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머스BN] “맥주 정기 배달 스타트업이 망했을 거라고? 아닌데?”

한때 벨루가는 ‘규제의 아이콘’ 중 하나였다. 인터넷으론 술을 팔지 못하도록 법이 막혀 있는데 온라인 맥주 정기 배달을 들고 나왔으니, 옆에서 지켜보기에도 앞길이 캄캄해 보였다. 말 그대로 회사는 부침이 있었고, 정부 정책이 숨통을 조금 틔워줄 때마다 사업 모델을 조금씩 바꿔나가면서 생존해가나 싶었다.

그러다 최근 들은 벨루가의 소식은 의외였다. 이 회사가 사업모델을 ‘주류 도매 유통’으로 바꾸고 나서 오히려 제대로 자리를 잡았다는 이야기였다. 투자사 중 하나인 카카오벤처스에서는 “벨루가가 이제는 주류 전문 유통도 시작한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B2C 스타트업인 줄 알았는데, 주류 수입사와 도매상, 사업자 상점의 가려운 구석을 긁어주는 B2B 플랫폼으로 성장 중이라니. 심지어 수익도 내고 있다는 말에 벨루가가 가진 전략이 더 듣고 싶어졌다.

12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수동에 위치한 벨루가 사무실에서 김상민 대표를 만났다. 고깃집과 호프집 사이, 얼핏보면 분위기 괜찮은 위스키바처럼 보이는 건물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술 좋아하는 사람들의 천국이 펼쳐졌다. 따지 않은 위스키와 와인이, 미래의 취객에게 손짓한다. 어서와, 나를 따. 유혹을 참고 2층 사무실로 올라갔다. 술 천지인 사무실 한 가운데서, 이성을 잡고 회의하는 청년들이 보였다.

이들의 1차 비전은 아직 오프라인에 머물러 있는 주류 시장을 데이터와 디지털화로 뒤집어 놓는 것. 독자님들 어서와. 벨루가가 어떻게 주류 도매 유통 시장을 바꿔 놓겠다는 것인지, 그리고 어떤 성과를 내고 있는지 말해줄게, 나를 읽어봐.

벨루가 사무실 조명. 매달린 맥주병들은 벨루가가 초창기 정기 배송할 때 취급했던 주류들이다. 벨루가의 산역사.

사무실에 술 냄새가 가득할 줄 알았는데. 커피향이 난다

헤이즐넛이다. 최근에 원두를 바꿔봤는데 향이 좋다.

술은 종류별로 다 마셔봤을 것 같다

그래도 일반적인 분들보다는 많이, 다양하게 먹어본 것 같다.

5년 전에 처음 봤을 때는 ‘술 정기 배송’을 했었는데

원래 하려 했던 사업 모델이 ‘술 정기 배송’은 아니었다. 처음부터 지금 하고 있는 B2B 주류 도매 유통을 위한 플랫폼을 하고 싶었지만, 처음에는 주류 업계 사람들을 설득할 시간이 필요했다. 당시에는 지금 같은 유통 비즈니스가 시장에 낯선 때였다.

온라인 주류 배송이 규제로 사실상 막혀 있어 벨루가가 힘들었을 거라 생각했다

“온라인으로 우리가 술을 팔아 드리겠다”라면서 정기 배달을 한 것이 주류 업계가 우리에게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됐다. 규제 법령에 따라 서비스가 중단되기도, 재개되기도 했지만 벨루가의 최종 목표가 정기 배송이 아니었다. 외부에서 보는 것과 달리 정기 배송 모델의 존폐가 회사 존속 자체에 영향을 크게 주는 구조는 아니었다는 뜻이다.

솔루션 1. 주류 데이터로 영업하기

그럼, 벨루가는 지금 무엇으로 먹고 사는 지를 이야기해보자. 본격적으로 주류 도매 유통 사업에 뛰어들었는데

2019년 말부터 주류 도매 유통으로 들어왔으니 딱 3년이 됐다. 그렇다고 우리가 주류 도매 면허를 딴다거나, 직접 도매업을 해서 온라인 스토어 중 하나가 될 생각은 없다. 굳이 말한다면, 도매 유통이 원활히 돌아가도록 판을 깔아주는 역할이다. 플랫폼이지만, 클라우드로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SaaS라고 볼 수도 있다.

유통 데이터를 기반으로 효율적인 영업이나 물류 동선을 짤 수 있게 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다. 데이터로 수요 예측이 가능해지게 만들어 유통을 훨씬 매끄럽게 하는, 그런 역할을 한다고 봐주면 될 것 같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해달라

예를 들어서, 사업자 상점(가게)은 수입사의 컨택트 포인트가 없다. 손님들이 내추럴 와인을 찾아도 가게에서는 해당 수입사에 연락할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그냥 알던 대형 회사들의 주류를 살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제는 벨루가에서 검색해서 원하는 주류를 찾고, 발주할 수 있다.

김상민 벨루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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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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