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 규제, 무엇을 논의해야 하나

자율주행차량이 도로 위를 달리려면 꼭 필요한 것이 있다. 법적 근거다. 인간이 운전하려면 면허가 필요하듯, 새로운 유형의 자동차도 자격증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 법적 근거는 그냥 마련되진 않는다. 자율주행차가 정말로 안전한지, 우리 신체의 안전과 사회의 건강을 해치지는 않을지를 검증할 데이터가 필요하다. 문제는, 이 데이터를 얻기 위해서는 자율주행차가 실제 도로 위를 달려야 한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다.

핵심은 데이터인데, 정부 입장에서 데이터를 구하는 것은 쉽지 않다. 지금까지는 한정된 상황에서 기업이 자율주행 연구를 주도해왔으므로, 데이터 역시 기업의 손에 있다.

따라서 미국에서는 교통당국이 기업들과 논의할 테이블을 열고 있다. 자리에 그냥 나오라는 건 아니고, 그간 연구한 데이터를 공공을 위해 쓸 방법을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다만, 기업에 데이터는 장시 밑천이므로 적절한 인센티브가 주어줘야 한다. 자율주행 기술 검증을 위한 법적 근거 마련 논의가 미국에서도 이제 막 시작되고 있는 참이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떨까? 우리는 어떤 관점에서 어떤 논의를 시작해야 할까? 현대자동차 연구개발본부 법규인증팀의 김우진 책임연구원과 지난 30일 전화 인터뷰를 나눴다. 자율주행을 위한 법적 근거 마련이 갖는 함의는 무엇인지, 그리고 무엇을 주목해봐야 하는지를 물었다.

** 김우진 연구원은 오는 2월 2일부터 열리는 ‘바이라인네트워크 모빌리티 스터디&네트워킹’에 참석, ‘제도는 자율주행을 어떻게 지원해야 할까’를 주제로 발표한다. 

[관련기사: 테슬라가 아직도 전기차 회사로 보이니?]

현대차 연구원이 테슬라를 탄다

테슬라는 바이럴 마케팅을 잘했다. 인터넷에서 뜨거운 이슈였는데, 말로만 들었지 사실은 이게 얼마나 좋은 차인지, 어떤 기능이 있는지, 사람들이 왜 열광하는지는 공감할 수 없었다. 마침, 차를 바꿀 시기가 되기도 해서 이참에 사서 타보자고 생각했다.

테슬라를 유의깊게 이유는 무엇인가?

기존 자동차 회사들이 안 하던 사업을 하고 있다. 차량을 온라인 판매 하거나, 보험 사업을 하거나. 보험 사업은 제한적이나마 하고 있던 기업은 있었지만, 테슬라처럼 이렇게 전면적으로 뛰어든 곳은 없었다. 수리를 할 때 자기 집으로 AS기사를 불러서 정비를 볼 수 있는 모바일 서비스도 테슬라가 거의 처음 전면적으로 시작했다.

편의성이 좋게 들린다

기존 제조업체(OEM)에는 없던 서비스들이기 때문에, 이런 것들이 진짜로 어떤 효과가 있을까 궁금했다. 또, 소위 ‘혁신’이라고 부르는 것이 지속가능한 것인지, 아니면 일시적인 침투 효과인지를 구분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본다.

테슬라가 연간 130만대를 판매하는데 이정도 규모에 모바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과 1000만대를 팔면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남들이 안 하던 사업을 많이 하는 것에 우선 눈길이 갔고, 그 사업들이 지속 가능한지를 생각해보는 것도 재미있는 일인 것 같았다.

연구원이 집중하는 분야는 자율주행 정책, 법규, 규제 등이다. 지금 시점에서 자율주행과 관련해 어떤 정책을 주의깊게 봐야 할까?

자동차 규제는 크게 안전과 환경 부문으로 나뉜다. 환경은 지금 대체로 전기차로 가고 있으므로, 큰 무리가 없다. 그런데 안전 규제는 이슈가 있다. 기존의 일반 자동차를 생각해보면, 차를 팔 때 지켜야 할 규제가 다 정해져 있다.

그런데 그 규제들이 그냥 아무렇게나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모두 데이터를 기반으로 어떤 것을 어떻게, 왜 규제해야 하는지 연구한 후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런데 자율주행차는 그런 데이터가 없다.

안그래도 그게 궁금했다. 데이터가 없는데 어떻게 규제를 만드는 것인지.

데이터가 없기  때문에 지금 규제를 만드는 게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다. 이미 데이터를 가진 기업을 당국이 끌어 모으는게 중요한 이유다. 미국 같은 나라에서는 교통 당국이 기업을 모아 자율주행 규제 마련을 위한 데모 프로그램을 만들려고 하는 것도 그런 까닭이다.

기업을 모으는 데모 프로그램?

