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디지털 인재양성 정책] ‘교원 양성’·‘공급 과잉’ 우려 풀어야

정부는 디지털 인재 100만명을 양성하겠다는 목표로 관련 정책 추진에 나섰다. 지난해 종합방안을 발표한 뒤 올해가 사실상 본격 시행 원년이다. 국가 인재 양성 전략을 재정비하는 대수술에 가까운 정책들이 예고돼 있다. 100만 인재가 잘 길러지면 IT는 물론이고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칠 전망인데, 큰 그림은 무엇이고 현재 상황은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3회에 걸쳐 진단해본다. <편집자주>

목차
1회 – 100만 양성 마중물 떴지만 풀어야 할 매듭 산재
2회 – ‘교원 양성’·‘공급 과잉’ 우려 풀어야

100만 디지털 인재 양성을 위한 밑그림은 나왔지만 풀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장밋빛 청사진으로만 끝내서는 안 된다. 교원 수급과 대학 정원 조정 문제 등 세부사항에 대한 지적이 나오지만 아직 명확한 해법은 보이지 않는 모습이다.

정부가 앞서 발표한 디지털 인재 양성 종합방안을 두고 복수의 교육계 전문가들은 “교원 수급 대책이 미흡하다”고 입을 모은다. 종합방안에는 2025년부터 초·중학교의 정보 교육 수업 시수를 현재의 두 배로 늘리는 계획이 담겼다. 초·중등을 아우르는 큰 덩어리의 정책이다. 제대로 된 시행을 위해서는 교원 양성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2021년 기준으로 전체 3172개 중학교 가운데 정보 교과 교사가 정원 내로 배치된 학교는 1510곳(47.6%)이다. 나머지 학교는 순회교사나 시간강사 등을 활용한다. 또한 정보 교과 교사자격증을 새로 발급 받는 규모는 연간 500명 수준에 그쳐 시수 확대를 뒷받침하기에는 부족한 숫자다.

교육부도 이 부분을 고민하고 있지만 아직 뚜렷한 방안은 세워지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교사 자격증 없이도 기업 등에서 실무 경력을 갖춘 이들을 교원으로 임용하는 방안을 제안하고 있다. 하지만 교육부 측은 이러한 민간에 대한 교직 개방은 허용하지 않을 방침이다. 교육부 측은 “양성기관(사범대학, 일반대학), 시도교육청 등과 실무적 협의 중에 있다”는 입장일 뿐 교원 수급에 대한 자세한 로드맵은 아직 제시하지 않았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는 “교원들은 금방 길러지는 것이 아니다. 미리 수급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면서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교대와 사범대 정원도 줄이고 있는 상황이라 현재로서는 기간제 교사를 활용하는 수밖에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대학 차원에서도 풀어야 할 문제가 많다. 종합방안에 따라 대학들은 첨단 기술 분야 학과 정원을 늘릴 수 있게 됐다. 기존에는 교사(학교 건물)·교지(학교 땅)·교원·수익용 기본재산 확보 등 4대 요건을 충족해야 정원을 늘릴 수 있었다. 이제는 교원확보율만 보는 것으로 규제를 완화했다. 첨단 기술 인재를 더 많이 모집하라는 취지다. 오는 2월까지 대학들의 증원 신청을 받고 2024학년도부터 반영하는 게 교육부의 계획이다.

하지만 이는 지방대 고사 문제로 흘러가고 있다. 김병국 전국대학노동조합 정책실장은 “디지털 인재 양성은 필요하지만 결국 지방대는 미달 사태가 심화되고 어려움은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수도권정비계획법에 따라 수도권 대학의 총 정원은 11만7145명이 최대치로 묶여 있다. 수도권정비계획법은 수도권에만 인구나 인프라가 과도하게 집중되지 않도록 하는 취지의 법이다. 지금 수도권 대학이 운영하고 있는 정원은 10만9145명이다. 수도권정비계획법이 정한 최대치보다 8000명의 여유가 있다. 수도권 대학은 이 범위 안에서 정원을 늘리면 된다. 지방대는 이 같은 한계가 없어 교원만 확보하면 그와 비례해 정원을 늘릴 수 있다.

문제는 정원을 늘려도 학생들은 결국 수도권 진학을 먼저 염두에 둔다는 것이다. 학령인구 감소로 가뜩이나 미달 사태가 심한 지방대 입장에서는 수도권 대학에 학생을 뺏겨 장기적인 대학 운영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또한 여기서도 교원 확보가 이슈로 작용한다. 첨단 기술 관련 전문가를 교수로 영입하려면 상대적으로 큰 비용이 필요하다. 이들을 교원으로 영입해 정원을 늘려 놓았더라도, 학생이 오지 않을 경우 지방대의 어려움은 심화된다는 게 김 정책실장의 말이다. 결국 교원 수급을 포기하게 되면서 디지털 인재 양성이라는 목표 달성이 힘들어 질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정책실장은 “졸업 이후 취업할 (디지털 기술 관련) 기업이나 연구소 입지 조건을 봐도 서울과 수도권 대학으로 먼저 몰릴 것이 자명하다”면서 “지역 균형 차원에서 연구소나 기업들이 지방에 많이 세워져야 모두 공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큰 줄기의 문제는 또 있다. 정부는 100만명을 목표로 내세웠지만 되레 과잉 양성이 될 거라는 우려다. 인재 양성의 최종 목적은 이들의 관련 산업 진출이다. 인력을 먼저 키워 놓았다가 시장 상황이 따라가지 못하면 문제가 커질 수 있다.

송경원 정의당 교육분야 정책위원은 “관련 시장 경기가 어떻게 흘러갈 지 아직은 모르는 상황이다. 디지털 기술에 특화한 인재를 양성해 놓고 이를 산업 현장이 모두 활용하지 못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면서 “이게 트랙형(목적형) 정책의 맹점이다. 관련 학과에 우선 진학했다가 (취업이 어려워져) 낭패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본래 인력 공급이 수요보다 넘치면 대우가 낮아지거나 심하게는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특히 디지털 인재 양성 정책은 특정 분야에 초점을 맞춘 터라 다른 분야에 활용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정부는 2026년까지 디지털 분야 인재 수요가 73만8000명이 될 것이라고 추산한다. 취업률을 고려해 넉넉잡아 100만명을 목표로 잡았지만 되레 악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송 정책위원은 “정부는 지금 당장이 아니라 미래 수요를 정확히 예측해야 하는데 현 방안은 그러지 못했다”면서“만약의 경기 하강을 대비한 해법은 보이지 않는다. 상당수 학생이 취업 등에서 어려움을 겪으면 사회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교육부를 비롯한 관계 부처는 다음달 이후 구체적인 관련 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을 의장으로 하는 첫 인재양성전략회의가 2월에 열린다. 교육부는 회의 이후 ‘첨단 분야 인재 양성 전략’을 발표하기로 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해 출범한 민·관 협력 디지털 얼라이언스를 올해부터 본격 운영할 방침이다. 디지털 얼라이언스는 기업, 대학, 교육기관, 협회 등이 참여하는 개방형 협의체로, 인재양성·인재활용·정책지원 3개 분과로 구성해 디지털 인재 양성 종합방안에 따른 후속 조치를 논의·실행할 계획이다.

<3회에서 계속>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진호 기자>jhlee26@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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