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람테크놀로지, 기업가치 낮춰 IPO 재개
“이미 한 차례 기업공개(IPO) 철회를 했는데, 몸값을 낮춰 재도전을 하는 데 많은 고민을 했다. 하지만 시장 내에서 안정감을 주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IPO를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자람테크놀로지는 상장사라는 지위를 얻은 후 고객사와 신뢰 관계를 확대하고 인재 채용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백준현 자람테크놀로지 대표는 2일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진행한 IPO 기자간담회에서 이 같이 말했다. 자람테크놀로지는 2001년 설립한 시스템반도체 설계업체로 ▲광신호와 전기신호를 변환하는 통신장비 ‘광트랜시버’ ▲기존 전화선 방식으로 데이터를 전송하는 ‘기가와이어’ ▲통신장비용 반도체 칩 등을 공급하고 있다.
그간 자람테크놀로지는 광트랜시버와 기가와이어를 중점적으로 사업을 영위하다, 2017년부터 통신반도체 개발에 본격 착수했다. 이후 자람테크놀로지는 5G 통신용반도체(XGSPON SoC)를 국내 최초로 개발⋅상용화했고, 5G 기지국 연결에 필요한 광부품일체형 폰스틱(XGSPON) 스틱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여기서 폰(PON)은 단일 광섬유로 다수의 사용자를 지원하는 시스템을 말하며, XGSPON은 그 중에서도 가장 진보한 제품이다.
백준현 대표는 “자람테크놀로지의 XGSPON은 2020년부터 점차 출하량이 늘어나기 시작했으며, 올해에는 약 2000대의 출하량을 기록했다”며 “5G 수요가 늘어나고 최근에는 관련 인프라 조성을 위한 업계 투자가 이어졌는데, 이 같은 상황이 출하량 증대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자람테크놀로지는 올해 4월 한국거래소에 예비심사를 청구했으나, 진행하던 공모 일정을 10월21일에 철회했다. 전반적인 글로벌 경기 침체로 주식 시장이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자람테크놀로지 측은 당시 “당장 자금 수혈이 급한 상황이 아닌 데다가, 회사의 가치를 온전히 평가받기 어렵다는 이유로 공모 일정을 연기하기로 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자람테크놀로지는 기업가치를 낮추면서 IPO 일정을 재개했다. 회사 측에 따르면, 자람테크놀로지의 이번 IPO 주당 공모가액은 1만8000~2만2000원이며, 공모가 기준 예상 시가총액은 1111억~1357억원이다. 지난 IPO 당시 예상 시가 총액 1287억~1601억원에 비해 하락한 수치다.
자람테크놀로지의 재무상황을 살펴보면, 당장 자금을 수혈해야 할 정도로 급하지는 않다. 자람테크놀로지는 이미 광트랜시버를 중심으로 캐시카우를 확보한 바 있다. 백 대표에 따르면, 회사의 은행 차입금은 거의 없다시피 하고, 부채 비율도 10% 정도다. 보유하고 있는 현금성 자산도 200억 가까이 된다. 재무적으로 크게 문제가 될 사항은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몸값을 낮추면서까지 IPO를 재개한 이유로 백준현 대표는 ▲시장 내 입지 강화 ▲인재 확보를 꼽았다. 백 대표는 “통신 제품은 통상 교체 시기가 10~20년 정도 되는데, 따라서 고객사 입장에서는 협력사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야 한다”면서 “기업을 보증하기 위해서는 기술력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종의 보증수표와 같은 IPO 시장에 뛰어들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백준현 대표는 이어서 “반도체 시장 전반이 인재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적어도 코스닥 상장사라는 지위는 인력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자람테크놀로지도 현재 보유하고 있는 인력을 양성하는 한편, 프로세서 설계 가능 인력을 확충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자람테크놀로지는 IPO로 마련한 자금을 크게 연구개발과 시설 투자에 사용하기로 했다. 연구개발 측면에서는 5G 수요를 충족하기 위한 응용제품을 강화하는 한편, 6G 시대가 도래할 것을 대비한 차세대 제품을 개발할 계획이다. 더불어 생산라인을 구축하고 계측장비 구입 등 설비에도 투자해 수요 충족에도 앞장서고자 한다.
이외에도 자람테크놀로지는 ▲인력 충원 ▲해외영업⋅해외 전시회 참가 등 글로벌 마케팅에도 공모 자금을 투입할 예정이다.
백준현 대표는 마지막으로 “올해 자람테크놀로지가 새롭게 확보한 25개의 고객사는 대부분 메이저 통신 장비사인데, 파트너십을 통해 새로운 파이프라인을 찾아 안정적인 성장을 이루겠다”며 “국내 대표 통신 반도체 업체에 그치지 않고, 미국 기반의 글로벌 통신칩 제공업체 ‘브로드컴’을 넘는 기업으로 성장하겠다”고 포부를 전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배유미 기자>youme@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