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인터넷은행은 정말로 금융 산업을 혁신했나

6년 전, 인터넷전문은행(인터넷은행)이 출범한다고 했을 때 많은 사람들은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당시 만해도 지점·은행원이 없는 은행은 상상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의 기대와 관심 속에 2017년 1호 인터넷은행인 케이뱅크가 출범했고, 곧이어 2호 은행 카카오뱅크도 문을 열었다. 지난해에는 토스뱅크까지 합류하면서 인터넷은행 삼각구도가 형성됐다. 

몇 년 전, 인터넷은행은 그 자체로 ‘혁신’의 아이콘이었다. 그동안 공급자(은행) 위주의 금융상품, 어려운 용어, 공인인증서 등으로 고통 받던 사용자들을 단숨에 대거 흡수했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는 영업점 대신 모바일 플랫폼을 기반으로 각종 금융 상품을 공급했다. 이 과정에서 사용자가 본인임을 확인하기 위해 공인인증서 대신 화상통화, 안면인식, 간편비밀번호 등을 제공했다. 초반에 인터넷은행은 사람들에게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무엇보다 인터넷은행의 순기능은 전통 금융권에게 영향을 줬다는 점이다. 디지털에 관심이 없던 금융사와 은행에게 디지털의 중요성을 심어주는 계기가 됐다. 결과적으로, 현재의 은행 앱은 공인인증서와 무거운 앱을 벗어 던지고 핀테크와 인터넷은행에 준하는 편리한 뱅킹 앱으로 탈바꿈했다. 인터넷은행이 금융권에 디지털 메기 역할을 톡톡히 해낸 셈이다.

시간이 꽤 흐르면서 이제 인터넷은행은 혁신의 아이콘이라기보다 여러 은행 중 하나(One of Them)이라는 사용자 인식이 커졌다. 편의성, 혁신성보다 금리를 따지며 상품에 가입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일각에선 인터넷은행이 과연 혁신을 불러일으킨 것이 맞냐는 의구심이 나온다. 

답을 알기 위해선 근본적인 질문이 필요하다. 새로운 법을 만들면서까지 인터넷은행이 필요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당시 정부는 중저신용자를 위한 금융사를 만들길 원했다. 1금융권에서 외면 받은 중저신용자는 2·3금융권, 혹은 대부업으로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이에 정부는 산업자본이 IT기술을 바탕으로 중저신용자를 포용할 수 있도록 인터넷은행 설립을 허용했다. 그러나 인터넷은행은 정부와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이들은 출범 이후 몇 년간 중저신용자가 아닌 고신용자 전용 상품에 치중된 영업을 해왔다. 금융위에 따르면, 지난 2020년 인터넷은행의 중저신용층 신용대출 비중은 12.1%로 은행평균(24.2%)에 못 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혁신적인 방식으로 기존 은행과 차별화되는 신용평가시스템(CSS)을 구축하지도 않았다. 

이후 금융당국은 인터넷은행에게 올해 말까지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비중을 30%를 넘길 것을 주문했다. 또 30%에 도달하기 전까지 금융당국이 현황을 자세히 들여다보기로 했다. 이때부터 인터넷은행은 중저신용자 비중을 확대하기 시작했고 최근에서야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는 20%를 넘기 시작했다. 출범 6년이 지나고 나서야 설립 취지에 맞추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지금 인터넷은행은 어떤 상황일까. 지난해까지만 해도 최대이익 달성 등 실적잔치를 벌이던 은행들에게 비상등이 켜지고 있다. 최근 대출수요가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행보에 발맞춰 한국은행이 지난 13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린 가운데, 금리상승으로 대출수요가 급감하고 있다. 이는 곧 은행의 수익에 타격을 입게 되고 인터넷은행 또한 마찬가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은행은 대출금리를 내리고 있다. 은행채 금리가 하락하고 당국과 정치권의 압박이 이어지는 가운데, 인터넷은행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점차 어려워지고 있는 대외환경 속에서 각 인터넷은행에게는 도전과제가 주어졌다. 카카오뱅크는 대출포트폴리오와 인증·마이데이터 사업 확대, 케이뱅크는 수익 증대와 상장(IPO), 토스뱅크는 대출포트폴리오 확대, 수익 창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공통적으로 세 인터넷은행은 올해 “어려운 대외 상황에도 불구하고 대출상품을 확대하고 수익모델을 공고히 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각 인터넷은행이 올해 어떤 위협에 직면했는지, 또 이에 어떻게 대응할 계획인지, 전략은 무엇인지 등을 각 인터넷은행별로 심도있게 다뤄본다.

