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2023] 실감 후각에서 자율주행까지…경제 어려워도 기술은 진보한다

“세계 각국이 금리를 인상하면서 인플레이션이 일어나고 있고, 이는 경기 침체로 이어지고 있다. 시장 측면에서 올 한해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경기가 어두울 때 기술은 빠른 속도로 발전했다. 과거에도 그랬듯 올해에도 여러 기술 혁신이 일어날 것이라 기대한다. 특히 올해에는 더 큰 변화가 일어날 수도 있다.”

스티브 코닉(Steve Koenig)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 부회장은 3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3에서 이 같이 말했다. 그는 “주목해야 할 CES 2023 테크 트렌드(CES 2023 Tech Trends to Watch)”라는 주제의 발표를 진행하기 위해 단상에 올랐는데, 올 한해 많은 기업이 새로운 도약을 준비할 것이라고 예측한 것이다.

스티브 코닉(Steve Koenig)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 부회장

팬데믹이 부른 기술 혁신, 5G가 속도 붙인다

지난 2~3년은 세계가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많은 변화를 겪은 시기였다. 비대면 서비스가 확대되면서 IT 관련 수요가 늘어났다. 제조업을 비롯한 산업군에서는 디지털 전환에 속도가 붙었고, 그 결과 AI, 클라우드, 사물인터넷(IoT) 등의 기술도 산업 전반에 확산됐다. 이 같은 기술 트렌드는 일상이나 제조업뿐만 아니라 병원, 농장 등 다방면에 적용되고 있다.

이후에도 앞서 언급한 기술은 발전할 텐데, 대부분 5G를 기반으로 둘 것으로 보인다. 스티브 코닉 부회장은 “앞으로 10년은 5G를 기반으로 기술 발전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며 “결국 대용량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는 용량과 빠른 통신을 기반으로 하는 저지연성이 첨단 기술 트렌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5G 기술 자체의 발전도 이뤄질 전망이다. 5G 사용량 증가는 곧 시장 규모가 커짐을 의미한다. 해당 기술을 보편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프로토콜과 표준 사항 등 관련 규약 제정이 필요하다. 이 때 글로벌 표준 기관 등 영향력 있는 곳에서 5G 기술에 개입하고, 그 여파로 관련 기술 발전이 이뤄진다는 것이 스티브 코닉 부회장의 설명이다.

중요성 커지는 실감 경험, 이젠 후각도 지원한다

지난 2022년 한 해 동안 이슈였던 키워드를 고르자면 메타버스를 꼽을 수 있다. 가상 세계에서도 현실과 같이 소통하고, 업무를 함께 하는 등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활동이 늘어나면서 생긴 현상이다. 용두사미라는 오명을 벗지 못했지만, 그럼에도 메타버스 붐은 가상 현실의 중요성이 커졌다는 점을 알 수 있게 한 대목이다.

업계에서는 가상 현실 산업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화면이나 소리 등 감각 측면을 더 현실적으로 구현할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곤 했다. 그 일환으로 가상 세계에서 현실과 같이 상호작용하는 ‘3D 인터랙티브’가 대두되기도 했다.

여기에 스티브 코닉 부회장은 후각 가상현실(VR) 기술이 또 다른 혁신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간 가상 현실은 시각과 청각에만 의존해 구현되곤 했다. 하지만 사람의 주요 감각에는 시각과 청각 외에도 후각이라는 중요한 요소가 있다. 그간 후각 기술을 가상으로 구현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지만, 기술의 발전으로 후각 VR을 체험하는 날이 곧 도래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후각 VR은 엔터테인먼트적 요소뿐만 아니라 커머스, 심지어 의료 부문에도 적용할 수 있다. 스티브 코닉 부회장은 “의료 서비스 대부분은 시각에 의존하지만, 의료진은 수술 과정에서 발생하는 냄새로 상황을 직관적으로 파악하기도 한다”며 “따라서 후각 기반 VR 시대가 열린다면 의료 서비스 확대에도 힘을 실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사회 문제 해결에 팔 걷은 자동차 업계

기술은 주로 인류의 삶을 편안하게 만드는 데 필요하지만, 이를 넘어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사용되기도 한다. 스티브 코닉 부회장은 자동차 혁신이 빠른 속도로 일어나는 이유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세계 각국에 기후변화에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하면서 대중은 전기차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이는 결국 배터리와 전기차 산업 확대로 이어졌다. 현재는 전기차 보급을 위해 배터리 용량을 늘리고 빠르게 차량을 충전하는 방향으로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또 자율주행과 자동화 등 기술이 대두되기 시작한 가장 큰 이유는 물론 사람 편의 때문도 있지만, 노동력 부족 현상과 연관이 깊다. 미국 트럭 운전 협회는 2030년 자국 내 트럭 운전사가 1000명 가량 부족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트럭 운전사가 부족하면 물류 측면에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이 연쇄작용을 막을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자율주행이다. 스티브 코닉 부회장은 “노동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자가운전 트럭 등 기술이 필요하다”며 “자율주행 기술은 이후에도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발될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차량 경험 측면에서도 변화가 일어날 전망이다. 5G 기술이 발전하면서 더 많은 사물과 차량이 연결되고, 차량 대기질이나 주변 건물 등에 대한 정보를 운전자가 파악할 수 있다. 또한 차량용 인포테인먼트(IVI) 기술 발전으로 사용자가 차량에 더 수월하게 개입할 수 있게 됐다. 이처럼 차량은 운전자가 사용하기 편한 방향으로 개발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아무리 경제 불황이 2023년까지 이어진다는 전망이 나온다 해도, 오히려 이 시기를 맞아 기술 도약을 이루는 기업이 속속 등장할 것이다. 각 기업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또 다른 혁신을 꾀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기술은 점차 특정 개인의 이득이 아닌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스티브 코나 부회장은 “올해 CES가 작년에 비해 더 큰 규모로 열린다는 점도 기쁘지만, 무엇보다 올해 행사는 기술이 어떻게 세계에 만연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지 통합적인 관점으로 접근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환경 보호, 식량 불안정, 의료 서비스 접근 등 사회적 문제 다방면을 다루는 기술 업체가 등장했는데, 이후에도 이 같은 트렌드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배유미 기자>youm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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