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스리] “40톤 자율주행 트럭? 스타트업도 잘 만들 수 있다”

바이라인네트워크에서 스타트업 리뷰를 연재합니다코너명은 ‘바스리’, <바이라인 스타트업 리뷰> 줄임말입니다스타트업 관계자분들과 독자님들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스타트업이 40톤급 무인 전기 트럭을 만든다
# 이 트럭은 자율주행과 원격주행 기술로 운행된다
#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는 물론이고, 차량 자체도 스타트업이 직접 제작한다
# 이 회사가 자율주행 트럭에 접근한 계기는 “대형 트럭이 배출하는 온실가스를 줄여 기후위기에 대응하자는 것”이다

이 회사의 이름은 서울다이나믹스. 공항에서 일하던 엔지니어 이거송 씨가 창업했다. 맨땅에 헤딩하기 같아 보이는 “스타트업이 자율주행 트럭 만들기”는, 이거송 대표가 생각하는 기후위기 탈출 넘버원 전략이다. 전체 수송 차량의 1%에 불과한 화물트럭이, 온실가스 배출 부문에서는 전체의 20% 비중을 차지한다. 누군가는 트럭이 배출하는 온실가스 문제를 빨리 해결해야 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누군가’가 자신이 됐다.

지난해 연말, 추위 때문에 곤지암 생산 테스트 공장에서 잠시 판교 사무실로 피신해 왔다는 이거송 대표를 만났다. 업력이 짧은 스타트업이 트럭을 직접 만들어 파는 것이 다소 어려워 보일 수 있는데, 이 대표의 표정은 꽤 자신에 차 있었다. 이미 차량 개발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데다가, 정부가 2026년을 자율주행차 상용화 시점으로 잡고 있고, 기업들도 늘어나는 물류를 처리하기 위해서 자율주행 차량을 필요로 한다는 것이 이 대표가 사업을 자신하는 이유다.

삼박자가 맞아 떨어지니, 남은 것은 회사가 가진 역량이다. 이 대표는 “이제 우리나라에도 완성차 스타트업이 나올 때가 됐다”고 말한다. 자율주행과 원격주행을 투톱 기술 삼아서 빠르게 무인 화물 트럭 시장에 진입하겠다는 것이 서울다이나믹스의 전략이다. 이 회사가 과연 어떤 기술과 역량, 비전을 가지고 있는지 이거송 대표와 이야기를 나눠봤다.

(왼쪽부터) 서울다이나믹스 멤버인 최은호, 이용승, 이거송(대표), 요나탄 씨가 함께 연구개발 데이터를 살펴보고 있다.

자율주행과 원격주행은 어떻게 다른가?

기술적 차이로 보면, 자율주행 같은 경우는 기기가 하나의 시스템 안에서 스스로 판단하고 인지한다. 외부에서 개입할 수 있는 통로가 없다. 그런데 원격주행은 스스로 판단하는 것 외에 외부에서 접속해서 제어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자율주행 원격주행을 더하는 필요한가? 원격주행은 자율주행의 지원 기술이라고 봐야 할까?

지원(support) 개념이라기 보다는, 미래에 원격과 자율주행이 같이 가는 형태가 될 거라고 본다. 최근에 아르고AI도 폐업하지 않았나. 자율주행 레벨5 단계의 기술 구현은 굉장히 어렵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 돌발 변수가 워낙에 많아 무인 운송 자체가 늦어질 수 있으므로, 시장에 빠르게 진입하기 위해 원격 주행과 결합하는 방법을 찾은 거다.

돌발 변수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운전하다보면 생각보다 판단할 것이 많다. 도로 위에는 여러가지 사정이 생길 수 있는데, 이런 것을 일일이 프로그래밍 한다거나 학습해 입력하는 것은 어렵다. 모든 사고 케이스가 다 돌발 변수다.

자율주행을 하는 여러 차량 트럭 집중하는 이유가 있나?

국내 운행 중인 트럭이 16만대 가량이다. 트럭이 전체 수송 차량에서 대략 1% 비중인데, 배출하는 온실가스량은 20%나 차지한다.

차량 대수에 비해 온실가스 비중이 엄청나게 크다

그 부분을 빠르게 혁신하는 것이 기후 위기 대응에 더 중요하겠다고 봤다.

다른 자율주행차 회사와 차이점은?

기후위기를 가장 중요하게 봤다는 점이다. 보통, 자율주행시대가 오니까 자율주행차를 해야 한다고 방향성을 잡고 가는데, 저희는 그런 관점에서 접근했다기 보다는 “기후위기가 굉장히 시급한 문제고, 이를 해결하는데 가장 중요한 부분은 무엇일까”를 고민했다.

온실가스를 감축하려면 에너지가 굉장히 효율적으로 돼야 한다. 내연기관이나 전기차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작업도 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 그렇다면 차량 자체의 무게를 확 줄여 보자, 그러려면 무인화가 되어야 한다는 솔루션을 생각하게 됐다. 무인화가 되면 차체 중량이 약 5톤 정도 가벼워진다. 그래서 무인화를 생각했고 자율주행과 원격주행이 붙은 거다.