목차
⓵ 케이뱅크 (이번호) 
⓶ 카카오뱅크
⓷ 토스뱅크

[진단⓵] 케이뱅크, 절반의 혁신·위기는 기회 될까?

케이뱅크에겐 늘 무거운 숙제가 있다. 1호 인터넷전문은행(인터넷은행)으로 야심차게 출범했지만, 가장 중요한 성과와 평가는 경쟁사에게 뒤처지기 때문이다. 물론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케이뱅크가 경쟁사보다 뒤처지기까지 우여곡절이 있었다.

은산분리와 대주주 적격성 문제로 인한 유상증자 지연, 그 결과 대출중단이라는 쓴맛을 봐야했다. 이후 BC카드가 대주주로 올라서면서 케이뱅크의 상황은 조금씩 나아지기 시작했다. 그 결과, 영업재개와 흑자전환을 이룰수 있었다. 이를 기반으로 올해는 상장(IPO)을 목표로 내걸었다.

-케이뱅크가 걸어온 길

지난 2017년 4월 출범한 케이뱅크는 국내에서 약 24년 만에 출범한 제1금융권이자 첫 인터넷은행으로 이목을 끌었다. 금융당국과 사용자들은 케이뱅크가 금융에 혁신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기대도 잠시, 케이뱅크는 장벽에 부딪히고 만다. 산업자본의 은행지분 소유가 10% 이하로 제한되는 은산분리 규제로, 당시 주요 주주로 예정됐던 KT가 증자를 주도할 수 없게 됐다. 결국 증자에 어려움을 겪게 되자 케이뱅크는 대출상품 판매를 중단했다. 이후 2019년 12월부터 은산분리를 완화하는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인터넷은행 특례법)’이 시행되면서 케이뱅크의 숨통이 트이는 듯 했다.

하지만 이번엔 대주주 적격성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인터넷은행 대주주가 되려면 금융위의 적격성 심사를 통과해야 하는데, 당시에는 조건이 까다로웠다. 심사는 금융관련법령·조세범처벌법·공정거래법 위반으로 벌금형을 받은 전력이 있는지 살펴보는 것을 중점으로 한다. 그런데 KT는 공정거래밥 위반 전력이 있어 금융당국은 심사를 중단했다.

결국 케이뱅크의 대규모 유상증자가 몇 차례 무산됐고, 오랜 기간 대출상품을 팔 수 없었다. 사실상 은행의 핵심적인 영업 업무를 하지 못하는 셈이 됐다. 그 사이 2호 인터넷은행인 카카오뱅크는 첫 흑자전환에 성공하는 등 자본금, 실적, 고객 수 등 격차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그러다 지난 2020년 케이뱅크는 BC카드 덕분에 기사회생할 수 있게 됐다. BC카드를 주축으로 한 유상증자를 통해 대출영업을 재개했고, 결국 BC카드가 대주주로 올라섰다. 당시 케이뱅크는 영업재개와 함께 비대면 아파트담보대출 등의 상품을 선보였고, 이 상품은 케이뱅크의 대표 상품으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그동안 보여주지 못했던 저력을 다 한 케이뱅크는 고객 확보에 나섰고, 결국 흑자전환이라는 열매를 맺었다. 지난해 3분기에는 금리인상으로 당기순이익 약 256억원이라는 최대실적을 기록하기도 했다.

-지금 케이뱅크는

지난 몇 년간 우여곡절을 겪은 케이뱅크 앞에는 또 다른 과제들이 산재되어 있다. 주식시장 침체 속 상장 준비, 수익저변 확대, 카카오뱅크와의 격차 좁히기 등이다.

지난해 10월 상장 계획을 밝힌 케이뱅크는 현재 증권가와 금융권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경기침체로 주식시장이 좋지 않은 가운데 케이뱅크가 예정대로 상장을 할 것인지가 업계의 최대 관심사다. 일각에서 케이뱅크 상장 연기설이 나오고 있다. 상장을 앞두고 있던 컬리, 현대삼호중공업, 현대엔지니어링, 원스토어, 밀리의서재, SK쉴더스 등 대어들이 상장을 철회하면서 불을 지폈다.

이에 케이뱅크 측은 “시장상황을 보면서 상장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 케이뱅크의 예비심사 효력기간(오는 3월)이 다가오는 가운데, 이때쯤 케이뱅크의 상장 여부가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케이뱅크는 올해 가장 신경 쓸 부분으로 “수수료 수익을 늘리기 위한 제휴처 확대”라고 밝혔다. 현재 케이뱅크의 최대 수익모델은 은행의 대표적인 모델인 예대마진이다. 두 번째는 플랫폼 제휴 수익(순수수료 손익)이다. 케이뱅크의 대표적인 수수료손익은 업비트와의 실명확인입출금계정 제휴다. 지난 2021년 케이뱅크의 순수수료손익은 약 196억원을 기록하며 흑자전환을 한 바 있는데, 이를 두고 업비트 효과를 누렸다는 평가가 주를 이었다.

