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시장이 불안정한 이유는 코인을 실질적으로 활용하는 ‘사용자’는 없고 이를 사고파는 ‘투기꾼’들만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99%의 투기꾼과 1%의 실질적 사용자들만 존재하는데, 이런 생태계가 어떻게 지속 가능하겠어요? 테라∙루나, FTX 파산, 위믹스 사태 모두 암호화폐 시장 내 구조의 불균형에서 나온 잡음인 거죠”

블록체인경제연구소 장중혁 소장은 지난 1일 바이라인네트워크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인포뱅크에서 블록체인 기반의 서비스를 발굴하던 아이블록 대표를 역임했고, 블록체인 서비스를 지원하는 투자자문회사 아톰리스랩을 창업하기도 한 블록체인 분야의 전문가로 꼽힌다.

그는 현재 암호화폐 위기의 근본적 원인에 대해 “사용자 경제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암호화폐를 실용적인 목적으로 사용하는 ‘사용자 경제’가 잘 구축되지 못한 상황에서 그저 투기 수단으로 암호화폐가 사용되면 시장이 몰락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는 “그런 측면에서 중앙화된 거래소들도 모두 사라져야 하고, 사라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투기만이 가득한 암호화폐 시장은 망한다

장 소장은 지난 11월 국민의힘 특별위원회가 주최한 ‘제3차 가상자산 민∙당∙정 간담회’에서 ‘디지털자산과 산업의 미래’에 대해 발표한 바 있다.

장 소장은 그 자리에서 블록체인은 ‘사이퍼펑크(Cypherpunk)’의 개념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사용자가 늘어나면서, 사용자 성장에 의해 세상이 바뀌는 세상. 그리고 이는 웹3.0 개념과 일맥상통한다. 투자의 측면과 아울러 기존 플랫폼들이 독식하던 사용자들의 지적재산권들을 보상과 소유의 형태로 돌려주는 가치가 시장이 나가야 할 방향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암호화폐 시장은 그렇지 못한 상황이다. 거래소들이 ‘돈’이 안 된다는 이유로 사용자 경제가 주축이 되는 코인을 상장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사용자 경제를 중심으로 하는 코인도 극히 드문 것이다. 그는 “투자자 경제와 사용자 경제가 중첩된 게 블록체인 크립토 이코노미 특징인데, 거래소가 중앙화되면서 사용자 경제를 키우려는 노력을 하지 않으니 투자 성격의 코인만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모든 코인 프로젝트들이 탈중앙화를 이뤄야 하는 건 아니라고 명확히 설명했다. 오히려 탈중앙화라는 이름으로 이익만 취하고 책임을 지지 않는 프로젝트들은 ‘지옥 불에 떨어져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럼 어떤 코인 프로젝트가 가치가 있는 걸까. 장 소장이 생각했을 때 가치 있는 코인이란 ‘집중된 권력에서 벗어난 평등’의 목적을 가지고 있는 프로젝트다. 권력을 쥐고 있는 쪽이 그렇지 않은 쪽에 부등가 교환을 하는 상황, 초과 이익이 권력자에게 집중되는 구조에서 탈피하고자 하는 목표를 가지고 있는 코인.


그는 “인프라에 해당하는 블록체인을 탈중앙화된 형태로 만들고 그 위에서 이 같은 가치를 공유하는 애플리케이션을 쌓아 올리는 게 탈중앙화”라고 설명했다.

“국내 거래소, 방심해선 안 돼”

장 소장에 따르면 웹 3.0 환경에서 암호화폐 시장은▲교환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탈중앙화 거래소의 존재 ▲법정화폐로서의 기능 수행 ▲철저한 규제를 받은 중앙화된 거래소라는 환경이 구축돼야 급격한 변동성을 줄일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장 소장은 각국의 법률하에 있는 중앙 거래소 일부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투자 가치 지향의 중앙화된 거래소는 망할 것이라고 봤다.

그렇다면 지금의 암호화폐 시장은 어디에 위치해 있는가. 그는 ‘탈중앙’을 구축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하고 있는 ‘과도기’라고 봤다. FTX 사태로 시장 내 연쇄 파산이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각)에는 미국 대표 가상자산 대부 업체 블록파이가 파산 보호를 신청하기도 했다.

그러나 국내 거래소는 오히려 초연한 모습을 보인다. 국내 거래소 빗썸 산하 빗썸경제연구소는 “FTX 사태와 같은 사건이 국내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없다”고 강변한 바 있다.

장 소장 또한 “상대적으로 국내 거래소들이 관련 유동 리스크에 덜 노출돼 있긴 하다”고 말했다. 바이낸스나 FTX 같은 글로벌 거래소들은 스테이블 코인 기반의 파생상품 시장을 중심으로 성장을 주도했는데, 우리나라는 스테이블 코인 시장이 매우 좁기 때문에 거래소들이 안심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국내 거래소들도 관련 위기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순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내 거래소는 현물 중심의 시장이라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적다고 생각하지만, 고객 자산 보유금을 얼마나 가졌는지 현재로선 검증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리스크에서) 자유로울 순 없다”고 꼬집었다.

암호화폐 시장이 가야할 길

“유럽의 경우에는 ‘유틸리티 토큰’과 ‘투자성 토큰’을 구별하고 있어요. 그러나 한국은 이런 구분도 없이 규제 하나로 투자자 경제와 사용자 경제를 모두 규제하려고 해요”

장 소장은 건강한 암호화폐 시장을 위해서는 사용자 경제가 논의돼야 하는데, 현재 당국은 암호화폐 프로젝트에 ‘사용자 경제’도 논의돼야 한다는 것조차 알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는 암호화폐 시장의 발전을 막고, 더 나아가 시장을 망하게 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그렇기에 투자자 경제 측면에서의 규율이 빨리 만들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투자 측면에서 규율이 갖춰져야 사용자 경제도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시작일 뿐이다. 법적인 기반이 갖춰졌어도 거래소와 코인 사업자들이 시장을 ‘돈’을 위한 수단으로만 바라본다면 역시 몰락의 길을 걷게 된다는 게 그의 말이다.

장 소장은 “더 이상 코인 유동성으로 수익을 얻는 모델을 지속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으로의 거래소는 완전히 제도권에 들어가 금융 기관화되는 목표를 갖거나, 탈중앙화 중심의 환경에서 사용자 경제를 구축하는 것으로 방향 전환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코인 프로젝트를 전개하는 업계 전반에 대해서는 “투자로 뭔가를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깔끔히 버리는 게 좋고, 허황한 지식으로 인생을 낭비하느니 블록체인이 가진 특성을 이용해 좋은 프로젝트를 만드는 방법에 대해 먼저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글.바이라인네트워크
<박지윤 기자> nuyijkrap@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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