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이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다. 주인공 진도준(배우 송중기)이 재벌집 막내아들로 환생(?)하는 내용으로, 현 시대를 살던 송중기가 모든 기억을 가지고 과거에서 살아간다. 극 중 진도준은 IMF, 닷컴버블 등을 피해가며 투자를 해 막대한 수익을 얻는다. 

진도준은 기업가치가 오르기 전 닷컴기업의 주식을 매수한 뒤, 닷컴기업의 가치가 고점에 올랐을 때 매도한다. 당연히 진도준이 주식을 팔자마자 닷컴기업의 기업가치가 하락하는 등 거품이 빠지기 시작한다. 미래를 살아 본 진도준은 닷컴버블을 미리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진도준의 투자방식은 비현실적이지만 주식 투자자라면 모두가 한 번쯤 상상해봤을 법 하다.  

재벌집 막내아들의 한 장면. 극 중 진도준은 버블닷컴 시기에 맞춰 주식을 매도한다.

드라마 속 닷컴버블은 실화 기반이다.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 인터넷 기반 기업을 말하는 닷컴기업의 주가와 기업가치가 폭등한 사건이다. 무서운 속도로 기업가치가 불어난 닷컴기업들의 거품은 빠른 속도로 빠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들이 추구하는 이상과 현실의 괴리감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닷컴기업들이 내놓은 서비스는 기대만큼 사용성을 보장하지 못했고, 주가조작 등의 부정적 사건이 터지기 시작했다. 결국 닷컴기업은 매각, 파산이라는 결말을 맞게 됐다. 물론 이를 계기로 기업의 옥석이 가려지고 산업이 성숙됐다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했다. 

역사 속 사건으로만 치부되던 닷컴버블이 재현되고 있다. 약 10년 전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모바일 기반의 서비스가 대거 나온 만큼, 현 시점에서 옥석가리기와 시장이 재편성되는 결과는 불가피하다. 여기에 경기침체, 인플레이션 등으로 경제가 어려워진 점은 제2의 닷컴버블을 가속화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잘 나가던 스타트업들은 기업가치가 떨어지고 투자를 받기 어렵거나 매각의 이슈에 놓여있다. 왓챠, 마켓컬리, 메쉬코리아 등이 대표적이다. 모두 급격하게 성장을 하고 몸집을 불리다가 시장 상황이 좋아지지 않자 직격탄을 받았다. 

벤처캐피탈(VC) 업계에선 “올 것이 왔다”고 표현한다.  스타트업의 기업가치, 투자유치 금액이 제값받기에 돌입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한 VC 관계자는 “경기침체로 투자금이 전보다 줄어 VC도 보수적인 관점에서 투자를 할 수밖에 없다”며 “결국 닷컴버블 때처럼 몇몇 기업들만 살아남는 시장재편이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스타트업이 대부분인 핀테크 업계도 마찬가지다. 한때 업계 유망주로 꼽히던 기업들이 매각되거나 기업가치가 떨어지고 있다. 

인슈어테크 기업 보맵은 보험대리점(GA) 에즈금융서비스에게 사실상 매각됐다. 보맵은 수익모델 한계와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시행으로 서비스 중단 등 상황이 안좋았는데, 경기침체로 투자유치까지 어려워져 결국 매각을 결정하게 됐다. 

대출중개 플랫폼 알다를 서비스하는 팀윙크는 KB캐피탈과 매각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팀윙크는 한때 대출중개 플랫폼 핀다, 핀크 등과 함께 마이데이터 기반의 대출중개 플랫폼 사업자로 각광을 받았으나, 결국 수익성의 한계로 매각을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당연히 투자유치도 어려운 상황이다. 인슈어테크 기업 해빗팩토리는 올해 200억원에서 300억원 가량 투자유치를 목표로 했으나 투자자 모집, 협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해빗팩토리는 지난 7월부터 손익분기점을 기록하며 유지하고 있어, 기업가치를 약 1000억원 가량 평가받길 원하고 있다. 이는 전 투자 라운드보다 약 두 배 가까이 커진 규모로, 현실은 투자자들을 설득하기 어려운 처지다. 

예전만큼 고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곳도 있다. 핀테크 스타트업 중에서도 ‘차기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인 스타트업)’으로 불리던 뱅크샐러드는 쉽사리 차기의 딱지를 떼지 못하고 있다. 가계부 앱으로 시작해 마이데이터 서비스로 확장한 뱅크샐러드는 올 초 받은 투자유치를 통해 기업가치 6000억원을 평가받았다. 앞서 시리즈C 투자를 통해 책정 받았던 기업가치(3000억원)의 두 배를 받으며 나름의 성과를 보이긴 했으나, 시장의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출범 초기만하더라도 뱅크샐러드는 토스와 어깨를 나란히 견줬다. 그러나 점점 격차는 벌어지기 시작했다. 투자자들 사이에선 뱅크샐러드의 성장세가 둔화했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수익성의 한계 때문이다. 뱅크샐러드의 주요수익모델은 금융상품 중개 수수료다. 앱에서 금융상품을 추천해주고 사용자가 가입하면 해당 금융사로부터 수수료를 받는 구조다. 관련해 벤처투자 업계에선 당장 수익이 안 되는 것을 넘어 장기적인 관점에서 큰 수익을 내기 어렵다고 평가한다. 

몸집이 큰 곳도 상황이 안 좋긴 마찬가지다. 대표 핀테크 업체 토스(비바리퍼블리카)는 최근 기대보다 낮은 기업가치를 책정받고 예상보다 적은 투자금을 유치했다. 지난 8월 토스는 시리즈G 라운드에서 5300억원의 투자유치를 마무리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투자유치에 성공한 점은 긍정적이나, 아쉽게도 투자규모는 기대했던 1조원의 절반 수준이다. 

이번 투자에서 토스가 인정받은 기업가치는 8조5000억원이며, 투자유치 후 기업가치는 9조1000억원이다. 이는 작년 6월 투자유치를 통해 평가받은 기업가치 8조2000억원을 소폭 상회한다. 작년 말까지만 해도 토스가 기업가치 10조원 이상을 평가받을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으나, 결국 10조원을 넘지 못했다. 업계에서는 사실상 토스의 기업가치가 오르지 않은 것과 다름없다고 본다. 

작년까지만 해도 코로나19 수혜주로 주목받던 핀테크 업계가 고꾸라진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이유 중에서도 직접적인 것은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세계 경기침체와 물가 폭등, 이를 잡기 위한 금리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지난 2월 발발한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글로벌 공급망이 타격을 받았다. 전세계 에너지 수출 비중이 높은 러시아가 수출을 줄이면서 에너지 가격이 급등했고, 이로 인해 전세계 물가가 상승했다. 

인플레이션이 지속되자 미국은 이를 잡기 위해 여러 차례 금리를 인상했다. 금리 상승은 전세계 금융에 영향을 미쳤다. 당장 한국은행도 기준금리를 몇 차례 인상했다.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투자자들은 몸 사리기에 나섰고 이는 핀테크의 자금난을 유발하고 있다. 

아울러 비관적인 전망과 함께 긍정적인 전망도 함께 나오고 있다. 핀테크 업계는 옥석가리기가 본격화되면서 탄탄한 재무구조를 갖춘 곳은 시장의 주요 사업자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다수의 핀테크 업계 관계자는 “수익, 재무구조가 탄탄한 곳일수록 오히려 내년이 시장을 점유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홍하나 기자>0626hhn@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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