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 TSMC가 2022년 4분기 호실적을 기록했음에도 올해 연간 투자(CAPEX) 비용 축소를 단행할 예정이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반도체 수요가 하락한 가운데, 당장 시장 확대보다는 긴축이 필요하다고 판단해서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은 12일(현지시각) TSMC가 설비 등에 투자하는 비용을 10% 가량 축소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세계적인 경기 침체로 애플⋅엔비디아 등 반도체 설계업체(팹리스)가 파운드리에 더 적은 물량을 맡겼고, 그 결과 TSMC의 생산 수요도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TSMC는 작년 4분기 호실적을 기록했다. 매출은 6255억대만달라(약 25조6000억원), 순이익은 2959억대만달러(약 11조7000억원)를 달성한 것이다. 각각 전년 동기 대비 42.7%, 78% 증가한 수치다. 회사 측은 반도체 불황이었지만 5나노 이하의 첨단 반도체 수요가 견조했기 때문에 실적 청신호를 보일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다만 컨센서스는 하회했다. 증권가에서는 TSMC의 작년 4분기에 매출 6360억대만달러(약 26조251억원)를 달성할 것이라 예측했다. 하지만 이에 미치지 못했다. 웬델 황(Wendell Huang) TSMC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시장 수요가 축소한 데다가 고객사가 재고를 먼저 소진하면서 실적이 예상보다는 좋지 않았다”며 “이 같은 위축된 시장 분위기는 1분기에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TSMC는 반도체 불황이 이어질 것을 우려해 올해 투자 규모를 기존 363억달러(약 45조483억원)에서 320억달러(약 39조7120억원) 규모까지 축소하기로 했다. 웬델 황 CFO는 “당장 시장 불확실성이 심각하기 때문에 회사는 사업을 신중하게 관리하고 자본 지출을 전략적으로 해야 한다”며 “엄격한 비용 관리로 장기적이 시장 수요를 원활하게 충족하겠다”고 말했다.

TSMC가 투자 규모 축소 카드를 꺼낼 것이라는 추측은 과거에도 나오고 있었다. TSMC의 주요 고객사인 엔비디아, AMD, 퀄컴 등의 실적이 하락세를 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센터장은 보고서에서 “2022년 상반기만 하더라도 투자 규모가 예상보다 더 높을 수 있다는 전망이 지배적이었으나, 주요 반도체 고객사의 실적 전망치 하향으로 TSMC도 투자에 보수적인 태도를 보이게 됐다”며 “세계에서 제일 잘 나가던 TSMC도 투자를 급격하게 줄이는 것이 현재 반도체 산업이 단기적으로 마주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TSMC는 반등이 하반기에 이뤄질 것이라 보는 분위기다. CC웨이 TSMC CEO는 “상반기 중 반도체 사이클 바닥을 찍고 하반기부터 회복할 수 있겠다”며 “반등 이후에는 AI를 비롯한 새로운 기술과 주요 고객사의 관련 신제품 출시로 성장에 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증권가에서는 TSMC의 투자 규모 축소 소식을 오히려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분위기다. TSMC의 실적 발표 이후, 뉴욕 증시에서 회사의 미국주식예탁증서(ADR)는 전일 대비 소폭 상승했다. 호실적 때문도 있지만, 현재 시점에서는 기업의 확장보다도 재고 축소와 반도체 업황 정상화가 더 필요하다는 업계의 판단 하에 이 같은 주가 흐름이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TSMC가 투자 규모를 축소하기로 하면서, 파운드리 시장점유율 2위를 달리고 있는 삼성전자의 감산 여부에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아직 삼성전자는 메모리, 파운드리 부문 모두 감산 소식을 전하지는 않았다. 지난 3분기 실적발표 당시 삼성전자는 “이전과 같은 투자 기조를 유지할 것이며, 감산은 없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하지만 반도체 수요가 예상보다 빠르게 감소하면서 삼성전자도 투자 규모 축소가 불가피하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회계컨설팅업체 PwC는 보고서에서 “주요 반도체 기업이 감산에 들어갔음에도 수요 감소 속도가 더 빨라 재고는 증가하고 있고, 특히 메모리는 사상 초유의 재고일수 증가를 경험하고 있다”며 “미국 주요 반도체 업체 마이크론, 인텔, 엔비디아 등도 불황에 따른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하고 긴축에 들어갔기 때문에, 삼성전자도 허리띠 졸라매기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배유미 기자>youm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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