자율주행 트럭 도입이 기후변화 외에, 화물운송 산업과 생태계에 속한 사람들에게 어떤 유의미한 영향을 있을까?

보통 화물 운전기사가 하루에 열네시간 정도를 차에 구속되어 있다. 그런데 실제 차량이 도로 주행을 하는 것은 그중에서 여섯시간 정도밖에 되질 않는다. 나머지 여덟시간은 주로 상하차를 위한 대기 시간 등이다. 원격주행, 자율주행 솔루션으로 접근하면 기사님이 차에 종속되어 있는 환경에서 벗어날 수 있다.

당장 생각하기에 자율주행 솔루션은 기사가 차에서 자유로워진다 보다 노동을 대체할 있다 메시지를 수도 있다고 본다.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오히려 거부감을 갖지 않을까?

그런 부분을 같이 고려하는데, 자율주행과 원격주행 도입이 오히려 화물 운전기사의 고용량 자체를 늘릴 수 있다고 본다. 왜냐하면, 사람이 운전하는 지금은 화물차량의 실제 주행 시간은 하루 여섯시간 밖에 되질 않는다.

그런데 자율주행과 원격주행 솔루션을 도입하면 차량을 하루 3교대로 돌릴 수 있다. 자율주행이 된다고 하더라도 특정 구간 같은 경우는 원격주행이 꼭 필요한데, 여기에 차량 통제를 위한 관제사가 필요하다. 한 명의 관제사가 차량 여러대를 통제할 수 있는데, 사람이 운전할 때보다 차량 대수 자체를 늘릴 수 있으므로 화물 운송량과 관제사 고용을 동시에 늘릴 수 있을 거라고 전망한다.

운전기사의 역할이 관제사로 바뀌게 되면 기술 숙련도를 위한 트레이닝이 새로 되어야 할텐데. 관제는 운전과 다른 영역 아닌가?

관제 환경을 실제 차에 탑승했을 때 내부 환경과 동일하게 구성하도록 만들려고 한다. 램프구간(높낮이가 다르거나 경사, 굴곡이 있는 구간) 같은 데를 통과할 때는 자율주행이 아닌 원격주행이 필요하다. 그런데 원격주행은  실제 탑승해서 운전할 때보다 처리해야 하는 정보량이 조금 더 많을 수 있다. 따라서 관제하는 이의 정보 처리 능력 등을 고려해서 가능한 전체적인 관제 화면을 실제와 같도록 구성하고 있다.

이런 전략은 화물 물동량이 늘어난다는 전제 하에 짜야 하는데

연간 물동량은 계속 늘고 있다. 화물 운전기사나 화물차 공급 자체가 부족한 상황이다. 미국 같은 경우에는 그 문제가 더 심각하다. 현지 수출입 컨테이너 물량의 40%를 담당하는 곳이 롱비치 항구인데, 거기에 화물 운전기사가 8만명 가량이 부족하다는 집계가 있다. 필요한 전체 화물 기사의 절반 정도가 부족하다는 뜻이다. 이렇게 되면 화물 컨테이너가 6개월에서 1년까지 항구에 계류되어 있게 된다. 그마저 자리가 포화돼서 해사에 컨테이너 선이 지금 많이 떠 있는 상황이다. 우리 솔루션이 국내 뿐만 아니라 북미 시장 같은 곳에서도 필요로 하는 영역이라고 보고 있다.

서울다이나믹스가 디자인 어워드에서 수상했다. 사진은 왼쪽부터 서울다이나믹스의 멤버 유도이, 최석우(뒤), 정다혜(앞) 씨.

트럭 자율주행 개발이 승용차와 다른 점이 있다면?

일단 차체가 무겁다 보니 관성이 크다. 그래서 제어 기술이 조금 다르다. 예를 들어 승용차는 제어가 빠르므로, 앞 차와의 간격을 비교적 짧게 인식해 자율주행을 하는데 비해 트럭은 더 멀게 제동거리를 잡도록 판단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원격주행도 마찬가지로 관성이 작용하다보니 그에 맞춰 기계와 외부 제어 신호가 잘 맞을 수 있도록 조정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런 일이 기술적 난이도가 있다.

자율주행 차량은 도로 테스트가 필요하다. 트럭의 테스트 여건은 현실적으로 어떻게 되나?

최근에 ‘마스오토’라는 스타트업이 자율주행트럭 간선 화물운송 규제샌드박스를 신청해 특례를 승인 받았다. 인천에서 부산까지 간선도로에 한해서 운행할 수 있게 됐는데, 그런 사례가 늘어나다보면 테스트 할 수있는 환경 여건도 바뀔 거라고 본다.

현재 서울다이나믹스의 기술 수준은 어디까지 올라와 있나?

차량 하드웨어를 풀 스케일로 만다는 것을 진행 중이다. 차체가 워낙 큰데, 그 크기를 3분의 1 스케일로 줄여서 제어 테스트를 하고 있기도 하다. 도로 주행 허가를 아직 받지는 않았지만, 사무실 인근(판교) 공사 중인 교량 등에서 실험을 하고 있다. 자율주행 임시 면허관련 제도도 2021년에 개정됐는데, 그 요건에 만족을 한 상태라 신청을 준비 중이다.

