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M&A 추진설 재부각… 후보는 패키징 업체?
삼성전자의 후공정 업체 인수설이 제기되고 있다. 1월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진행된 CES2023 행사에서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이 인수합병(M&A) 계획에 대한 질문에 “좋은 소식을 기대해도 좋다”고 답하면서다. 대상은 미국 패키징 업체 M사인데, 업계에서는 이 회사가 그간 나온 인수 후보 업체 중에서 협상이 성사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보는 분위기다.
삼성전자의 M&A 후보와 관련된 이야기가 이번에 처음 나온 것은 아니다. 삼성전자 측은 지난 2021년 1월 실적 콘퍼런스에서 “3년 내 의미 있는 M&A를 추진하겠다”고 발언했다. 이후 업계와 언론에서는 삼성전자가 인수할 만한 업체를 예상하기 시작했다. 삼성전자는 현금성자산을 120조원 가량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자금 측면에서는 당장 빅딜을 하기에도 어렵지 않은 상황이다.
초반에는 네덜란드 NXP, 독일 인피니언 등 차량용 반도체 업체가 후보군에 올랐다. 이후 2022년 하반기에는 삼성전자가 글로벌 주요 업체와 손잡고 영국 반도체 IP제공업체 Arm을 인수할 것이라는 추측도 제기됐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업체는 모두 인수설에 그쳤다. NXP와 인피니언의 경우에는 2020년 후반부터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으로 몸값이 크게 치솟으면서 M&A 추진 시 발생할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한 기업을 인수하면 초기에는 시행착오에 의한 비용이 발생하는데, 기업 가치가 크면 클수록 그 위험요소는 커질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를 포함한 복수의 기업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Arm을 인수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복수의 업계 관계자는 “현실성 없는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국가 간 반도체 자국중심주의가 심화하고 있는 가운데, 영국 정부가 Arm을 다른 국가에 내어주지 않겠다는 의지를 지속해서 드러냈기 때문이다. 결국 삼성전자는 120조원이라는 실탄을 가지고도 M&A 측면에서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이번에는 삼성전자가 M사를 인수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됐다. M사는 미국 애리조나에 본사를 두고 있는데, 최고경영진이 국내 반도체 산업계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인물인데다가, 회사 차원에서 인천 송도를 비롯한 국내 지역 투자도 적극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M사 인수설이 “그간 나온 가설 중 가장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분위기다. 우선 M사의 시가총액이 차량용 반도체 기업만큼 높지 않다. 현재 M사의 시가총액은 73억1200만달러(약 9조536억원)이다. NXP의 현 시가총액이 442억2900만달러(약 54조7601억원)라는 점을 감안하면, 인수하는 데 비용 부담이 덜할 수 있다.
삼성전자가 2016년 전장 업체 하만을 인수했을 때보다도 부담은 덜하다. 당시 삼성전자는 약 90조원 정도의 현금성자산을 보유하고 있었는데, 하만을 한국돈 9조4000억원에 인수했다.
더불어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경쟁력 강화를 위해 후공정 투자를 더 적극적으로 단행하겠다는 계획도 내비쳐 왔다. 그 일환으로 삼성전자는 지난 해 6월 경계현 삼성전자 사장 직속 패키징 태스크포스(TF) 팀을 구성했다. 같은 해 8월에는 충남 천안 반도체 패키지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후공정 투자 강화는 곧 삼성 파운드리가 고객사를 수월하게 유치하는 데 도움이 될 전망이다. 익명을 요청한 반도체 시장 전문가는 “애플이나 퀄컴, 엔비디아 등 미국 반도체 설계업체는 파운드리를 대상으로 후공정 처리 경쟁력을 강화할 것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며 “TSMC가 2015년부터 후공정 부문 투자를 강화하기 시작한 것도 애플의 요청 때문으로 알려졌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는 이어서 “결국 M사가 아니라 해도, 삼성전자가 후공정 경쟁력을 높여 고객사를 더 유치하고 수익을 높이기 위해 후공정 업체를 인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최근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반도체 설계자산(IP) 업체와의 협업을 강화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복수의 국내 언론은 삼성전자가 자체 IP를 개발하지 않고 설계를 아웃소싱하는 체제를 도입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TSMC처럼 파운드리 부문에서는 타 업체와 경쟁하지 않고 협업해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한편, 이와 관련해 M사 측은 “당사에서는 삼성 뿐만 아니라 어떠한 기업으로 부터도 인수 관련한 검토가 진행된 바가 없고, 삼성으로부터 인수 제의를 받은 사실도 없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배유미 기자>youme@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