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5일부터 진행됐던 연례 국제가전전시행사 CES 2023이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매 행사마다 주요 기술 기업은 자사 신제품을 공개하면서 추후 사업 전략과 전망을 공유하곤 한다. 이는 주요 글로벌 반도체 기업도 마찬가지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인텔, AMD, 엔비디아 등 반도체 기업은 키노트와 특별 연설 세션에서 자사 신제품과 솔루션을 공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신제품은 각 기업의 추후 전략과 방향성이 무엇인지 내포하고 있다. 어떤 부문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추후 어떤 전략을 가지고 사업을 영위할 것인지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행사에서도 세 기업의 전략은 조금씩 차이가 있었는데, 이로써 각 기업의 전략을 엿볼 수 있었다.

리사 수(Lisa Su) AMD CEO

“AI는 어디에든 들어간다” 소프트웨어 키우는 AMD

AMD는 CES 2023에서 AI 엔진을 통합한 모바일 x86 프로세서 ‘라이젠 7040’ 시리즈를 선보였다. 신제품은 초당 최대 12개조의 AI 연산 처리를 할 수 있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리사 수 AMD CEO는 이와 관련해 “AI 성능을 강화했다”고 강조했다.

AMD는 라이젠 7040 시리즈 칩이 타사 x86 아키텍처 경쟁 제품 대비 34% 높은 성능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애플의 최신 자체 칩 M2와 비교했을 때에는 AI 성능이 20% 높게 나타났다. 프로세서의 기능 중 AI 부문에 신경을 썼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AMD는 프로그래머블(FPGA) 반도체로 설계된 네트워크 카드 알베오 V70 AI 가속기도 공개했다. 다수의 AI 추론 워크로드에서 성능과 에너지 효율을 높였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더불어 AI 훈련 성능과 고성능 컴퓨팅(HPC) 워크로드를 지원하는 MI300 가속기도 공개했다. 이 가속기에는 AMD의 그래픽처리장치(GPU) ‘코나(CONA) 3’와 지난 2022년 2분기 개한 라이젠 프로세서 젠4 중앙처리장치(CPU), 고대역폭 메모리(HBM) 칩셋을 결합한 3D 칩렛 디자인이 적용됐다.

AMD가 이번 행사에서 공개한 제품은 전반적으로 AI 성능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AMD가 AI 성능 강화에 신경을 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키노트 발표에서 리사 수 CEO는 “AI는 업무, 게임, 의료, 항공우주, 지속가능한 컴퓨팅 기술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되고 있다”며 “AMD는 미국 FPGA 제공업체 자일링스와 솔루션 업체 펜산도 등을 인수하면서 소프트웨어 기술 역량을 강화하고 있고, 이는 AI 경쟁력 강화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AMD는 당초 자일링스를 인수하면서 AI 사업 강화를 목적에 두고 있었다. 그간 AMD는 AI가 적용된 다방면의 산업군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싶어했으나, 소프트웨어 역량이 다소 부족해 실현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었다. 하지만 자일링스를 인수하면서 앞서 제기됐던 논란을 어느 정도 잠재우고 역량을 키울 수 있었다. 앞서 언급한 업무, 게임, 의료, 항공우주, 지속가능한 컴퓨팅 기술 등 다방면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을 마련한 셈이다.

한 관련 업계 관계자는 “AMD는 반도체뿐만 아니라 관련 소프트웨어 스택 개발도 진행하고 있고, 엔지니어 확충에도 힘을 쏟고 있다”며 “그 중 소프트웨어 솔루션을 담당하고 있는 자일링스 파트 부문에서의 역량을 강화하는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고 말했다. 이는 엔비디아의 전략과도 닮아 있는데, 추후 AMD는 소프트웨어 역량을 지속해서 강화해 생태계를 확대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13세대 인텔 코어 모바일 프로세서(출처: 인텔)

Back to Basic, 하드웨어 기반 다지는 인텔

인텔은 CES 2023 특별연설에서 13세대 인텔 코어 모바일 프로세서 제품군을 공개했다. 13세대 제품군은 ▲H시리즈 ▲P시리즈 ▲U시리즈로 구성됐다. H 시리즈는 24코어를 탑재한 고성능 모바일용 프로세서로, DDR4와 DDR5 메모리를 모두 지원한다. 노트북에서 데스크톱 수준의 성능을 지원한다는 강점을 가지고 있다.

P시리즈와 U 시리즈에는 최대 14개의 코어가 탑재된다. H 시리즈에 비해 코어가 적게 탑재됐지만, 얇고 가벼운 노트북에서 높은 성능을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이 인텔 측 설명이다. 여기에 보급형 프로세서 N 시리즈도 선보였는데, 모두 기존 동급 제품 대비 성능이 상승했다.