그렇다. 각 기업들이 그간 자율주행을 연구하면서 모았던 데이터를 공유 받고, 그걸 통해 자율주행 규제마련을 위한 연구를 하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업이 받을 수 있는 인센티브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기업도 데모에 참여할 동기부여가 되지 않겠나? 그냥 통째로 데이터를 달라고 할 순 없으니, 데이터를 공유하는 기업에 어떤 인센티브를 줄 수 있을지에 대해서 미국 같은 나라에서 활발히 논의가 되고 있다.

데이터가 그간 자율주행을 연구를 해온 기업들한테는 제일 중요한 자산이고, 그래서 남한테 공개하기 싫어한다고 들었는데

그렇다. 예를 들어서 많이들 알고 있는 웨이모나 크루즈 같은 기업은 자기들이 1, 2등을 하는데 굳이 다른 곳과 데이터를 공유해 얻을 수 있는 이득이 없다. 그렇다면 정부 입장에서는 가장 많은 데이터를 가진 기업을 어떻게 끌어들일 수 있을지가 하나의 과제가 될 수 있다.

또, 이런 소프트웨어 기업 외에도 자율주행 차량을 만드는데 핵심적 역할을 하는 OEM 업체들의 협력도 필요하다. 궁극적 목적은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게 아니라 자율주행 차를 만드는 것 아닌가? 차의 관점에서 데이터는 OEM 업체들이 더 많이 가지고 있다.

기업들이 내심 원하는 인센티브가 있지 않겠나?

미국에서 이런 논의가 가장 활발히 이뤄지고 있으므로, 그 기준으로 이야기를 해보겠다. 지금의 자동차 법규가 일반 자동차를 기준으로 만들어져 있으므로 자율주행차에는 적용 자체가 안 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스티어링 휠(핸들)이 꼭 있어야 한다는 규제가 있다면 자율주행에는 적용이 불가능하지 않겠나? 그래서 지금 미국 같은 곳에서는 기존의 법규를 면제시켜주는 제도를 운영 중이다.

기존의 법규나 정책이 자율주행과는 연관이 없는 내용이 대부분이겠다

그렇다고 무조건 면제를 해주는 건 아니다. 법규도 만들어진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따라서, 제조사가 이 기술을 적용하는 것이 안전 영역을 해치는 것과는 무관하다(즉, 안전하다)는 걸 입증할 수 있다면 해당 법규를 면제시켜 주겠다는 취지다.

A라는 법규가 있는데 자율주행차가 그 법규를 문구 그대로 만족하지 않아도, A라는 법규에서 요구하는 안전의 취지를 동등하게 지킬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면 목표를 만족한 걸로 간주하겠다는 제도다.

그런 제도가 미국에서 새로 만들어졌나?

옛날부터 있던 내용이다. 그런데, 그간 기업이 많은 요청을 해왔지만, 완성차 업체에게는 미국 교통부가 승인을 해준 적은 한 번도 없다.

만들어져 어도 말인가?

무용지물이라는 비판을 많이 받는다. 다시 인센티브 얘기로 돌아오면, 데이터를 공유하는데 참여한 기업들에게는  실질적으로 이 면제 제도가 유효할 수 있도록 더 적극적으로 검토를 해 주겠다는 것이 현재 미국 정부 입장이다.

교통 당국 입장에서는 어쨌든 면제를 해주려면 데이터를 받아야 하는데 문서로 받기보다는 이런 데모 프로그램에 기업이 직접 참여해 데이터를 실시간 공유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 따라서, 교통당국은 지금 원래 있는 제도를 기업에 효용성 있게 써주겠다고 얘기하는 셈이다. 그러면 그게 하나의 인센티브가 되는 거다.

기업 입장에서는 그동안은 풀고 싶었지만 풀었던 문제를 있는 창구가 열리는 기회가 열리는 겠다. 그렇지만, 들어준다고 거는 아니지 않나(웃음)

데모 프로그램에 대한 논의는 지금 굉장히 초기 상태다. 아마 머지 않은 시점에 만들어지긴 하겠지만, 어떤 인센티브를 만들지는 매우 중요한 논의 중 하나로 관리가 되고 있다. 면제 제도를 더 쉽게 사용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은 논의되는 방안 중 하나일 뿐이고, 어떤 인센티브를 원하는지에 대해서는 계속해 기업들과 이야기를 나눌 것으로 보인다.

한국도 그런 논의가 필요한 마찬가지 상황인 닌가. 어떤 논의가 진행되고 있나?

자율 주행도 여러 단계가 있다. 아직 운전자는 필요하지만 특정 상황에서는 자율주행을 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하는 단계를 레벨3라고 한다. 그 레벨3에 대해서는 한국에서도 법규가 만들어져 있다. 다만, 우리가 실질적으로 자율주행이라고 생각하는 레벨4나 레벨5 단계에 대해서는 규제가 없다. 이 부분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정부기관과 기업이 같이 의논을 시작해 나가는 단계다.

