속해서 받아 왔다”면서도 “지난 4분기 수율은 의미 있게 개선됐다”고 평가했다.
SK온 관계자도 “우려하고 있는 것보다는 수율이 빠르게 올라가고 있다”며 “하반기로 갈수록 더 좋은 수율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자금도 SK온은 미국 정부로부터 수령하는 인센티브에 기대를 거는 분위기다. 김영섭 재무부문장은 “현지 정부로부터 수령하는 인센티브 등 추가 캐펙스 지출을 충당할 수 있는 다양한 아이템을 논의 중”이라며 “향후 시행세칙 등의 추가 발표로 세부 내역이 조정될 수는 있으나, 현재 회사는 최대 4조원까지 지원금을 수령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고 밝혔다.
SK온이 추산한 예상 수령 지원금액은 자체 산정한 예상 판매량에 셀 35달러(약 4만4000원)와 모듈 10달러(약 1만3000원)를 더한 45달러(약 5만7000원)를 곱해 나온 수치다.
증권가는 SK온이 산술적으로 해당 금액을 지원받는 게 불가능한 시나리오는 아니지만, 미국 투자가 타지에 비해 더 많은 비용이 든다는 점을 감안하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시각이다.
앞서 언급한 배터리 시장 전문가는 “미국이 혜택을 제공하는 이유는 높은 인건비와 물가, 운전 비용 등의 영향으로 각 기업이 북미 투자에 부담을 느끼기 때문에 이를 상쇄하기 위해 제공하는 것”이라며 “다만 SK온의 지출이 예상보다 더 많을 수 있고, 4조원을 모두 받는 보장도 없다”고 말했다.
또한 “예상만큼의 지원금을 모두 받더라도 계획대로 지출이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덧붙였다. 미국은 인건비가 높고 물가 또한 비싸다. 또 해외 공장을 돌리는 데 따른 제반 비용도 예상보다 늘어날 수 있다. 지원금이 수익으로 직접 연결될 가능성이 미지수인 만큼, 완벽한 흑자전환 목표 근거로 보기는 힘들다는 뜻이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배유미 기자>youme@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