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찻잔 안의 태풍 같은 디즈니 플러스지만,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시장에서는 강력한 경쟁자다. 디즈니 플러스가 ESPN 플러스, 훌루 같은 디즈니 형제 OTT와 가입자 수를 합치면 근소한 차로 넷플릭스를 넘어선다. 디즈니 플러스 혼자만으로도 1억6420만명의 가입자를 모았다. 디즈니 이름값을 글로벌로는 톡톡히 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디즈니 플러스도 실적은 쓰리다. 디즈니가 최근 공개한 지난 3분기 실적을 보면, 디즈니 플러스가 속한 스트리밍 사업부의 적자가 14억7000만달러(약 1조9600억원)에 달한다. 물론 디즈니는 당장 수익을 내려고 디즈니 플러스를 만들지는 않았다. 영화관이나 TV에 치중해 있는 디즈니의 전통 미디어 사업을 미래로 옮겨놓겠다는 비전 아래 짠 장기 전략이다.

집안의 앞날이라 듬뿍 투자를 하고 있지만 시장이 결실을 원하면 압박을 피할 수는 없는 법이다. 디즈니 플러스는 2019년 문을 연 이래 지난 3년간 외형을 키우는데 집중해 왔다. 이제는 수익성 전환이라는 숙제를 안았다. 문제 해결을 위해 디즈니의 이사회는 새로운 결정을 했다. 디즈니의 구원투수라 불리는, 그리고 디즈니 플러스라는 미래 전략을 짜고 실행에 옮겼던 밥 아이거를 최고경영자(CEO) 자리로 다시 불러들인 것.

은퇴한지 2년도 안 되 다시 CEO의 자리로 돌아온 밥 아이거가 풀어야 할 여러 문제 중 최우선 순위 중 하나는 역시 디즈니 플러스의 수익성을 빠르게 개선하는 일일 것이다. OTT 중에서는 진짜 진짜 장기투자한 넷플릭스 정도만 이제사 손해를 안 보는 수준에 올라섰으니, 밥 아이거가 안은 숙제는 만만치 않다.

세계 미디어 업계에서 가장 중요한 결정을 하는 사람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아이거 CEO는, 지난 2020년에 <디즈니만이 하는 것>이라는 자서전을 냈다. 이 자서전의 후반부는 아이거 자신이 디즈니 플러스를 만들기 위해 어떠한 결정을 했는지에 초점을 두고 있다. 아이거 컴백 기념에 부쳐, 그의 자서전에서 묘사한 디즈니 플러스와 관련한 여러 이야기 중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흥미로운 내용을 골라 소개한다. 그 안에는 아이거 CEO와 디즈니가 생각하는 디즈니 플러스의 미래가 담겨 있기도 하다.

디즈니 플러스로 변신할 뻔한 ‘트위터’

아이거 CEO는 디즈니가 당장 가지고 있는 막강한 강점만 끌어안고 있으면 도태될 거라고 봤다. 혁신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디즈니도 콘텐츠를 새롭고 현대적인 방식으로 그것도 중개인 없이이 자체의 기술 플랫폼을 통해 전달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말한다.

하지만 처음부터 플랫폼을 만다는 것은 적어도 5년의 시간 이상이 걸리는 지난한 작업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급변하는 시기에 “5년을 인내심있게 기다리는 것은 어리석은 선택임이 분명하다”고 판단했고 “플랫폼 기업을 인수하는 쪽으로 결론을 내리고 대상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낙점된 곳은 트위터. 디즈니가 인수 가능한 플랫폼이었다. ‘글로벌 네트워크를 갖춘 유통 플랫폼’으로서의 가치를 높게 봤다. 결과는? 인수하지 않았다. 밥 아이거가 갑자기 핸들을 튼 이유는 순전히 자신의 감 때문이었다. 트위터가 디즈니의 새로운 목적에 충분히 부합할 것이라는 사실은 명확해 보였지만, 거기에는 너무 많은 난제 – 증오를 선동하는 발언이나 언론의 자유 등과 관련한-가 따라 붙었고, 이 때문에 디즈니 브랜드가 손상되고 가치가 떨어질까 걱정스러웠다는 것이다.

계약은 도장을 찍기 직전까지 진전됐기 때문에 아이거는 잭 도시 트위터 창업자에게 전화를 걸어 (기분 나쁘지 않게) 결정을 번복한 이유를 설명해야 했다. 잭 도시가 갑자기 뒷통수 맞는 것 같았을 결정을 받아들인 배경에는 그 자신이 디즈니의 이사회 일원이었던 것도 이유가 된 것으로 보인다.


만약 이때 디즈니가 트위터를 인수했다면 지금 일론 머스크는 조금은 더 조용하게 경영 활동을 했을지 모른다.