이후 케이뱅크는 수익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 제휴기업을 늘리고 있다. 현재까지 당근마켓, 오아시스, 번개장터, NH투자증권 등 다양한 기업들과 손을 잡았다. 케이뱅크가 비금융 부문 수익모델 확대를 통해 순수수료수익을 증대할 수 있을지 여부가 지난해 실적발표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카카오뱅크와의 격차를 좁히는 것도 암묵적인 과제로 보인다. 케이뱅크는 공개적으로 카카오뱅크와의 격차를 언급하진 않았으나 외부에선 두 은행을 비교대상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3분기 케이뱅크의 당기순이익은 256억원으로 카카오뱅크(약 787억원)와 약 세배 이상 차이가 난다. 고객 수는 801만명으로 카카오뱅크(1978만명)와 두배 차이가 난다. 또 케이뱅크의 지난해 3분기 수신잔액은 13조4900억원, 여신잔액은 9조7800억원으로, 마찬가지로 카카오뱅크(각각34조6000억원, 27조5000억원)와 격차를 보이고 있다.

-케이뱅크는 제 역할을 다했나?

케이뱅크는 출범 당시 고객이 24시간 365일 어느 곳에서나 은행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고객이 시간과 장소에 관계없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은행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고객은 지점 대신 모바일 뱅킹 앱에서 입출금, 통장개설, 대출신청·실행 등 모든 은행 업무를 할 수 있게 됐다. 과거에는 은행을 가기 위해 점심시간을 이용하거나 휴가를 내야 했다면, 이제는 언제 어디서든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다. 이 점이 인터넷은행의 기술을 활용한 대표적인 혁신 중 하나에 해당된다.

다만 인터넷은행의 본질적인 역할을 다 했는지에 대해선 물음표다. 지점이 없어 인건비가 들지 않는 인터넷은행은 이 비용을 중저신용자의 중금리 대출을 위해 쓰겠다고 했으나 사실상 고신용자를 중심으로 대출상품을 판매해왔다. 결국 케이뱅크는 금융당국의 경고을 받고, 지난해 9월말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24.7%로 끌어올렸으나 여전히 당국의 권고비중인 30%를 달성하지 못했다.

관련해 케이뱅크는 “인터넷은행 설립 취지에 맞게 중저신용자 대출 공급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케이뱅크의 혁신 점수는 아직 50점에 그친다. 고객에게 언제 어디서든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준 대신, 이렇게 아낀 돈으로 정작 중저신용자에겐 효용을 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앞으로 케이뱅크가 중저신용자 비중을 늘리겠다고 밝힌 만큼, 인터넷은행으로서 본연의 역할을 다 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케이뱅크는 무엇을 할까

올해는 모든 산업군에 있어 위기인 동시에 기회인 해다. 경기침체와 함께 물가와 금리가 오르고 있어, 모든 산업군의 시장 판도를 가를 해로 꼽힌다. 이는 금융권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인터넷은행을 포함한 은행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기준금리가 오르면서 예대마진이 커진 것이 원인이다. 그러나 기준금리 상승이 마냥 호재로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금리가 오른 만큼 대출의 수요는 감소하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대출시장이 위축됐다. 대출 수요 감소는 곧 은행에게 타격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케이뱅크는 올해를 위기인 동시에 기회의 해로 봤다. 케이뱅크는 담보대출을 확대하고 사업자대출을 강화할 계획이다. 현재 은행은 예적금 담보대출, 아파트담보대출과 사장님 신용대출, 사장님 보증서대출을 판매하고 있다. 최근 인터넷은행 3사는 가계대출 중심에서 개인사업자 대출을 공급하면서 여신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있는 가운데, 시기를 놓치면 다시 한 번 뒤쳐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를 기점으로 인터넷은행은 대출상품을 다양화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수신 부문에선 파킹통장, 예적금 금리 경쟁력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즉, 경쟁사 보다 더 높은 예금 금리를 제공하겠다는 뜻이다. 높은 예금금리를 제공해 고객을 끌어모아 플랫폼을 활성화하고, 궁극적으로 예대마진을 확대하는 것이 케이뱅크의 목표로 풀이된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홍하나 기자>0626hhn@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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