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가 한창이던 라스베이거스에서는 새로운 라이브 공연 장르도 탄생하고 있었다. 돌비 래버러토리스(Dolby Laboratories)도 CES 프로그램의 일종으로 파크 MGM 호텔에 전시 부스를 열고 라이브 공연을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아는 그 돌비가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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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비는 CES 기간을 맞아 돌비 라이브 극장, 자동차용 돌비 애트모스, 언리얼과 유니티3D용 플러그인 등을 공개했다. 돌비가 시네마나 스트리밍 서비스를 넘어 라이브 공연과 게임용에도 이식된다는 의미다.

시연에 앞서 돌비 래버러토리스 뮤직 부문 총괄 이사인 팀 프라이드(Tim Pryde)를 만나 돌비 뮤직의 글로벌 전략에 대해 물어봤다. 사실 영어로 인터뷰해서 기억 보정이 많이 들어간 상태다.

영어를 알아듣는 척하고 있는 이종철 기자(왼쪽)와 팀 프라이드 돌비 뮤직 책임자(오른쪽)

바이라인네트워크: 반갑습니다. 돌비 애트모스 뮤직에 익숙하지 않은 사용자들도 많은데요. 현재 사용자들이 얼마나 많이 사용하고 있는지요.

팀 프라이드: 반갑습니다. 돌비 뮤직은 현재 애플 뮤직, 멜론 등 인기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사용되고 있습니다. 올해는 특히 빌보드 100위권 내 75~80% 정도가 돌비 애트모스 뮤직일 정도로 청취자들의 귀 높이가 높아진 상태입니다.

바이라인네트워크: 한국 소비자들도 멜론, 애플 뮤직 등으로 돌비 뮤직에 익숙한 편인데요. 돌비에서는 K-POP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궁금합니다(이 질문은 보정된 것입니다. 사실 두유노우 BTS라고 했습니다. 나라 망신을 시켜서 죄송합니다).

팀 프라이드: 대중음악 시장에서 K-POP은 매우 중요합니다. 글로벌에서 많은 소비자들이 K-POP을 즐겨 듣고 있고, BTS, 블랙 핑크 등의 뮤지션도 돌비 뮤직을 적극적으로 채용하고 있습니다.

바이라인네트워크: 스트리밍 서비스로 돌비 애트모스 뮤직을 듣는 것에 대해서는 많은 소비자들이 익숙한 상태인데요. 돌비 라이브 관을 운영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팀 프라이드: 음악을 듣는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서입니다. 기존의 스테레오 방식을 넘어서 공간 전체를 활용해 음악을 들을 수 있도록 ‘이매진 드래곤스’와 함께 많은 준비를 했습니다. 라이브로 이 음악을 제공하기 위해 실시간으로 돌비 애트모스 뮤직에 맞는 사전 믹싱 작업을 진행했고, 라이브에도 이 엔지니어들이 함께합니다.

바이라인네트워크: 한국에서는 현재 ‘아바타 2’의 영향으로 돌비 시네마가 인기를 끌고 있는데요. 돌비 라이브 극장도 다른 나라로 진출할 계획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팀 프라이드: 스크린 크기나 스피커 위치 등이 사전에 다 지정돼 있는 돌비 시네마와 달리 실시간으로 계속 수백개의 스피커 사운드를 조정해내야 하는 돌비 라이브 극장은 차원이 다른 기술이라 장담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라스베이거스에서 먼저 실험을 해보고, 먼 훗날 다른 지역으로도 확장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인터뷰를 하는 동안 진땀을 흘린 후 돌비 애트모스 자동차 경험을 위해 돌비 부스를 방문했다. 그런데 익숙하지만 절대 타볼 수 없는 차가 있었다. 바로 벤츠 마이바흐 S 클래스. 사실 마이바흐에 타면 돌비 아닌 음악이라도 듣기 좋고 갑자기 없던 허세도 생기고 입맛도 싹 돌 것이 분명했다. 그러나 왠지 등 떠밀려 한국을 대표하는 기자가 된 바람에 당황하지 않고 차에 타려고 했으나 문을 어떻게 여는지 몰라 멈춰 서게 되었다. 놀란 것이 들킬까봐 잠깐 여운을 두고 라스베이거스와 차량이 얼마나 어울리는지를 감상하는 척했다.

