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적자 본 SK하이닉스 “그래도 하이엔드엔 돈 쓴다”

불황으로 저조한 성적표를 받아든 SK하이닉스가 올해 하반기부터 반도체 업황이 반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요 반도체 제공업체가 감산 등 재고조정에 나섰기 때문에, 2분기부터 재고가 조금씩 줄어들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특히 고성능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요 회복 가능성이 보여 SK하이닉스는 5세대 D램이나 200단 이상 낸드플래시⋅고대역폭 메모리(HBM) 관련 투자는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SK하이닉스는 1일 진행한 2022년 4분기 실적발표에서 매출 7조6986억원, 영업손실 1조7012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분기 대비 매출은 29.9% 하락했고, 영업손익은 10년 만에 적자 전환했다. 지난 해 하반기부터 메모리 수요 하락으로 재고가 크게 증가했고, 판가가 큰 폭으로 하락한 것이 적자전환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증권가에서는 이 같은 상황을 어느 정도 예상했다는 분위기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2022년 4분기 SK하이닉스의 실적은 매출액 8조5000억원, 영업적자 2조2000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라며 “2023년 실적도 컨센서스(증권가 시장전망치)를 하회할 것으로 보이는데, 고객의 강도 높은 재고 조정으로 제품 출하량이 1분기 기대치를 밑돌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도 부정적인 시장 상황을 인지하고, 지난 3분기부터 감산에 돌입하겠다고 선언했다. 당시 회사 측은 “수익성이 낮은 제품을 중심으로 생산량을 축소하고, 생산라인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장비 재배치도 고려하고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생산 효율성을 높이고 단기적으로는 감산에 준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데, 이 과정에서 일시적인 웨이퍼 생산량 감소가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당장 업황이 나아질 기미는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지난 하반기부터 이어진 불황의 가장 큰 원인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미중 갈등과 중국의 국경 봉쇄 등 지정학적 요소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인플레이션 등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감산을 단행하는 중에도 모바일용 차세대 D램 LPDDR5x와 고대역폭 메모리 HBM3 신제품 양산을 위한 투자는 지속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하반기에는 고성능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요가 회복할 것이라 보고 있기 때문이다.

김우현 SK하이닉스 부사장 CFO는 “크롬북 등 중저가 노트북 판매는 줄어들고 있으나, 고성능 노트북⋅게이밍 PC 판매는 확대해 PC당 D램 채용량은 1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스마트폰 시장도 중국의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으로 경기 부양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데, 플래그십 스마트폰 모델의 경우 메모리 고용량화가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서버용 프로세서 제공업체는 본격적으로 차세대 D램 ‘DDR5’와 호환되는 신규 CPU를 출시했다. DDR5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는 이유 중 하나다.

인텔은 지난 1월 차세대 서버용 CPU 사파이어 래피즈를 공식 출시했다. CPU 시장을 인텔이 주도하고 있는 만큼, SK하이닉스 측은 DDR5를 채용한 고사양 서버 수요가 증가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다만 김 CFO는 “경기 둔화세로 주요 IT 기업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투자를 연기하면서, 수요 위축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 반도체 시장 전문가는 “AMD는 지난 해 11월, 인텔은 올해 1월에 서버용 CPU를 출시했는데, 본격적으로 제품 확대가 일어나는 시점은 올해 5월이 될 것”이라며 “결국 DDR5 등 고사양 서버용 메모리 수요는 2분기나 하반기부터 일어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김우현 CFO는 “회사의 주력 제품인 4세대 D램(1a)과 176단 낸드플래시는 작년 말 기준 생산 비중이 각각 20%, 60% 수준에 도달해 수율 안정화가 됐다”며 “올해 중반에는 5세대 D램(1b)과 차세대 낸드플래시 238단 산 준비를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김 CFO는 “이미 메모리 가격이 고점 대비 50% 이상 하락했고, 가격 탄력성에 따른 메모리 사용량이 증가하면서 올해 수요 성장세는 전년 대비 높을 전망”이라며 “공급업체의 대응 노력이 효과를 나타내기 시작하는 1분기 중 재고 수준이 정점을 달하고, 이후 점진적으로 낮아져 하반기에는 수급 상황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고 추측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배유미 기자>youm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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