프로세서 외에도 인텔은 자체 노트북 인증 플랫폼 ‘이보(Evo)’를 선보였다. 배터리 수명과 협업, 생태계 등 노트북 경쟁력 강화에 신경을 썼음을 알 수 있다. CES 2023에서 선보인 새로운 이보 플랫폼에는 PC나 휴대폰 등 타 디바이스와 유연하게 연결하는 자체 솔루션 ‘유니슨(Unison)’이 포함돼 있다. 이로써 사용자 경험을 높인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인텔이 앞서 공개한 제품은 노트북 디바이스 사용 경험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소프트웨어 역량보다는 하드웨어 측면에서 자사 강점을 더 부각시킨 것이다. 인텔은 타사에 비해 공격적으로 소프트웨어 역량을 끌어올리는 대신, 하드웨어 성능에 더 많은 투자를 하는 기업으로 업계에 알려져 있다. 어떻게 보면 기본에 충실한 것이다.

이 같은 전략은 인텔의 반도체 생산 전략을 보면 알 수 있다. 인텔은 2021년 3월 반도체 제조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IDM 2.0’ 전략을 발표했다. IDM 2.0은 아시아권에 밀집한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역량을 미국과 유럽 등 서구권에 분산시키자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반도체 미세공정 역량을 높이고 생산라인을증설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이는 소프트웨어보다는 하드웨어 역량 강화와 좀 더 연관이 있다.

인텔이 하드웨어 역량에 더욱 충실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과거 신사업에 무작정 손을 댔다 몰락의 길을 걸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 브라이언 크르자니크(Brian Krzanich) 전 인텔 CEO는 2013년 취임 당시 AI, 자율주행, 클라우드 등 신사업에 많은 힘을 쏟는 대신, 프로세서 인력을 대폭 줄였다. 그의 이 같은 행보는 결국 인텔을 몰락의 길로 이끌었다. 한 번 데여본 전적이 있는 인텔 입장에서는 기본기에 충실한 다음 신사업에 진출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할 수있다.

결국 인텔은 반도체 설계역량도 놓지는 않겠지만, 무엇보다 종합반도체기업(IDM)으로서의 역할을 다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영위할 것으로 보인다.

제프 피셔(Jeff Fisher) 엔비디아 게이밍 프로덕트 부문 수석 부사장 (출처: 엔비디아)

소프트웨어 강자 엔비디아, 다음 과제는 가격 인하?

엔비디아는 CES 2023에서 지포스 RTX 4070 Ti 그래픽카드를 출시했다. 이는 코드명 에이다 러브레이스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한다. 에이다 러브레이스 아키텍처는 기존 출시 예정이었던 RTX 4080 12기가바이트(GB)의 신버전이다. 성능은 동일하지만 기존 대비 가격을 낮췄다는 특징이 있다. 이 제품 가격은 799달러(약 101만6000원)로, 기존 모델이 한국 돈으로 최소 140만원 가량 됐던 것과 비교하면 낮은 가격이다.

제프 피셔(Jeff Fisher) 엔비디아 게이밍 프로덕트 부문 수석 부사장은 “새로운 데스크톱용 지포스 RTX 4070 Ti 그래픽 카드는 기존 대비 절반 가량 낮은 전력으로 보다 빠르게 작동하며, 높은 성능의 그래픽 기술 DLSS 3가 적용됐다”며 “지포스 RTX 40 시리즈 GPU는 성능가 전력 효율성이 모두 향상돼 노트북의 도약을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DLSS는 인공지능을 이용한 업스케일링 기술을 말한다.

더불어 제프 피셔 부사장은 ▲게이밍 ▲AI ▲자체 메타버스 플랫폼 ‘옴니버스’ ▲자동차 등에 적용할 수 있는 솔루션 스택도 함께 공개했다.

엔비디아의 이번 발표는 기존과 크게 차이가 나지는 않았다. 엔비디아는 본래 주요 행사마다 GPU와 이를 기반으로 한 다방면의 소프트웨어 스택을 공개해 왔기 때문이다. 그만큼 엔비디아는 자사가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가지고 있으며, 어느 부문에서든 회사가 풀스택을 제공하기 때문에 사용자가 엔비디아 제품을 쉽게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현재 엔비디아가 주력하고 있는 게이밍, 자동차, 옴니버스 부문은 발표 내에서도 심도 있게 다루곤 한다. 이번 발표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엔비디아는 가격 측면에서 다소 신경을 쓴 것으로 보인다. 엔비디아는 지난 제품 출시 이후 지나치게 높은 가격에 대한 비판을 면치 못했다. 그 가운데 GPU 시장에는 또 다른 경쟁자 AMD가 등장했고, 곧이어 인텔도 GPU 시장에 손을 뻗었다. 경쟁자가 늘어나는 가운데 더 이상 시장을 독식할 수 없게 된 엔비디아는 추후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도 신경을 쓸 것으로 보인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배유미 기자>youm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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