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디지털 인재양성 정책] 100만 양성 마중물 떴지만 풀어야 할 매듭 산재

정부는 디지털 인재 100만명을 양성하겠다는 목표로 관련 정책 추진에 나섰다. 지난해 종합방안을 발표한 뒤 올해가 사실상 본격 시행 원년이다. 국가 인재 양성 전략을 재정비하는 대수술에 가까운 정책들이 예고돼 있다. 100만 인재가 잘 길러지면 IT는 물론이고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칠 전망인데, 큰 그림은 무엇이고 현재 상황은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3회에 걸쳐 진단해본다. <편집자주>

목차
1회 – 100만 양성 마중물 떴지만 풀어야 할 매듭 산재
2회 – ‘교원 양성’·‘공급 과잉’ 우려 풀어야

100만 디지털 인재 양성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부터 힘을 준 분야다. 인공지능(AI) 교육을 강조하며 정부의 주요 국정과제로 넣었다. 취임 후인 지난해 8월 교육부를 중심으로 마련한 ‘디지털 인재 양성 종합방안’을 발표하며 앞으로 추진할 정책의 밑그림을 공개했다.

정부는 ‘디지털 신기술을 개발·활용·운용하는 데 필요한 지식과 역량을 갖춘 인재’를 디지털 인재의 의미로 정의했다. 2026년까지 초급 16만명(고졸·전문학사), 중급 71만명(학사), 고급 13만명(석·박사)등 총 100만명의 디지털 인재를 키우는 게 골자다. 디지털 신기술의 범위는 AI를 비롯해 ▲소프트웨어(SW) ▲빅데이터 ▲메타버스 ▲클라우드 ▲사물인터넷(IoT) ▲5G·6G ▲사이버보안 등 8개 분야로 잡았다.

종합방안의 핵심 요소를 둘러보면, 우선 대학의 정원 규제를 풀어 디지털 신기술 관련 학과의 정원을 늘릴 수 있게 했다. 중소기업 재직자들의 학위 취득을 지원하는 중소기업 계약학과도 기존 79개에서 100개로 확대한다. 대학을 다니면서 또는 학위를 딴 뒤 일정 기간 기업에 근무하는 조건으로 학비를 지원하는 제도다.

또한 올해 내로 고등교육법을 개정해 학사·석사·박사 통합과정 신설을 추진하고 5년 반(11학기) 만에 박사 학위를 취득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지금도 학사·석사 통합과정과 석사·박사 통합과정은 운영하고 있지만, 학사에서 박사까지 한 번에 따는 패스트트랙을 도입해 더 많은 박사 인재가 배출되도록 하는 게 목표다.

유·초·중등도 변화를 예고했다. 2025년부터 초·중학교의 정보교육 수업 시수를 현재의 두 배로 늘린다. 초등학교는 현재 5~6학년 ‘실과’ 과목을 통해 한 학기 17시간의 정보수업을 편성하고 있다. 이를 34시간 이상으로 늘리고, 중학교도 현재 3년간 34시간을 편성한 것에서 68시간 이상으로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농어촌 지역에 정보교육 소외현상이 발생하지 않도록 1800개 지역 초등학교에 ‘디지털 튜터’를 배치할 계획이다. 방과 후나 방학 중에는 캠프를 열어 디지털(SW·AI)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과기정통부는 미래형 과학영재학교를 신설하기로 했다. 상반기 중에 ‘과학영재 발굴·육성 종합계획’을 발표해 구체적인 방안을 공개할 방침이다.

유아 단계에서는 유치원 교육과정에 태블릿을 활용한 디지털 관련 교육 등의 커리큘럼을 적용하기로 했다. 어릴 때부터 디지털 기기에 익숙해져 더 빨리 최신 기술에 적응하라는 의도다.

여러 부처가 달라붙어 강하게 드라이브를 거는 건 지금 방식으로는 디지털 인재 수요를 맞출 수 없다는 위기감에서다. 정부는 2026년까지 디지털 분야 인재 수요가 73만8000명이 될 것이라고 추산했다. 취업률까지 고려해봤을 때 100만명 이상이 될 거라는 게 교육부의 설명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종합방안이 발표되기 전인 2021년 기준 정부 재정사업을 통한 디지털 분야 인재 양성 규모는 9만9000여명이었다. 그대로 유지되면 5년간 49만명가량이므로 모자란 51만명을 추가로 키워내겠다는 것이다. 제대로만 되면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 기술 인력부족을 해결하고, 미래 국가 발전의 원동력이 될 거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출처=교육부)

종합방안에서 현재 가장 구체적으로 가시화된 건 디지털(SW·AI) 교육 캠프다. 교육부는 대학 59개, 기업 16개 등 총 75개 기관을 캠프 운영기관으로 선정했다. 겨울방학 기간 각 기관이 학교나 개인 단위로 신청을 받아 캠프를 시행하고 있다.

대학도 올해 대학원 정원 증설로 마중물을 떴다. 총 24개 대학이 2023학년도 석·박사 정원을 증원했다. SW·통신 341명, 기계·전자 117명, 바이오 109명, 에너지·신소재 115명, 반도체 관련 학과 721명 등 1303명의 대학원(석사 907명·박사 396명) 정원을 증원했다. 늘린 정원에 따라 오는 새학기부터 석·박사 과정의 신입생을 더 많이 선발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종합방안이 나온 정도라 각 부처별로 별도의 상세 시행계획이 나와야 한다. 특히 한 교육계 관계자는 “가장 중요한 건 인력을 기르는 데 필요한 교원 확보”라고 강조했다. 일례로 2025년부터 초·중등 정보교육 시수 확대를 위해서는 교원 확충이 필수다. 교대를 다니며 전 과목을 가르칠 수 있도록 배우는 초등 교사는 문제가 없지만, 중학교 교사는 해당 과목의 교원 자격증이 필요하다. 아직 이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은 나오지 않은 상태다.

대학도 마찬가지다. 대학이 첨단 분야 학부 정원을 늘릴 수 있도록 했지만, 학생들이 수도권으로만 더 몰릴 것으로 예상돼 지방대를 중심으로 반발이 일어나고 있다. 늘린 정원만큼 교수도 늘려야 하지만 각 대학이 어떻게 몸값 비싼 전문가들을 영입할 지 등 풀어야 할 매듭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2회에서 계속>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진호 기자>jhlee26@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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