말씀하신 것처럼 레벨 2 레벨 3 단계는 이미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가 나온다. 하지만 레벨4 5 같은 완전 자율 주행 단계는 살아 생전 온다 말도 많이 듣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구를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일단은 레벨4나 레벨5 시대가 온다, 안 온다라는 판단을 하기 위해서라도 그에 대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 지난 2017년 CES가 자율주행에 대한 관심이 폭발한 시점이다. 그때부터 많은 기업이 관련 법규가 없는 상황에서 제한적이나마 연구와 실증, 평가를 해왔다. 그런데 최근 (자율주행 산업계) 분위기가, 아시겠지만 많이 어렵다. 그래도 이런 것들을 해봤기 때문에 어렵다는 판단도 나올 수 있었다.

해봤으면 어려운지도 모를 했는데 말이다

많은 부분이 법적으로 막혀 있는 제한된 환경에서 평가를 하다 보니까 안 되는 기업들이 속출한 거다. 다시 말하면, 제한된 상황에서만 평가를 해왔으니 아직은 “이 기술은 안 되는 것”이라고 말하기에는 시기상조라고 생각한다. 이게 진짜 되는지 안 되는지는 조금 더 광범위하게 연구와 실증, 평가를 해봐야 하지 않겠나? 그러기 위해서 법규적인 지원이 필요할 수 있는 거다.

법규라는 것이 시장에 정말 완벽한 자율주행차를 내놓기 위해서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물론 그런 법규도 필요하겠지만), 개발할 때 필요한 허들을 없애주는 것 역시 규제가 하는 역할이다.

예를 들어서, 자율주행 테스트를 위한 시험 운전 구간을 넓혀주는 같은 방식 말인가?

국내에서 자율주행차를 운행할 수 있는 구역이 많지 않다. 그러니까 이런 구역을 넓혀줘서 자율주행차를 만드는 기업들이 더 많이 테스트 배드를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도 규제의 역할이다. 개발부터 상용화까지 여러 단계가 있는데 그 단계 단계마다 필요한 규제들이 있지 않겠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규제가 빨리 풀리지 않는 것은 반대로 규제가 풀렸거나 혹은 정책이 생겼을 우려되는 문제가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라고 추정이 된다

맞는 이야기다. 자율주행은 사회적 수용성이 굉장히 중요한 모빌리티다. 자율주행이 어떤 노동시장을 빠르게 대체해 상용화하는 것은 규제 당국이 원하는 시나리오는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든다.

노동에 대한 부문은 매우 민감하다. 우려 해소할 방법이 없고서는 접근이 어려워 보인다

그래서, 미국 같은 경우는 자율주행차의 법적 근거 마련이 더디게 가는 부분도 일부 있는데 그 이유가 기본적으로 법을 만드는 과정에서 자율주행 산업계 뿐만 아니라 굉장히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참여시키기 때문이다.

타다때도 유사한 논쟁이 있었는데, 산업계가 사회 구성원들을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해야 같다. 메시지가 어떻게 전달되느냐는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그런 노력이 중요하다. 그런데 국내는 사실상 현대차를 제외하면 대부분 규모가 작은 스타트업 위주로 자율주행 산업계가 형성되어 있다.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사실 지금 기술 개발로만도 바쁜 상황이다. 반대로 미국 같은 경우는 웨이모나 크루즈 등이 모두 대기업의 지원을 받는다. 게다가 사실상 서비스가 어느 정도 상용화에 가까워졌으므로 사회적 수용성을 같이 생각하면서 간다는 차이도 있다.

미국에서는 어떤 노력이 있나?

지역 사회 교육 같은 것이 굉장히 활발히 이뤄진다. 예를 들어, 자율주행 트럭의 경우 이 기술이 운전 기사의 일자리를 빼앗는 것이 아니라 삶을 얼마나 윤택하게 해줄 수 있는지를 설명한다든지 하는 식이다. 그런 부분에 대한 노력을 굉장히 많이 하고 있다.

사회의 변화가 모든 구성원의 합의 하에 이뤄지는 매우 중요하지만, 반대급부로 변화의 속도가 늦어지는 면이 있고 기간 동안 대기업은 버틸 있으나 스타트업은 생존이 어려워지는 부분도 있을 있겠다. 예를 들어, 자율주행 스타트업 하나인 아르고AI 폐업하지 않았나?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자율주행 산업도 보편성을 가져야 한다. 자율주행은 비즈니스 측면도 있지만, 가장 중요한 가치는 역시 안전이다. 안전은 사실상 타협이 불가능한 부분이니까. 따라서, 자율주행에 대한 규제의 잣대 역시 누구를 대상으로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면 안 된다.

지금은, 규제 때문에 상용화를 못한다고 이야기하기보다는 규제를 피해서 상용화 할 수 있는 시장을 찾아야 한다고 본다. 우리나라에도 이미 그런 스타트업들이 있다. 오토노머스에이투지와 같은 곳들이 그렇다. 사람을 이동시키지 않는 선에서, 물류와 같은 자율주행 솔루션은 사실상 규제 장벽이 조금 더 낮을 수 있다고 본다. 그렇게 찾아가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본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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