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디지털 인재양성 정책] 유소년기부터 신기술 접점↑…빠른 디테일 마련이 관건

정부는 디지털 인재 100만명을 양성하겠다는 목표로 관련 정책 추진에 나섰다. 지난해 종합방안을 발표한 뒤 올해가 사실상 본격 시행 원년이다. 국가 인재 양성 전략을 재정비하는 대수술에 가까운 정책들이 예고돼 있다. 100만 인재가 잘 길러지면 IT는 물론이고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칠 전망인데, 큰 그림은 무엇이고 현재 상황은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3회에 걸쳐 진단해본다. <편집자주>

목차
1회 – 100만 양성 마중물 떴지만 풀어야 할 매듭 산재
2회 – ‘교원 양성’·‘공급 과잉’ 우려 풀어야
3회 – 유소년기부터 신기술 접점↑…빠른 디테일 마련이 관건

올해가 사실상 100만 디지털 인재 양성의 원년이다. 제대로 풀리기만 하면 분명 큰 파급력을 가져올 정책이다. 쉽게 익히기 힘든 디지털 기술을 어릴 때부터 익숙하게 만들어 IT 강국의 입지를 더 공고히 하는 밑바탕이 될 수 있다.

단 100만이라는 숫자가 모두 관련 산업에 종사하는 인력을 뜻하지는 않는다. 정부는 디지털 인재양성 종합방안을 발표하며 “전문 인재 양성뿐만 아니라 삶과 전공 분야에서 디지털 기술을 자유롭게 적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상징적 목표”라고 밝혔다. 정부는 인공지능을 비롯해 ▲소프트웨어(SW) ▲빅데이터 ▲메타버스 ▲클라우드 ▲사물인터넷(IoT) ▲5G·6G ▲사이버보안 등 8개 분야를 디지털 신기술의 범위로 잡았다

가장 큰 기대 효과는 어린 나이부터 디지털 신기술과의 접점이 늘어나는 점이다. 초등학교와 중학교의 정보 교과 시수를 2배로 늘리는 것은  희소식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초등에서는 놀이 중심으로 알고리즘 체험 학습이나 블록 기반의 코딩 경험을 늘리고 중학교에서는 실생활 문제 해결에 코딩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고등학교에는 문제해결 알고리즘 설계 등과 같이 실제 IT 산업과 연계되는 코딩 과목들을 신설할 예정이다. 앞서 유아 단계에는 유치원에 태블릿을 활용한 디지털 관련 교육 커리큘럼을 적용하는 등 유소년기부터 디지털 기술과의 접점이 늘어난다.

화이트 해커 육성도 고도화되는 사이버 위협에 더 효과적인 대응 방안이 될 전망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연간 300명 규모로 중·고·대학생을 중급 수준의 화이트해커로 키우는 ‘화이트햇스쿨’ 과정을 새로 만들고, 리더급 화이트해커도 매해 190명을 양성하기로 했다.

현재 다수의 보안 기업이 화이트 해커 조직을 따로 꾸려 엔진 개발이나 사이버 공격 기법 분석 등에 투입한다. 대형 보안 기업에는 필수 인력이나 마찬가지지만 영입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지금도 과기정통부와 한국정보기술연구원(KITRI) 주관으로 매해 화이트 해커가 양성되고는 있지만, 고급 수준의 인력은 늘 부족하다는 전언이다.

한 보안기업 관계자는 “해킹 관련 교육 이수자나 전공자 대상의 별도의 트랙으로 화이트 해커를 채용하고 있다”면서 “실제로 좋은 역량을 가진 화이트 해커들을 제 때 채용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화이트 해커들이 더 많이 배출되는 건 업계에 분명 희소식”이라고 기대했다.

대학원 이상을 졸업한 고급 인재들의 빠른 육성도 기대되는 부분이다. 교육부는 학사·석사·박사 통합과정을 새로 만들기로 해 이제는 5년 반(11학기) 만에 박사 학위를 딸 수 있는 트랙이 생긴다. 학사에서 그치지 않고 더 많은 학생이 석사와 박사 공부까지 하도록 하는 유인책이 될 수 있다. 대학 정원 규제를 풀어 디지털 신기술 관련 학과의 정원을 늘리도록 한 것도 결과적으로는 더 많은 학생들에게 디지털 기술 교육의 문호가 넓어지는 효과가 있다.

융합전공을 비롯해 메타버스·사이버보안·AI반도체·빅데이터 등의 디지털 분야 대학원을 확충하기로 한 것도 효과가 클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도 AI 융합 대학원이나 사이버보안 대학원 등이 운영되고 있지만, 이제는 더 다양한 디지털 기술 분야에서 석·박사 인력이 배출될 수 있다. 반대로 기업 입장에서는 신기술 교육에 대한 부담이 줄어든다.

이밖에 영재학교와 과학고의 공통 교육과정에 AI, 머신러닝, 데이터 사이언스 등 최신 디지털 기술 과목을 새로 편성하기로 한 것도 기대를 모은다. 한 고교 진로진학상담교사는 “특히 과학고의 경우 역량 있는 학생들이 의대로만 빠지는(진학하는) 부작용을 막고, 신기술 분야에 뛰어드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이 학생들이 디지털 대학원으로 진학하는 선순환도 기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일반 병사들에게 AI나 SW 관련 온라인 교육을 제공하고, 취업맞춤 특기병 제도의 범위를 확대하기로 하며 군 복무 기간에도 디지털 기술을 가까이 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린다. 취업맞춤특기병은 별도의 기술 훈련을 받고 해당 분야 특기병으로 복무하는 제도다. 이제까지는 기계나 통신, 전기 등의 분야에 치중됐었지만, 앞으로는 AI·SW 관련 분야 특기병도 선발하기로 하며 군에서도 관련 역량을 키우며 미래를 준비할 수 있다.

단, 100만 디지털 인재 양성이 제대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교원 수급 문제 등 지적되는 우려들에 대한 실마리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올해 중에는 종합방안에 담긴 각각의 계획에 대한 디테일이 나와야 2026년까지 장기적 정책 추진을 위한 토대가 든든히 세워진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는 “규모가 큰 인재 양성 정책인 만큼 각 부처가 상세한 내용을 제대로 설계해야 한다”며 “(디지털 기술 인재 양성에 필요한) 교원 수급 등에 대한 상세 방안도 올해 중으로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진호 기자>jhlee26@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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