이걸 타보는 날이 오더니(이미지 제공=Dol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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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 함께 있던 돌비 코리아 관계자가 재빠르게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면 국격을 떨어뜨릴 뻔했던 것이다. 원래 남이 열어주는 차를 많이 타본 것처럼 자연스럽게 착함에 성공했다.

실제로 앉아본 벤츠 마이바흐 S 클래스 좌석은 매우 편하다. 그러나 가죽에 작은 스크래치라도 나면 월급이 한순간에 날아갈까 봐 편한 자세로 앉지는 못했다. 한국에 돌아오면서 검색해보니 해당 차량에는 리클라이너 시트 기능도 있었다. 자연스럽게 다리받침을 올렸다면 돌비 랩 직원들이 한국을 다시 보게 됐을 텐데.


시연은 총 네곡으로, 마빈 게이(Marvin Gaye)의 ‘What’s going on’으로 시작했다. 마빈 게이 사후 40여년이 지났는데, 과거의 노래들도 돌비 애트모스로 믹싱할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돌비 측은 이 음악을 스튜디오에서 새롭게 믹싱했다고 한다. 기존과 다르게 드럼 소리를 분리하고 다른 악기들을 개방감 있게 바꾸었으며, 보컬을 중앙에 놓는 믹싱을 했다고 전했다. 촬영을 한 카메라는 2채널 카메라이므로 돌비 애트모스의 소리 전체를 담아낼 수는 없다는 걸 양해바라며 소리의 움직임 정도만 봐주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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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 때문에 긴 분량을 들려드릴 수는 없지만 간단한 느낌은 이렇다. 드럼 소리는 온 사방에서 들리고, 관악기와 코러스는 천국에서 내려온다. 마빈 게이 특유의 4차원을 훑고 지나가는 듯한 목소리는 오로지, 꼭, 돌비 애트모스로 들어야 한다. 특히 차량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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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노래 J 발빈(J Balvin)과 윌리 윌리엄(Willy William) ‘Mi Gente’은 전형적인 남미 음악이다. 음악가들도 각각 콜롬비아와 자메이카 출신이며, 타악기의 그루브함이 잘 살아있다. 체험 결과 아마 돌비 애트모스에 가장 잘 맞는 음악은 타악기가 강조된 남미 음악이 아닐까 싶다. 나이지리아에서 출발한 아프로팝 등도 비슷한 효과를 낼 것으로 예상한다. 빠르게 반복되는 타악기는 드럼과 다르게 둔탁하면서도 청명한 소리를 낸다. 이 소리의 공간감을 느끼기에 차량용 돌비 뮤직의 사운드 세팅은 아주 적합했다. 심각한 얼굴로 내적 댄스를 추다 다음 곡 시연으로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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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곡은 직접 요청해달라고 하길래, 한국 팬들에게 익숙한 K-POP 한곡을 틀어달라고 헀다. 돌비 측에서 고른 K-POP은 바로 블랙핑크의 ‘Shutdown’. 기자가 4/4분기 애플 뮤직과 유튜브 뮤직에서 가장 많이 들은 음악이다. 이 음악은 파가니니의 연주곡 라 캄파넬라로 우아하게 시작하다가 한 마디가 끝나기 전 둔탁한 킥(베이스드럼)이 엇박으로 들어오면서 반전의 박자를 만들어내는 것이 매력인 곡이다. 이 두 소리의 차이가 너무도 극명해서 돌비 애트모스가 아닌 음원으로 들어도 공간감이 느껴진다. 소녀들이 루이비통 모노그램으로 도색된 탱크를 타고 대로를 질주하는 느낌의 곡이다. 그런데 여기에 돌비 애트모스를 끼얹고 그걸 또 차에서 들으면? 