MLB 실력자가 디즈니 플러스를 만들었다

야구 선수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디즈니는 트위터 인수를 고려할 때 동시에 또 다른 회사에 투자를 단행했다. ‘뱀테크’라는 회사다. 야구팬들이 온라인 서비스에 가입해서 좋아하는 야구경기를 라이브로 볼 수 있는 스트리밍 기술을 완성한 곳이다.

아이거 CEO는 이 회사를 “메이저리그베이스볼(MLB)에서 지분을 가장 많이 보유한 기술 기업”이라고 설명했다. 뱀테크는 HBO의 의뢰로 ‘HBO 나우’를 구축하기도 했다. 정확히 디즈니 플러스가 원하는 기술이었다.

디즈니는 10억 달러를 들여서 뱀테크 지분 33%를 확보했는데, 처음에는 디즈니의 스포츠 채널인 ESPN 프로그램의 구독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디즈니도 스포츠뿐만 아니라 TV 프로그램, 영화에 대해 소비자에게 직접 제공하는 묶음 서비스를 개발해야 할 필요성이 시급해졌다”는 밥 아이거의 판단에 따라 뱀테크의 역할은 디즈니 안에서도 크고 중요해졌다.

2017년 디즈니는 뱀테크 지배권 매입을 서두르겠다는 발표를 했고, 2019년에 디즈니 스트리밍 서비스를 출범할 것이라는 계획을 밝혔다. 아이거 CEO는 이 발표가 “월트디즈니컴퍼니의 재창조가 개시되었음을 알린” 것이라고 표현했다.

밥 아이거가 ‘폭스’ 인수를 확정 짓고 처음 한 말 

“이런 젠장”이다. 루퍼트 머독의 제안으로 디즈니가 폭수 인수 절차에 돌입했는데, 컴캐스트라는 강력한 경쟁자가 중간에 등장했다. 판돈을 올린 컴캐스트를 따라 디즈니 도 마지막 입찰가를 올리면서 승부수를 던졌다. 컴캐스트가 폭스를 인수하면 공정위로부터 인수합병 승인을 받기 어려울 것이라는 것도 밥 아이거가 강조한 부분이었다.

결과를 초조하게 기다리던 참에, “컴캐스트가 입찰을 포기했다”는 뉴스를 들었다. 이런 젠장! 여러가지 마음이 동시에 담겨 터져 나온 한 마디다.

디즈니는 의외로 한국 콘텐츠에 관심이 있다

한번도 디즈니가 숨겨온 적이 없는 사실인데, 아직까지는 국내에 디즈니 플러스 가입자가 많지 않아서 덜 알려진 내용이다. 디즈니는 의외로 한국어 오리지널 제작에 공을 들인다. 지난해 10월, 한국 서비스를 시작할 때 공개한 한국어 타이틀이 일곱개였다.

한국 서비스를 시작한지 1년 정도 지났는데 디즈니 측은 30일, 새로운 한국어 콘텐츠 공개를 예고한 상황이다. 여기에는 최민식 배우가 오랜만에 드라마에 출연한다는 것으로 화제가 되고 있는 ‘카지노’나 정해인, 고경표 배우가 출연하는 미스터리 스릴러 ‘커넥트’ 등이 포함됐다.

디즈니의 가치를 가르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역시 콘텐츠다. 밥 아이거는 디즈니 플러스가 역점을 둬야 할 가장 중요한 문제로 “새로운 서비스를 위해 어떤 독창적인 콘텐츠를 만들어야 하는가”를 꼽았다. 그러기 위해서 내부적으로는 “수익=보상”이라는 틀도 깨버리려 했다고 했다. 디즈니 플러스에서는 당분간 수익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인데, 돈을 잘 버는 조직과 개인에게 성과에 따라 보상을 하는 지금까지의 시스템으로는 디즈니 플러스를 키우지 못할 것이라고 판단해서다.


[싱가포르=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Similar Posts

2 Comments

  1. “디즈니 플러스에서는 당분간 수익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인데, 돈을 잘 버는 조직과 개인에게 성과에 따라 보상을 하는 지금까지의 시스템으로는 디즈니 플러스를 키우지 못할 것이라고 판단해서다.”

    이게 1부인가요? 2부가 있나요? 뭔가 계속 이야기가 이어질것 같다가 끊어져버린 듯 해서요 ㅋㅋㅋ

    디즈니가 트위터를 인수하려고 했었던 적이 있군요.
    여튼 글 잘 읽었습니다^^

    1. 앗 네 ㅎㅎ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원래는 마무리였는데 말씀 주신 내용을 보태서 2편을 쓰도록 하겠습니다 ㅎㅎ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