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투자 가속하는 삼성SDI “프리미엄 라인으로 승부”
삼성SDI가 올해 미국 투자에 좀 더 공격적인 행보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그간 삼성SDI는 내부 전략과 별개로 해외 투자 관련 언급에 신중한 태도를 보여 왔는데, 30일 진행한 2022년 4분기 실적 콘퍼런스에서 미국 신규 거점 마련에 대한 언급을 직접 한 것이다. 여기에 회사는 프리미엄 제품을 중심으로 매출을 늘리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김종성 삼성SDI 경영지원실장 부사장은 컨퍼런스에서 “미국 신규 거점 진출도 계획대로 차질 없이 진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2022년만 해도 삼성SDI 측은 “우선은 그간 미국 완성차 업체 스텔란티스와 진행하고 있던 합작공장 설립에 주력한 후, 추가 거점 진출을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하지만 기존 합작법인 설립 외 신규 투자 가능성도 시사한 것이다.
손미카엘 삼성SDI 중대형 전지부분 전략 마케팅 부사장은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여파로 향후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시장이 될 것”이라며 “미국 시장을 타깃으로 하는 완성차 업체와 배터리 기업 간 비즈니스 기회가 많이 창출되고 있고, 우리도 많은 기회를 포착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다만 회사는 현재 고객사와 협의 중이기에 구체적인 사항은 추후 확정 시 공개할 예정이라는 입장도 밝혔다.
업계에서는 삼성SDI가 미국 내 신규 투자를 진행해야 할 시점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최근 실적발표를 진행한 경쟁사만큼의 파격적인 설비투자만큼은 아니더라도 삼성SDI는 나름의 로드맵대로 캐펙스(CAPEX)를 늘리고 있었다는 것이다. 여기서 캐펙스는 주로 제조설비 증설에 쓰이는 비용을 말한다.
익명을 요청한 배터리 시장 전문가는 “2025년 IRA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올해부터 본격적인 해외 투자를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기에, 삼성SDI뿐만 아니라 모든 배터리 기업이 작년보다 올해 캐펙스를 늘릴 것”이라며 “그런 의미에서 삼성SDI도 기존에 비해 좀 더 공격적인 투자 기조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전기차 시장이 위축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지만, 삼성SDI를 포함한 배터리 업계에서는 크게 걱정하지 않는 분위기다. 삼성SDI는 현재 ▲중대형 전지 ▲소형 전지 ▲전자재료 등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그 중에서 회사의 호실적을 이끈 부문은 중대형 전지다.
손미카엘 부사장은 “차량용 전지는 신규 모델인 각형 젠5 중심으로 수요가 커졌다”며 “ESS 부문에서는 미주지역에서 전력용 프로젝트에 공급하는 물량이 증가하면서 매출이 큰 폭으로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손 부사장은 이어서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로 자동차 소비 심리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상존하지만, 완성차 업체가 공장 자동화 전략을 취하면서 전기차 생산량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2023년 차량용 배터리 시장은 전년 대비 약 40% 가까이 성장해서 약 1590억달러(약 195조원) 규모에 이를 전망”이라고 말했다.
삼성SDI는 배터리 중에서도 프리미엄 라인을 중심으로 시장 판매 비중을 높여 큰 폭의 성장세를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전기차 배터리 시장이 가격 경쟁력을 내세운 보급형 제품과 높은 에너지 용량(배터리가 저장할 수 있는 에너지의 총량)을 갖춘 프리미엄 제품이 상존하는 구조를 이룰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마치 내연기관차가 경유와 휘발유, 고급휘발유용 제품으로 나뉘듯이 말이다.
삼성SDI는 그 중 프리미엄 라인에 선택과 집중을 하는 분위기다. 프리미엄 모델을 중심으로 판매가 본격적으로 확대했기 때문이다. 김종성 부사장은 “상대적으로 경기의 영향을 덜 받는 프리미엄 라인을 중심으로 배터리를 공급해 성장세를 이어가고, 품질 경쟁력을 높이겠다”면서 “지난 해 설비 투자를 진행한 차세대 46mm 원통형 배터리 공장과 전고체 배터리 파일럿 라인(상업화 전 시범으로 운영하는 생산라인)을 계획대로 진행했는데, 차세대 제품 기술 완성도를 높이고 경쟁 우위를 확보하겠다”고 강조했다.
삼성SDI는 지난 해 4분기 매출 5조9659억원, 영업이익 4908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 84.7% 증가했다. 전분기에 비해서는 매출은 11% 늘었고, 영업이익은 13.3% 감소했다.
삼성SDI 측은 “전분기 대비 영업이익이 하락한 것은 ESS 관련 충당 등 일회성 비용이 반영됐기 때문”이라며 “일회성 비용을 제외한다면 전 분기 대비 동등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2022년 연간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0조1241억원과 1조8080억원으로 집계됐다. 각각 전년 대비 48%, 69% 상승한 수치다. 이로써 삼성SDI는 지난해에 이어 최대 연간 실적을 경신했다.
김 부사장은 “지난 해와 마찬가지로 올해에도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크고 우려의 목소리가 많지만, 삼성SDI는 오히려 성장의 기회로 삼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준비한 전략을 차질없이 실행해 초격차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수익성 우위 질적 성장을 가속하겠다”고 포부를 말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배유미 기자>youme@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