블랙핑크 음악이 대부분 그렇듯 두텁고 긴 베이스 드럼으로 음악 전체를 관통하는 그루브를 만들어내는데, 애트모스 차량에서 들으면 그 베이스 드럼이 난데없이 귀가 아니라 심장을 친다. 기자는 어림잡아 셧다운을 하루에 20번씩 몇천번을 들었다. 그러나 그중 가장 뛰어난 셧다운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차랑용 애트모스로 체험한 그 순간이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이 글을 본 외국인 여러분도 셧다운을 꼭 차에서 들어보길 바란다. 욕이 절로 나올 것이다. 팔당댐, 후버 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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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곡은 팀 프라이드가 직접 추천한 곡이다. 또 다른 마이클 잭슨으로 불리는 위켄드(The Weekend)의 ‘I Feel it Coming.’ 지금은 해체한 다프트 펑크가 프로듀서로 참여한 곡이다. 다프트 펑크 특유의 그루브 넘치는 잔 박자와 시공간을 가르는 위켄드의 목소리가 잘 어우러진 노래다. 대부분의 다프트 펑크 노래가 그렇듯, 돌비 애트모스 믹싱 없이도 공간감이 잘 느껴지긴커녕 돌비 뮤직으로 들으니 잔 박자가 원형으로 빙빙 돌았다. 스테레오 믹싱에서 배경음악이 수평이었다면, 이날의 박자들은 청취자 머리 위에서 곱게 날아다닌다. 이 노래를 들을 때 덜컥 눈물이 날 뻔했다. 오페라를 처음 들었을 때와 비슷한 감정이 왈칵하고 올랐다. 음악을 듣는 이렇게 쉽고 훌륭한 방법이 있었다니. 아마도 다른 ‘Get Lucky’, ‘Something About Us’, ‘Verdis Quo’ 같은 다프트 펑크의 다른 음악들을 들어도 비슷한 감동을 느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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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게도 다음날 비행기를 타야만 해 ‘상상용’ 이매진 드래건스의 라이브는 직접 들어보지 못했다. 이매진 드래건스는 몰라도 이 노래(Believer)는 다들 기억할 것이다. 드라마에서 뭔가 치명적일 때 자주 나오는 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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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L 주제가로 쓰인 ‘Warrior’도 많이 알려져 있다. 밴드와 돌비 라이브 특성상 굉장한 공연이 됐을 것으로 예상된다. 돌비 라이브 관은 이후 계속해서 운영될 예정인데, 1월부터는 브루노 마스와 어셔의 공연이 예정돼 있다. 돌비 라이브 극장에서 관람하기에 아주 적절한 가수들이므로 라스베이거스에 들른다면 파크 MGM 호텔을 꼭 들러보도록 하자. 돌비 라이브관은 앞으로 라스베이거스의 새로운 명소가 될 것이다.

돌비 라이브 극장(이미지 제공=Dolby)

차량용 돌비 애트모스는 앞으로 여러 차량에 적용될 예정이다. 현재 내정된 브랜드는 메르세데스 벤츠, 루시드, 니오(NIO), 볼보, 폴스타이며, 더 많은 차량 제조사들과 논의 중이라고 한다. 현재는 벤츠 마이바흐 S 클래스, 벤츠의 전기차 EQS에 적용된 상태지만, 추후 EQC 적용을 앞두고 있고 앞으로는 더 저렴한 차량에서도 돌비 애트모스 뮤직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팀 프라이드는 전했다. 부디 현대기아차가 돌비 애트모스를 적용해주길 바라며 눈물 젖은 글을 마친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종철 기자> jud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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