차량 제작이 끝나면 주요 수요처는 어디가 될까?

우리나라에서는 화물차 기사들이 개인 사업자처럼 일을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80% 가량이 기업에 소속되어 있다. 따라서 B2B 물류업체를 타기팅한다. 북미 시장은 트럭을 임대하는 대형 회사가 많다. 10만대 정도 트럭을 보유한 후 임대하는형태로 가고 있어서 그런 쪽이 고객사가 되리라 본다.

전기차는 주행거리나 충전 문제가 아직 있는데, 트럭은 장기로 운전해야 하지 않나? 인프라의 문제는 없나?

트럭도 체급별로 달리 볼 수 있을 것 같다. 일단 40톤급 트럭 같은 경우에는 지금 테슬라에서 사이버 트럭 출시를 앞두고 있는데, 한번 충전에 갈 수 있는 거리를 450km와 900km로 나눠서 가고 있다. 우리 같은 경우는 에너지 관점에서 애초에 차량 자체를 가볍게 하는 걸 중요하게 보고 있기 때문에 250km 정도 주행할 수 있도록 설계해서 가고 있다. 실제 국내 화물 운전기사가 하루 주행하는 거리가 대략 250km 정도 된다.

또, 실제 상용차 같은 경우 차량 공간 자체가 넓으므로 유휴공간이 더 있다. 따라서 배터리 교환식으로 접근하는 방법도 있다. 이 외에도 배터리 사이즈를 키우는 등의 프로세스가 외부에서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주행거리 문제는 많이 해소될 거라고 본다.

서울다이나믹스의 자율주행 트럭이 실제 상용화되는 시점은 언제로 잡고 있나?

2025년에서 2027년 사이로 생각한다. 공개 자체는 2023년 9월,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하려고 하는데, 이때까지 소량 양산을 계획하고 있다. 파일럿 생산 이후 본격적으로 양산에 돌입하는 것이 2025년에서 2027년 사이다.

시점을 그렇게 잡은 이유가 있나?

정부에서 2021년에 자율주행 규제 혁신 로드맵 2.0을 제정했는데, 당시 목표가 2026년에 레벨5단계 무인 운송이 가능하도록 도로환경을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어찌됐든 그 시점에 맞춰 차량을 만들어내려 한다. 또, 우리가 가전장 설계 기술, 차량을 움직일 소프트웨어 등을 종합적으로 가지고 있으므로, 시장이 원할 때 진입할 수 있게 준비하는 것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우체국에서도 경형 전기차로 전환 계획이 있고, 공항에서 운영하는 지상 조업 차량들도 노후화가 많이 된 상태라 이걸 전동화하겠다는 발표가 난 상태다. 특히 공항 같은 경우에 자율주행 외에 원격 주행 솔루션이 필요하거나 공항 내부 도로를 3D 맵핑하는 기술 등이 필요한데 여기에 서울다이나믹스의 솔루션이 적합할 수 있다고 본다.

시점을 맞춰서 계획대로 차량이 나오고 소프트웨어 개발이 끝나면 열릴 있는 시장은 충분히 있다고 보나?

충분히 그렇다고 생각한다. 40톤 전기 트럭의 경우에도 우선은 유인 형태로 주요 제조사에서 상용화에 돌입한 상태다. 그런 곳들을 경쟁사라고 보기보다는 시장을 만들어주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곳들이 빨리 차량을 출시해서 시장과 효용성을 검증해 주면…

수요가 생길테니까?

그렇다. 정말 40톤급 트럭이 전기로 움직일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해소해주면 좋겠다고 보고 있다. 물론, 이 경우 충전 시설이나 인프라도 더 빨리 깔릴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할 것이고.

새로 투자를 유치 중이다

10억원 목표로 진행중이다. 올해 프랑크푸르트에 들고 갈 차량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하드웨어 제조에 비용이 많이 든다. 기술적인 부분은 자신 있지만, (차량 양산 후 수익을 내는 시점까지) 살아남는 것이 관건이다.

이미 투자를 집행한 소풍벤처스나 크립톤 같은 경우에는 이 시장의 비전을 많이 봐줬다. 아무래도 스타트업이 대형 차를 만든다는 것을 어렵게 보는 경우가 많은데, 외국에서 자율주행 차량을 만드는 큰 회사들도 처음에는 다 우리처럼 작게 시작을 했다.

우리나라도 현대기아차 중심으로 산업이 형성됐지만, 그 과정에서 부품회사를 비롯한 1차 벤더의 제조기술력이 상당히 올라와 있는 상태다. 자율주행에 필요한 소프트웨어나 부품을 만드는 것도 굉장히 우수한 스타트업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그런데 이런 모든 영역을 종합해 볼 수 있는 회사는 드물어 보인다. 이제는 국내에서도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는 스타트업이 나올 수 있을 만큼 환경이 성숙했다고 보고 있다. 그런 역할을 서울다이나믹스가 하려고 한다고 말하고 싶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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